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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 끼칠 충격, 어떻게 감당할겁니까?" - 좋은교사운동, 대입개선안에 대한 성명 발표

심정 기자 승인 2019.11.30 15:13 의견 0
11월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은 유은혜 장관  (교육부 제공)

좋은교사운동이 11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선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학교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를 향해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지금보다 완화 또는 폐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수능에 대한 부담과 사교육비 폭증을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 기조 유지 정책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재정 사업 등으로 정시 수능 비율을 대학에 강요하는 조치를 멈추고, 고른기회 전형과 지역균형 선발 비율을 더욱 확대하며, 수시 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지역균형선발과 고른기회 전형을 실시하는 한편, 논술형 수능 도입의 로드맵 수립에 즉시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이하 성명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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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11.28 대입개선안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정시 40% 이상 확대가 학교 현장에 끼칠 충격,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교육부가 오늘 발표한 대입 개선안은 정시를 40%로 확대하고, 학생부 기록 개선과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기준 공개 및 전형과정의 공정성 강화, 논술 및 특기자 전형 폐지 유도, 사회통합전형의 도입 및 법제화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2018년 공론화 끝에 발표한 대입전형안을 번복한 유감스러운 결정입니다. 특히 16개 대학을 특정한 정시비율 권고는 이들과 나머지 대학을 구분해서 특별관리하듯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적절한 조치입니다. 이번 발표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강한 유감을 표하고, 정시 40% 이상 확대로 인한 학교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제안합니다.

 

1. 정시 비중의 40% 상향은 단순히 40%에 그치지 않습니다. 수시최저학력기준 기준이 여전하기 때문에 수시 이월비중을 감안하면 정시 비중은 50%를 상회하게 됩니다. 여기에 학종 전형이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게 운영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시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한다거나 학종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더 늘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정시 비중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2. 학종은 단순화되었고, 공정성과 투명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평가 자료가 축소되면서 학종이 가진 장점은 사라질 것입니다.

수상경력 미반영, 개인별 봉사활동과 개인별 독서활동의 대입 미반영으로 학생부 기록은 더욱 단순화되었고, 정규 교육과정 특히 교과활동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과세특)이 내실있게 기록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수업이 내실있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시 비중을 40% 이상 높임으로써 교육과정과 수업의 내실있는 운영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과세특의 기록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정시 비중 상향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수업은 수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성은 급속도로 위축될 것입니다. 다양성이 없는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과세특 기록을 모든 학생에게 의무화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과세특은 참여와 활동 중심의 수업에서 발견되는 학생의 특기사항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특기사항은 말 그대로 특기사항이므로 특기사항이 없으면 기록하기 어려움에도 과세특 기재를 의무화하게 되면 부풀리기 또는 허위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수능을 대비하는 단순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학생 개개인이 보이는 특기사항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게 되므로, 과세특 기록은 더욱 부실해질 것입니다. 부실한 과세특 기록을 가지고 대학이 학종 전형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평가 자료가 부실해지면서 학종이 가진 장점이 사라지니 대학으로서는 대학이 찾는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렵게 되고, 이는 학종의 자연스러운 축소와 정시 비중의 대폭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4. 새로운 수능체제 개편에 서둘러 나서야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다양한 교육과정과 수업, 고교학점제 확산 분위기를 유지하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5지선다형 수능 체제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수능 체제 없이 수능 비중만을 확대하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포기와 같습니다.

우선 수시최저등급기준이라도 지금보다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합니다. 지금의 최저 등급보다 1등급 이상은 완화되어야 수능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능의 영향력이 40%가 넘어설 경우 고등학교 교육의 획일화, 과거 회귀만 부추기는 꼴입니다.

또한 수능 점수만 가지고 학생을 뽑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정시 전형이라 할지라도 학생부 기록이나 면접을 활용하는 ‘수능종합전형’이 정시 추진의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논술형 수능 도입의 로드맵을 서둘러 발표해야 합니다. 우선은 현재의 수능을 매우 쉽게 출제해서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는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고,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논술형 수능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10년 후에는 전면적인 논술형 수능으로 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없이 논술형 수능을 도입하게 되면 사교육만 부추긴다는 비판 때문에 말도 꺼내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5. 교육부가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는 불공정 논란의 대책일 뿐, 고교 교육에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시가 가진 불공정성을 고려할 때,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사회통합전형을 늘리는 것은 교육불평등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일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교육불평등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시에서도 고른기회 전형과 지역균형선발 비중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6. 고교 교육과 대학 입시를 분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바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진로 경로를 상상할 수 있을 때 고교 교육과 대입은 분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교육을 평생교육화하고, 직장인 누구라도 공부에 뜻이 있을 때 손쉽게 대학 진학을 고려할 수 있도록 취업자 전형을 대폭 늘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7. 교육부는 2018년 대입 공론화를 거쳐 확정한 정시 비중 30% 이상 권고를 번복하고 다시 40% 상향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발표한 방안을 1년 만에 뒤집을 수 있는 교육부를 믿고 교육의 현장을 지켜야 하는 교사들은 참 당황스럽습니다. 변화의 전망을 가지고 세웠던 계획들을 수정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학교 생활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입시가 마련되어야지, 성실하게 학원 다닌 학생들을 위한 입시가 원칙처럼 여겨지는 교육 정책을 학교 현장이 수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8.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지금보다 완화 또는 폐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둘째, 수능에 대한 부담과 사교육비 폭증을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 기조 유지 정책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천명하십시오.

셋째, 재정 사업 등으로 정시 수능 비율을 대학에 강요하는 조치를 멈추십시오.

넷째, 고른기회 전형과 지역균형 선발 비율을 더욱 확대하고, 수시 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지역균형선발과 고른기회 전형을 실시하도록 하십시오.

다섯째, 논술형 수능 도입의 로드맵 수립에 즉시 나서십시오.

 

2019년 11월 28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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