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 후에는 필연적으로 만남과 이별이 공존한다. 10명이 넘은 신인들이 프로 지명을 받거나 육성 선수로 각 구단에 입단하고 FA 선수들이 새로운 구단에 입단하기도 한다 트레이드로 선수 간 교환도 있다. 이 와중에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도 결정된다.
그리고 또 하나 시즌 후 기존 구단에서 방출되는 선수들과 현역에서 은퇴하며 원 소속 구단이나 KBO 리그와 작별을 고하는 이들도 있다. 그 이름 중 롯데와 KT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신본기도 있다. 신본기는 최근 현역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내야진 개편 KT 설자리 없었던 신본기
1989년 생으로 현 소속팀 KT에서 베테랑급에 속하긴 하지만, 백업 선수로 쏠쏠한 활약을 했던 신본기였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지만, 아직 현역으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KT는 팀 내야진의 고령화가 분명한 상황이고 젊은 내야수 육성이 시급하다. 내년 시즌 KT의 주전 내야진은 FA로 영입한 허경민을 시작으로 김상수, 오윤석, 문상철과 황재균, 오재일 등 30대 선수들이 주축이다. 그중 30대 초반의 오윤석이 가장 어린 나이다. 세대교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업 자원을 활용한다고 해도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에 신본기는 점점 더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추가 방출 선수 명단에 이름이 올라올 가능성이 컸다. 신본기는 타 팀에서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보다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여는 길을 택했다.
◆반등 가능성 보였던 2024 시즌 하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마침 올 시즌 신본기는 이전 두 시즌보다 더 많은 1군 경기에 나섰고 약점인 타격에서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KT가 부상 선수 속출로 고심하는 상황에 신본기는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KT가 후반기 반등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겹치며 KT와의 인연을 이어갈 수 없었다. 신본기는 착한 선수의 전형이었다. 신본기는 2012 시즌 롯데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신본기는 부산에서 선수로서 성장했고 대학교도 롯데 연고지에 있었을 만큼 아마 시절부터 롯데와 인연이 깊었다.
◆롯데에서 시작된 프로야구 선수 여정
그렇게 롯데에서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시작한 신본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견실한 수비와 성실함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꾸준한 내야수였다. 신본기는 백업으로 시작해 점점 1군에서 입지를 넓혀갔고 기량을 발전시켰다.
경찰청 야구단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고 제대 후 약점인 타격 능력이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 시즌에는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139경기에 출전해 0.294의 타율과 11홈런, 71타점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신본기는 타격에서 점점 내림세를 보였고 롯데가 내야진 강화를 위한 외국인 선수 영입을 하면서 점점 그 입지가 줄었다. 그러던 그에게 2021 시즌을 앞둔 시점에 단행된 트레이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KT로의 트레이드
롯데는 KT로부터 유망주 투수 최이준과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으면서 반대 급부로 불펜 투수 박시영과 신본기를 보냈다. KT는 즉시 전력감 투수와 야수를 보강했고 롯데는 미래 자원을 확충했다.
이 트레이와 관련해 많은 롯데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백업 내야수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면모로 인해 신본기는 매우 호감 가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신본기는 프로 입단 후 꾸준히 자신의 연봉 일부를 기부하는 등 선행을 지속했다. 그가 억대 연봉 선수가 아니고 팀 내 입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본기의 선행을 롯데 팬들에게 알려져 그의 팬들이 선행을 이끌기도 했다. 야구선수로서 선한 영향력을 롯데에서 발휘했던 신본기였다.
◆신본기를 대표하는 말: 선행, 성실함, 착한 선수
신본기의 선행과 성실함 철저한 팬 서비스는 그를 호감 가는 선수로 만들었다. 이런 호감도는 그의 진정성에 근거했다. 프랜차이즈 선수였고 인간적 호감을 가진 신본기와의 이별은 롯데 팬들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신본기는 KT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2021 시즌에는 KT의 통합 우승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롯데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한 기억을 쌓을 수도 있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의 홈런은 그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우승 팀 선수의 이력을 더한 신본기였지만, KT에서 그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었다. FA 내야수 김상수가 영입되고 트레이드로 오윤석 등이 추가 영입되면서 신본기의 1군에서 출전 경기 수도 줄었다.
하지만 신본기는 부상 선수 발생 시 그 공백을 잘 메웠고 백업으로 충실히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본기는 2022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하는 계약은 따내지 못했다.
그리고 두 시즌이 더 흘렀다. 2024 시즌 신본기는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섰고 타격 지표도 더 상승하는 등 반등의 시즌을 보냈다. 그 와중에 통산 1000경기 출전도 달성했다. 다음 시즌 활약도 기대할 수 있는 시즌이었지만, KT는 팀 내야진 개편 과정에서 신본기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베테랑 박경수가 은퇴하고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FA 이적하면서 내야진의 공백이 발생했지만, 두산에서 FA 3루수 허경민을 영입했고, 백업 내야진은 젊은 선수들로 대신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FA 3루수 황재균도 1루수 전향 등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신본기가 KT에서 더 역할을 하기는 힘들어지고 말았다. 신본기는 내야진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자원이고 원 소속팀 롯데도 재 영입을 고려할만했지만, 현역 선수 생활을 스스로 접었다.
◆2021 시즌 KT 우승 멤버 기억을 뒤로하고
KT는 신본기를 위해 은퇴식을 열어주기로 했다. 팀 첫 우승 멤버에 대한 예우다. 신본기 역시 KT에서 우승 경험을 선수 생활 중 가장 인상적이라 했다. 그는 은퇴 소감을 밝히는 손편지에서도 우승의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쉬움이 남는 신본기의 은퇴다. 누구보다 열심히 야구를 했고 성실했던 그였다. 그의 플레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사람 신본기에 대해서는 악감정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신인 시절부터 시작한 선행을 지속하는 것도 그의 인성을 보여주는 예다. 비록, 선수로서 화려한 이력을 남기지 못했지만, 신본기는 착한 야구 선수라는 기억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신본기가 그가 말한 대로 제2의 인생을 잘 열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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