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14회차(6) 2015년 9월 12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승인
2018.12.20 10:15
의견
0
형님과 형수님은
발벗고 멀리까지 나가신다.
눈에 보이는 대로 소라를 주섬주섬 줍다가,
아내는 그 옛날 이빨로 밑둥을 깨물며
쪽쪽 빨아먹는 기억이 새롭다며
한줌 주운 소라를 손에 든 채
옛 추억을 생각하기 바쁘다.
여기가 멕시코 바하에 있는
산킨틴(San Quintin)만 같아도,
질퍽질퍽한 뻘을 긁으면
피조개/대합/꽃게/방게/낙지에,
발목만 적시면 멍게/해삼/전복/꼬막이
바글바글하련만.
바닥이 온통 현무암 투성이니
인건비도 안나온다.
와,
저렇게 큰 홍합도 있었구만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맞나보다.
한때는 잘나갔다는 항구였다는데
이제는 아무도 배를 띄우는 사람이 없다.
1977년에 빙하 녹은 물이
홍수가 되어 이 항구를 덮쳤다.
허리케인이나 태풍 때문에 항구가
망가졌다는 소린 들어봤어도,
홍수 때문에 항구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 앞에 우린 망연자실 했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빨래를 널어놓고
형님이 텐트를 치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장난을 친다.
- 형님! 우리는 텐트 안칠래요.
- 그럼 어디서 잘껀데
- 부엌에서 잘래요. 아무도 없는데요 머.
- 누가 와서 나가라면 어쩔려고
- 나가라면 그때 나가죠 뭐.
배짱이다.
야영장 공동부엌인데
아무도 없으니 우리들 안방.
두 아가씨가 바닷가에서 주워온 것들을 끓여서 국물을 내고
나는 허겁지겁 바깥에 널었던 빨래를 부엌에다 펼쳐놨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