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_이야기(4)] 여름을 대표하는 연꽃 그림 - 연화도(蓮花圖)
박태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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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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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미술사적으로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부처상이나 스님이 연꽃 대좌에 앉은 모습이 많으며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신자가 연꽃 위의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불교에서 연꽃은 생명의 근원이고, 넓고 큰 자비로움을 뜻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상징하여 불교미술의 주요 문양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회화에 등장하는 연꽃은 불교와 상관없이 유교의 이상적인 존재인 군자와 선비를 의미했습니다. 북송나라 유학자인 주돈이(周敦)는 『애련설(愛蓮說)』에서 “내가 오직 연꽃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서 씻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이 소통하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으며, 깨끗이 우뚝 서 있는 품은 멀리서 볼 것이요, 다붓하여 구경하지 않을 것이니, 그러므로 연은 꽃 중에서 군자라 하겠다”라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국립민속박물관)
유교의 이상향인 군자를 연꽃에 비유한 것입니다.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운 것을 묻히지 않는 깨끗한 속성을 가진 연꽃은 속세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군자의 풍모와 닮았습니다. 선비들도 연꽃처럼 청아하고 기품 있는 삶을 살고자 하였습니다. 이처럼 미술사에 등장하는 연꽃에 대한 불교와 유교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민화에서 연화도는 주로 조선 후기에 그려졌으며 모란도와 함께 화훼화로 많이 등장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모란은 꽃의 왕으로, 연꽃은 꽃의 군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모란도가 봄을 상징하는 그림이라면 연화도는 여름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받아 진한 초록빛을 띠는 큰 연잎들 사이로 흰 연꽃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긴 줄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것 같은데요. 연화도 병풍을 방안에 펴 놓으면 마치 연꽃 연못을 집안에 들여놓은 듯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 물고기가 등장하는 연화도(蓮花圖) ⓒ 박태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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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는 특징이 있으며, 한 열매에 씨앗이 여러 개가 있어 다산을 상징합니다. 연꽃의 씨앗은 2천 년 묵은 종자가 발아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강인한데요. 이런 생명력 때문에 생명 창조와 번영을 뜻하기도 합니다. 여러 개의 씨앗에서 발아하여 무더기로 모여 있는 연꽃 그림은 연꽃의 왕성한 번식력처럼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또한 열매인 연과(蓮果)는 과거에 연달아 합격하라는 뜻의 연과(連果)와 음이 같아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뿌리와 줄기는 형제애를 나타냅니다.
▲ 오리와 새가 함께 등장하는 연화도(蓮花圖 ) ⓒ 박태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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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에는 연잎과 꽃뿐만 아니라 오리, 물고기, 새들이 함께 등장하는데요. 대부분 한 쌍으로 표현된 생물들은 정다운 부부의 화합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연화도의 연꽃은 다양한 의미가 있으며, 장식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서민들에게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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