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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19)] 기백엄마와 홍어회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2.09 12:26 의견 0
전남 해남이 고향인 처가와 전북 삼례가 고향인 우리집은 잔치날에 홍어가 빠지면 안 된다. 우리 둘이 결혼할 때 충무로 행복예식장의 식당을 반으로 나눠서 손님을 받았다. 한 마디로 홍어 배틀이 열렸다. 처가는 잘 삭힌 홍어회가 푸짐하게 상에 올랐고 우리집은 흑산도에서 공수한 생홍어가 상에 올랐다. 양측 손님들이 서로의 홍어를 나눠 먹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기백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홍어회와 보리굴비다.3년 전 추석에 생긴 일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 바람에 추석제사를 지내질 않았다. 기백엄마는 애들하고 일찍 친정인 암사동으로 갔다.

 

마침 전남 장흥 풀로만목장의 조영현 대표가 형수님과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신다기에 집으로 모셨다. 토종닭 두 마리를 삶아놓고 기다렸다. 그리고 고광석 회장과 안해광 후배를 불렀다. 안해광 후배는 마침 집에 홍어가 많다고 도시락 통으로 가득 싸왔다. 보리굴비 몇 마리와 함께...

 

몇 달 전 퇴근하는 기백엄마를 인사동 단골술집인 으로 불러 홍어회를 사줬다. <p class=(사진: 이정환)" width="550" height="367" /> 몇 달 전 퇴근하는 기백엄마를 인사동 단골술집인 <유목민>으로 불러 홍어회를 사줬다. (사진: 이정환)

 

남해다랭이마을에서 이창남 회장님이 보내주신 다랭이팜생막걸리를 상에 올리고 거나한 파티가 열렸다. 기백엄마가 홍어회를 좋아한다는 얘길 들으신 형님들이 '그럼 다른 먹을 게 많이니 기백엄마 몫의 홍어를 남기자'셨다.

 

랩으로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기백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냉장고에 홍어회 있으니 집에 오면 꺼내먹어'

 

그러고 나서 기백엄마가 친정에서 돌아온 날이다. 외출 후 집에 오니 내게 버럭 짜증을 낸다."홍어회가 어딨어 자기가 술안주로 다 먹은 거 아니야"

 

나는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잘 찾아봐." 라며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는데 홍어회가 진짜 없는 거다.

 

사연은 이렇다. 내가 외출한 사이에 아버지 간병을 보던 어머니가 집에 오셨고, 냉장고를 여니 홍어회가 랩에 차분하게 잘 싸여 있더란다.

 

"이게 왠 홍어냐!"며 병원으로 가져가신 거다. 적지 않은 양인데 며느리 몫을 조금 남겨 놓지 않고...

 

"보리굴비는 다 내가 먹을 거야" 기백엄마가 화를 낸다.'몇 마리 있으니 한 마리만 어머니께 드리자'고 해도 막무가낸다.

 

결국 보리굴비 네 마리는 전부 기백엄마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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