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사진따라(10)] 평양냉면의 전성시대가 왔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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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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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평양냉면을 먹은 건 십여 년 전 강남 우래옥(又來屋)에서다. 평양냉면을 유난히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 갔는데 첫 느낌은 밍밍함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자주 맛보는 자극적인 냉면에 길들여진 입맛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서울식 물냉면은 달달하고 육향이 진하고 새콤한 산미가 강하다. 얼음이 들어있거나 살짝 살얼음이 낀 육수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면발은 쫄깃하다.
낙원동 유진식당 (사진: 이정환 기자)
그런 자극적인 냉면맛에 길들여진 필자가 평양냉면의 밍밍한() 맛에 푹 빠지게 된 건 낙원동 유진식당에서다. 물론 유진식당의 물냉면도 처음부터 맛을 느낀 건 아니다.
유진식당은 안주들이 상당히 저렴하고 맛깔스럽다.편육이나 소 수육 등과 술을 마시기 위해 위해 찾다가 '선주후면'의 맛을 알게 되면서 밍밍한 평양냉면이 입에 붙으니 분식점 냉면으로 불리는 서울식의 자극적인 육수가 질리게 된 거다.
을지로3가 을지면옥 (사진: 이정환 기자)
얼마 전 냉면을 좋아한다는 지인과 을지면옥의 냉면을 먹었는데 딱 두 젓가락을 먹더니 더 못 먹겠다고 한다. 그녀 또한 서울식 냉면 맛을 상상하고 나왔던 거다.
평양식 물냉면집의 냉면은 메밀로 만들어져서 면을 가위로 자를 필요가 없다. 입술로도 면을 끊을 수가 있을 정도로 면발이 연하고 부드럽다.
군산 뽀빠이냉면(사진: 이정환 기자)
신사동 서경면옥(사진: 이정환 기자)
유명한 평양냉면집은 평양면옥, 필동면옥, 평래옥, 을지면옥 등 주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요즘은 인기와 더불어 서울 변두리나 신도시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전엔 나이 많은 이북출신의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맛에 빠진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기 시작한다. 게다가 정인면옥이나 유진식당, 서북면옥 등 저렴하지만 맛이 뛰어난 냉면집이 젊은 이들 사이에 인기다. 특히 맛객을 자부하는 이들 사이에 평양냉면이 트렌드가 됐다.
수유리 육면당(사진: 이정환 기자)
얼마 전에 우이동에 생긴 육면당은 7천원대로 정통 평양냉면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어제는 두어 달 전 신사동 가로수길에 생긴 서동면옥에서 순면을 먹었는데 전통적인 평냉전문식당에 비해 결코 그 맛이 떨어지지 않더라.
평양냉면 맛을 잘 모를 때 금강산 옥류관에서 먹었던 평양냉면을 다시 한번 먹고 싶다. 하지만평양냉면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금강산 옥류관 (사진: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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