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경복궁_이야기(15)] 향원지(香遠池)와 향원정(香遠亭)

시사-N 승인 2018.03.14 16:59 의견 0
경복궁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연못과 연못 위의 작고 아름다운 정자를 볼 수 있어요. 여기가 바로 향원정입니다. 향원정의 이름은 ‘멀리 향기가 퍼지는 정자’라는 뜻입니다.

 

향원정은 고종 때 만들어졌으며 연못 한가운데 인공의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육각형 정자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못의 모양은 사각형이고, 정자의 모향은 육각형의 형태를 띠어 당시 ‘땅은 네모지고 하늘은 둥글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을 담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곳 향원지의 물은 경회루 연못을 거쳐 경복궁의 밖으로 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한편 향원정에는 조선 말의 슬픈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명성황후는 향원정 북쪽 건청궁 곤녕합에서 일본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당시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려는 명성황후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본이 무사들을 사주해 경복궁의 담장을 넘어 들어와 명성황후를 살해했습니다.

 

이들은 건청궁 동쪽에 있던 녹산에서 명성황후의 시신을 태우다 타다 남은 시신은 녹산에 묻고 재는 향원정 연못에 버렸습니다. 한 나라의 황후를 무참하게 살해한 것도 모자라 그 재까지 왕궁의 연못에 버리는 참극을 벌인 것입니다. 아름다운 향원정에는 몰락을 앞둔 조선의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향원정의 모습

(사진출처 : 경복궁 홈페이지)

경복궁에는 경회루와 향원지이라는 두 개의 큰 연못이 있습니다. 웅장한 경회루가 정치적 기능을 하는 반면, 아늑한 향원지는 휴식을 위한 공간입니다.

 

향원정은 현재 복원공사중입니다. 향원정을 출입하는 다리인 취향교를 복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취향교는 원래 향원정 북쪽의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폭격을 당하며 취향교가 없어지자 1953년에 복원공사를 시도하며 위치를 북에서 남으로 잘못 잡았기 때문입니다.

 

향원지의 물은 열상진원샘으로부터 들어갑니다. 차가운 샘물이 향원지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물길이 한번 꺾이고, 둥근 돌 속에서 회전하도록 했습니다. 명당수의 개념 때문에 꺾이도록 설계한 점도 있으나 너무 차가운 샘물이 바로 연못으로 들어가면 연못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의 생장에 좋지 않다고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한편, 1887년 경복궁에 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향원지의 물을 증기기관에 끌어들여 발전기를 가동해 전깃불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못의 물을 끌어다 불을 밝힌다고 전깃불을 물불이라 했습니다.

 

♣tip 한편, 물불을 건달불이라 부르기도 했는데요, 왜 건달불이라 했을까요 그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이재권 / 한누리역사문화학교]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