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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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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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외갓집에 갔던 애들이 돌아왔다. 작은 놈은 저녁만 먹고 왔고 큰 놈은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에 들어왔다. 애들이 크면서 외가와 조금씩 멀어진다. 어릴 적엔 엄마를 따라가서 며칠 내내 있다 오더니 이제는 다 컸다고 따로 논다.
내가 처가에 냉담한 지가 10년쯤 된다. 십여 년 전 추석에 처가에서 쫓겨난 후 발길을 뚝 끊었다. 처음부터 결혼을 반대하던 장모는 결혼 후에도 내 얼굴을 보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처남은 벤처 붐이 일어날 때 모M&A회사의 상무였는데 그 회사가 내게 투자를 했다. 내 지분은 35% 그 M&A회사의 경영진과 회사측 지분이 65%의 구조였다.
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들의 회사가 투자유치를 해주는 조건이었는데, 투자유치를 실패했고 내 회사는 부도 위기를 맞았는데 그들은 부도를 방치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한 달 만에 내 스스로 투자유치를 성공했다. 나는 투자유치 따위엔 문외한이었는데 당시 전자신문의 엔터테인먼트 파트의 모 국장이 대문짝만하게 실어준 내 기사가 투자자들의 구미를 땅겼던 거다.
정확히 한 달 만에 100억 가까운 돈을 투자 받게 됐다. 부도를 방치했던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나는 그때부터 처남과는 연을 끊었다.
기백이와 기현이의 십여 년 전 사진, 기백이는 군생활 중이고 기현이는 조만간 입대예정이다.
(이정환 작가)
그 후로 처가에 갈 때는 처남을 피해서 다녔다. 그러다가 10년 전 추석날 처갓집에서 처남과 마주친 거다.
냉랭한 분위기를 느낀 장모는 식구들과 밖에 나가서 맥주나 한잔 마시자고 제안을 했는데 문제는 장모의 행동이었다.
"야! 승민아, 이서방은 맥주를 안 좋아하니까 너희 식구는 승협이네 애기를 보면서 집이나 지키고 있어라."
승민이는 기백엄마고 승협이는 막내처남이다. 당시에 막내처남이 백일이 갓 지난 갓난아이가 있었는데, 우리 식구들은 집을 지키며 그 애나 보고 있으란 거다. 자기네 식구들은 맥주를 마시러 나가고 말이다.
성질 격한 기백엄마가 발끈해서 난리를 쳤다. 험악한 분위기는 제일 어른인 장인어른이 나서서 겨우 진정이 됐다. 결국 장모가 원하는 건 나만 빠지면 되는 분위기였던 거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 날 이후로 처가와 냉담 하는 중이다.
이제 기백이 기현이가 머리가 크니 외갓집의 그런 분위기를 알아차린 거다. 요즘엔 외가에 일이 있을 때나 인사차 잠깐 들렀다가 혼자 집에 있을 아버지 생각에 집으로 일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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