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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좀비와 함께 오싹한 여름을 맞고싶다면 - '뮤지컬 이블데드'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6.27 11:13 의견 0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인간의 상상력은 우리가 한 번도 본적 없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나 반인반수, SF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 그리고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존재 역시 외국 호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생명체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생명체, 바로 ‘좀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호러영화 ‘이블데드 1,2’를 각색해 하나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150분의 시간이 언뜻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뮤지컬을 보는 내내 관객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와 극에 들어있는 코믹한 요소들이 결합해 관객들을 뮤지컬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좀비와 맞서싸울 준비를 하는 애쉬와 제이크, 애니 (쇼보트 제공)줄거리는 간단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외딴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 주인공 일행은 지하실에서 죽음의 책이라는 문서와 노비 박사의 녹음테이프를 발견한다. 그들이 녹음기를 재생하면서 깨어나서는 안 될 존재, 좀비들이 깨어나게 되고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은 좀비로 변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 좀비들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줄거리보다는 등장인물에게서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 애쉬와 그의 여자 친구 린다, 여동생 셰럴, 친구인 스캇과 여자 친구인 셀리까지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매력을 끝없이 발산한다. 여동생 셰럴은 책을 읽고 즐기는 얌전한 인물이었지만 좀비로 변하면서 걸쭉한 욕을 구사하는 성격으로 변화한다. 이 두가지 성격을 찰지게 연기하면서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블데드’의 특별한 재미는 바로 스플래터 석에 있다. 맨 앞에 앉은 관객들은 뮤지컬이 중반을 지나면서 우비를 꺼내 입기 시작한다. 바로 뮤지컬의 중 후반부에 있는 피를 온몸으로 맞기 위해서다.

 

자신들만의 의식을 치르는 좀비들. 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인다 (쇼보트 제공)

 

자신들만의 댄스 의식을 마친 좀비들은 맨 앞 관객들에게 다가가 피의 주머니를 터뜨린다. 물뿌리개, 양동이 등 피를 뿌려대면서 관객들이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흰 색 티셔츠를 입은 관객들은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즐겁게 피를 맞는다.

 

스토리 전개가 끝났다고 해서 뮤지컬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약 30여분 간의 커튼콜에서 배우들은 뮤지컬에 삽입된 주요 곡을 다시 부르면서 관객들과 함께 즐긴다. 커튼콜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응하고 박수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방적으로 뮤지컬에서 들었던 노래를 부르고 들려주는 무대가 아니었다.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뮤지컬이었다.

 

B급 코미디 좀비 호러 뮤지컬. 장마철이라 습하고 꿉꿉한 이 날씨에 좀비와 함께 시원한 뮤지컬을 즐겨보면 어떨까 오싹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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