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파크] 심슨가족 극장판, 20년의 세월과 트렌드 모두를 담아내다
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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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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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총기소지,공산주의,동물학대…….용광로에 비유되는 나라, 다원주의 '미국'은 갖은 사회적 논쟁의 안건들에 대해 범국가적 토론을 거쳐 정립된 나름의 답,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방송된 시트콤,〈심슨가족 the simpsons 〉은 바로 그것을 비웃어왔다.진지해야 옳을 주제를 두고도 심슨가족은 늘 희희낙락이다. 그나마 '개념 잡힌' 둘째딸 리사 심슨도, 조금만 진지해지려 하면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흥미롭게도,이렇게 미국적 가치관을 놀리는 코미디덕에 심슨은 '가장 미국적인 쇼'로도 불린다. 아이러니다.
하지만 극장판 심슨은 TV애니메이션 심슨이 20년 넘도록 고수해 온 이러한 웃음의 코드를 상당부분 포기했다.심지어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진지한 어조를 띄고 숱한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보태기까지 한다.물론,돔으로 외부와 차단된 스프링필드란 공간 안의 사람들이 생필 물자의 부족을 겪고,심지어 정부 차원의 테러 목표가 된다는 이야기 설정은 명백한 정치 풍자이고,발음도 제대로 안 되는 무능한 극중 대통령의 모습 역시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그러나 극장판 심슨은 미국적인 것,심슨가족다운 것 보다,세계적으로 더 먹힐만 한,더 어린 관객들도 즐길만 한,다시 말해 ‘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을 만한' 코미디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심슨답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작품'의 완성, 그리고 엄청난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다. 팬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겠지만, TV판을 즐겨보지 않던 이라도 두루두루 즐길만한 모양새로 완성된 것 역시 그렇게 슬프게만 볼일은 아니지 싶다.
스케일을 스프링필드 전체로 확장시킨 것 역시 적절 했다.두시간짜리 특별방송이 아닌 전세계 개봉을 목적으로 한 대형 영화사의 영화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해 주었다.TV로는 보여주기 힘든 규모를 제시해,관객들로 하여금 TV에서 공짜로 해주는걸 굳이 돈내고 오는 바보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아,이건 호머 심슨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규모를 키운 대신 등장인물 을 심슨 일가족으로 최대한 한정시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아푸나 재스퍼 영감 등의 인물이 모조리 사라진 게 아쉽긴 하지만, 비중이 거의 없던 '매기'의 코미디는 그야말로 극장판 아니면 못 볼 구경 아닌가.
마지막 장면,호머와 마지의 키스 장면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20년이란 시간의 아련함을 업고 더할나위없이 로맨틱해진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그리고,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매기의 한 마디는 영화 역사상 속 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 중 가히 최고가 아닌가 싶다.팬들이 원했을 ‘ 그 무엇 ’ 이 많이 아쉬운 이 작품에서,거의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팬서비스다.0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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