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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_이야기(46)] 비가 내리면 좋아요

5살 안아가 보는 세상(9)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28 15:50 의견 0

어젯밤은 텁텁한 밤이었어요. 그러더니 새벽에 비가 내리네요. 새벽에 들리는 빗소리는 아빠를 깨웠어요. 잠에서 깬 아빠는 창을 닫아서 바람이 지나던 길을 막고, 시끄럽게 떠드는 빗소리도 작게 했어요. 하지만 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예쁜 소리를 내면서 아침까지 내렸어요. 꼭 안아가 일어날 때까지 웃으면서 기다리는 거 같았지요.

"안아야, 유치원 가야 할 시간이야!"

비가 와서 평상시보다 어두운 하늘 덕에 안아는 아직 새벽이라고 생각했어요.

"비가 오는데, 새벽은 아니야"

안아가 물었어요.

"응. 벌써 8시 30분이야! 이제 옷 입고, 밥 먹고, 약도 먹고."

며칠 전부터 코를 훌쩍거려서 병원에 다녀왔어요.

"응. 비오니까 좋다!"

빗소리는 안아가 옷 입고, 밥 먹는 동안에도 '투둑투두둑' 소리 내면서 상쾌한 연주를 해주었어요.

밖으로 나갈 때는 평소보다 선선해서 안아가 제일 좋아하는 분홍색 겉옷도 입었어요. 그리고 비가 와야만 신을 수 있는 장화도 신었지요.

"참, 아빠랑 같이 우산을 쓰면 난 우산이 필요 없겠다. 그렇지"

"응. 그래도 괜찮아."

밖으로 나와서 안아가 좋아하는 꽃들이 활짝 핀 화단을 걷는데, 전에는 씩씩해 보이던 꽃들이 많이 시들어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꽃들인데."

안아는 시든 꽃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우산은 하나, 그리고 아빠와 안아, 아빠 가방과 안아 가방. 아빠와 안아는 비와 관련한 노래를 불렀어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그런데, 안아는 왜 비 내리는 게 좋아"

"비가 오면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좋아!"

아빠는 나무들이 잘 자라서 비를 좋아하는 안아 생각이 궁금했어요.

"나무들이 자라면 왜 좋은데"

"비가 와서 나무들도 자라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꽃들도 자라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라게 하면,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서 좋아!"

어른들은 비가 오면 교통문제로, 출근문제로 걱정하고 귀찮아하는데, 아이는 비가 내리면 세상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서 좋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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