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20대 때 태국, 중국, 필리핀 등으로 비전 트립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한동안 절실히 느꼈던 점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해외 선교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였다. 다녀와서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위와 관련된 생각마저도 거의 남지 않았다.
그리고 비전트립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단기선교를 다녀오면, ‘다 이루었도다!’의 심정을 갖는다(특히, 단기선교를 많이 보내는 ‘삼일교회’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위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실제로 선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혹 전도 활동을 한다고 해서 당장 열매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눈으로 선교지를 보고, 설명을 듣고, 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사님들에 대해 애틋함, 심정적인 동조 정도를 갖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그 정도 시간과 정성을 창업과 관련한 프로그램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시점에서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청년들이 선교지를 다녀왔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다가 사라진다.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도 헤어지면 그 슬픔과 좋은 추억도 아련해진다. 하물며, 채 10일도 안 되는 기간에 다녀와서 느낀 심정이 얼마나 오래 남겠는가?
현지에서는 안타까움도 크고, 선교의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전부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니다), 절실했던 감정도 사라진다. 이런 감정을 계속 느끼고 싶다고 하더라도 매년 선교지를 나갈 수 있는 시간과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과거 필자가 교회 후원을 받아서 2년 연속 비전트립을 다녀왔으며, 10년이 지난 후에 역시 비용의 일부를 후원받아서 다녀온 적이 있다. 기독교 사역을 계속했던 필자도 매년 선교지를 방문한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당연히 일반적인 교회의 청년들은 기껏해야 청년 시절 한두 번 경험하면, 끝이다. 이러한 경험도 부모님과 교회의 후원이 없으면 힘들다.
공유경제를 통한 창업 활동은 새로운 혁명 시대의 대안적인 청년 참여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실질적인 후원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교회에서 창업자 마인드를 형성하게 해주고, 실질적을 창업했을 때 그 수익이 교회로 환원돼 넓은 의미의 선교 활동에 지원되기에 실질적인 선교를 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해외 선교지와 연계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식견을 갖고 아이디어도 도출할 수 있다. 이쯤에 해외 선교지를 나간다면, 노방전도 수준이나 선교지 탐방이 아니라 자비량 선교를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교는 현지화해야 한다. 해외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잠시 귀국했을 때의 모습을 보면, 피부색 자체가 현지인처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선교지의 음식을 먹고, 언어를 사용하고, 유사한 생활을 하면, 당연히 현지인처럼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들에 대한 복지는 취약하고, 후원에 의지해서 선교하다 보니, 재정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IMF때 많은 선교사가 재정적인 문제로 귀국했다.
그리고 선교의 성과도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이뤄진 기독교 선교는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치적으로는 당시 지도층과 연계됐고, 사회적으로도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으로 인해 피할 곳 없던 민중을 품어줬다. 교육적으로도 서양 근대식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을 설립해서 신식교육 시스템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다. 종교적인 접근만으로 선교를 할 수 있다는 건 우매한 생각이며, 불가능한 일이다.
간혹 이런 생각이 너무 현실적이라고 하면서 인간이 아무리 애쓴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이 도움이 없으면 이뤄지는 게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골방에서 무릎만 꿇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다. 기독교인이 좋아하는 기도 대통령 링컨도 남북전쟁이라는 행동을 개시하지 않았는가? 아울러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열심히 유세도 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만 가능하다라는 말을 하기 전에 우리는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독교인으로서 살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네트워크는 전 세계적일 것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는 당연히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것인데, 이러한 공동체를 조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핵심 계층은 당연히 청년들이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이들과 함께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선교다.
『제6의 물결』에서는 제품 중심으로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한다면, 지역적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세계적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청년들의 창업은 두 가지 경우 모두 해당하는데, 전자는 지역적인 모델로 발전시켜서 해외 선교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제안이고, 후자는 한국에서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일회성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선교여행이 아니라 창업을 통한 선교 방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계속해서 선교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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