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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랑_이야기(1)] 프롤로그

양화랑 손양화,임현석 승인 2020.05.20 11:30 | 최종 수정 2020.05.21 12:57 의견 0
<양화랑_이야기>의 두 주인공 손양화, 임현석 자작 캐릭터.  (손양화 페이스북)

◇ 양화

어릴 때부터 적당한 성적으로 적당히 학교를 다니던 적당한 사람이었다. 물론 맡은 일에 최선은 다했지만, 특별하거나 유달스러운 면은 없었다. “지옥같은 회사생활도 견디고 버텨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하길래 그렇게 살았다.

나는 삶에 있어 확실히 좋아하는 무언가 혹은 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결핍도 있었다. 물론 불행히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몰랐던 세계였을 뿐이었으니까...

여차저차 적당히 살다보니 들어가게 된 회사에서 남들처럼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며 회사욕이나 하던 서른 살이었다. 인생이 확 바뀔 것 같던 서른 살에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31살을 맞이하는 날 밤이었다.

친구와 칵테일을 한 잔 했다.

충격이었다. 살면서 마셔본 칵테일 중 가장 맛있는 칵테일이었다. 사실 “아 오늘 마신 한 잔, 참 좋았어” 라고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웬일인지 확 꽂혔다. 그 이후로 맛있는 술을 찾아 마시게 되었고, 술에 담긴 이야기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 듯 했던 회사생활을 그만 두고 싶어졌을 때, 좋아하던 맥주회사의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다. 페이도 경력도 포기해야 했기에, 아마 그 칵테일을 마시기 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그 날의 한 잔의 술이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바꿔놓은 것이다.

취향을 쫓다보니 좋아하는 브랜드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로우로우>라는 잡화 브랜드다. 재밌는 건 <로우로우>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 작은 잔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삶을 바꾼 한 잔의 술처럼, 아직 내가 맛보지 못한 잔들을 맛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번 책은 여행을 하며 마신 수많은 잔들 사이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 현석

21살 때부터 인도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의 매력에 빠져 기회가 생길 때마다 네팔, 인도, 미국 등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여행을 갈 땐 관광지보다는 시내 거리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지역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가는 삶의 패턴에 매력을 느꼈던가 보다.

그 덕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거나 무엇이든 도전한다는 자신감은 생겼지만, 갈수록 현실감을 잃고 히피같은 삶을 꿈꾸며 20대를 보냈다. 뒤늦게 현실감을 가지고 30대를 맞이한 나의 통장잔고는 0에 수렴했다.

‘IT스타트업, BTL마케팅, 창업, 자동차 벤더, 공유오피스, F&B’

1번의 창업, 4번의 퇴사를 하며 얻은 건 조바심이었다. 돈에 대한 조바심. 그러다보니 모든 경험과 영감은 ‘자산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조바심이 동력이 되어 신혼여행을 ‘로컬 비즈니스 트립’을 떠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 양화님도 흔쾌히 동의하며 함께 여정을 기획했다. 이번 여행이 비즈니스 트립이 아닌 로컬 비즈니스 트립인 이유는 ‘로컬’속으로 뛰어들자는 의미였다. ‘핫’하다는 도시를 돌며 거리에서 매장에서 집에서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다르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었다.

떠나기 전에는 거창한 독점 유통계약을 따내거나, 획기적인 사업아이템을 기대하며 떠났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 초반에는 환경 자체가 너무 다르다 보니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고민되기도 했다. 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일상이다 보니 한국의 상권개념과도 달랐고, 인테리어도 한국보다 투박하면 투박하지 디테일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라던 인사이트는 웅장한 인테리어와 빌딩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던 카운터 직원, 목적지로 이동하며 대화했던 우버 드라이버, 숙박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 등 돌아보니 로컬 안에서 만난 그들의 대화에 인사이트가 있었다. 연재를 통해 거창한 사업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로컬에서 느낀 그들의 방식을 나누고자 한다. 독자마다 다른 상황과 다른 업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므로 각자에게 필요한 다른 쓰임새로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계속)

 

▶[양화랑_이야기]는 <비로컬> 외에도 양화랑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 등에서도 동시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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