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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위의사람들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승인 2019.08.13 16:26 의견 0
유나의거리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말복인 늦은 밤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주말에 바빴던 터라 더위에 지칠대로 지쳤었는데 제법 내려주니 반갑고 고맙다. 베란다 문을 열어 제끼고 빗소리에 흠뻑 젖고 튀어오는 빗방울에 또 젖었다.

유나의거리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막바지 더위를 이겨내는 주택가 골목은 말을 잃고 한산했다.  간혹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양산도 손풍기도 무용지물처럼 거추장스러 보일 뿐,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큰 도로로 나오니 썬그라스로 무장한 사람들이  햇빛가림막 안에 모여 있었지만 답답해 보였다.

유나의거리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이 더운날 재활용 물품을 수거해 태산같은 삶의 무게로 리어커를  끌고가는 노인의 단내나는 박복함도, 여름은 젊음의계절 사랑의계절이라 노래하며 산과들로 떠난 청춘들도,  덫처럼 걸려버린  잡스런 발림의 일상도, 녹일듯 내리쬐는 태양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만하면 땀꽤나 흘렸으니 말복 이별가나 부르며 살랑바람 가을 마중이나 나가련다.

유나의거리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유나의거리 "말복이별가"  (성유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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