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프랑스식 코미디과 과연 한국에서도 통할까요?” - 몰리에르 작 <스카팽>

김혜령 기자 승인 2019.09.16 13:09 의견 0
"우리가 곤란할 때 언제나 멋지게 도와줄 사나이" 스카팽(SCAPIN)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에서 준비한 프랑스 코미디극 <스카팽>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생애를 다룬 내용과 몰리에르의 집필작 <스카팽>을 연결해 120분동안 공연되었다.

몰리에르가 누구인지, 극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라도 된다. 극의 시작에 몰리에르의 생애와 몰리에르가 집필한 연극 <스카팽>을 소개한다. 무대에 라이브 연주자와 등장해 일인극처럼 풀어나간다. 이어 스카팽의 등장인물이 소개되는데 흥겨운 연주와 현란한 조명, 하얗게 분칠한 모습을 보니 오래 전 보았던 유랑극단이 절로 떠오른다.

극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관찰자인 몰리에르가 자신이 쓴 극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극 바깥에서 지켜보는 형식으로 극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극 안에 있고 누가 극 밖에 있냐를 따지기는 애매모호하다. 몰리에르와 극 중 인물들이 계속된 의사소통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극작가 몰리에르와 몰리에르가 집필한 극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파괴된 채 무대 위에 등장한 인물 모두가 만들어가는 거대한 연극으로 변모한다.

배우들의 멋진 호흡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통해 큰 웃음을 선사한다.  (국립극단 제공)

또한 극은 전반적으로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연상케한다.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란 극중 인물과 관객간의 감정 교류를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극 중 관객에게 말을 건네거나, 노래를 넣는 등 연극에 몰입을 방해해 ‘지금 관객분들이 보시는 장면은 몰입해야할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연극일 뿐입니다’를 상기시킨다. 관객에게 “연극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주변분들에게 소문내주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걸거나 라이브연주와 곁들인 노래부르기 등 이야기의 몰입에 방해하는 장치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고전이라서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하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위에 스토리 구조, 연출방법 따위는 아무 상관없다. 연극 그 자체로도 즐겁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자체에 숨겨진 경쾌한 리듬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2시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스토리라인도 아주 분명하다. 스카팽이라는 당대의 해결사를 중심으로 두 가문의 이야기가 중첩된다. 두 가문에 얽힌 힘든 문제를 스카팽이 명쾌하게 해결해준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렇게 연극을 2시간동안 즐길 수 있게 된 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가장 크다.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합을 보여준다. 연극의 특성상 배우들이 대사호흡 뿐 아니라 몸동작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다. 한쪽에서 의자를 던지면 한쪽에서 의자를 척 하고 받는 등 약간의 슬랩스틱(slapstick;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 코미디가 가미되었기 때문에 한순간의 틀어짐이 극의 리듬을 모두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러나 <스카팽>의 배우들은 아주 작은 몸놀림까지 놓치지 않고 매끄럽게 연극을 만들어갔다.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극이 주는 풍자와 즐거움이 더욱 배가된다.  (국립극단 제공)

특히나 극에서 중요한 역할은 라이브 연주에 있다. 배우들과의 액션에서 효과음을 일일이 주고받아야했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에 연주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브 연주자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연결해 극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주역 역시 몰리에르 역의 배우 성원이었다. 몰리에르 역은 주인공이면서 멀티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모자랄 때는 극 속의 배우로 분하고, 극 밖에서 해야 하는 해설자 역할에, 효과음까지 내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며 무대를 멋지게 꾸며냈다.

극 속에 그날의 날씨, 영화 패러디까지 깨알같이 숨겨두어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숨은그림찾기까지 선물한다. 똑똑한 하인에게 도움을 받는 지배계층 풍자를 통해 당대의 시대를 풍자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점을 던진다.

아무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연극을 찾고 있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연극 <스카팽>은 9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