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단 ‘다빈나오’ 김지원 대표 - “배리어프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막힘없는 세상을 꿈꾸며...”

윤준식 기자 | 기사입력 2017/09/09 [20:25]

[인터뷰] 극단 ‘다빈나오’ 김지원 대표 - “배리어프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막힘없는 세상을 꿈꾸며...”

윤준식 기자 | 입력 : 2017/09/09 [20:25]
지난 9월 5일 강서지역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장애아동 부모들의 입장이 좁혀지지 못한 상황 속에 장애아동 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며 학교설립을 통사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혐오시설처럼 여기게 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2년 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극단 ‘다빈나오’의 작품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을 본 적이 있다. 장애인의 애환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들의 삶을 진솔히 보여준 이 작품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극단 ‘다빈나오’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얼마 전 각 매체의 보도를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단체로 소개된 것이다. 수일 전 JTBC 뉴스룸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650일 만에 공연을 하게 된 단체로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닌가?

 

신작 배리어프리 소리극 “옥이”를 연출한 극단 ‘다빈나오’의 김지원 대표를 찾아 이번 작품과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극이기에 가능한 다양성이 현실을 재조명해준다.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309"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극이기에 가능한 다양성이 현실을 재조명해준다. (사진: 김혜령 기자)

 

¶ 2005년 설립되어 꾸준히 공연을 올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 원래 동호회로 시작되었다. 배우란 일은 장애인에게는 가져볼 수 없는 꿈이었다. 보면 되고 싶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 몸 때문에 내가 사는 것도 힘든데, 접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다보니 꿈꾸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너무 어렵더라.

 

그러나 무대는 특수한 공간이다. 가상의 공간인 무대는 무엇이든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 어려워도 무대로 나가는 건 할 수 있다. 걱정 말고 무대 위로, 안전한 공간으로 나와라. 너의 장애가 부각되어서 희극요소가 될 수 있고 불쌍하게 보지 않을 거다. 극단명인 ‘다빈나오’, “다 같이 빈 마음으로 나오시오! 다 빛나오!” 이런 의미다.

 

그러다 전문단체가 되었다. 이제 퀄리티를 확 높이자. 우리의 경쟁상대는 다른 연극단체들이다. 장애인이 아닌 배우로서 경쟁을 해보자. 우리들의 몸짓, 움직임, 표현, 호흡들로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보자. 수많은 작품 속에서 사람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만들자.

 

다빈나오의 공연을 보면서 불편하게만 생각했던 장애인들의 이야기, 장애인들과 어떻게 함께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근하기 쉽게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었다. 사람 이야기, 가족 이야기, 꿈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공연을 보고 같이 사는구나, 위로받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번에 소리극 “옥이”로 정말 오래간만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배리어프리 공연’이라는 용어도 살짝 언급되고 있는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 ‘배리어프리 공연’이라는 건 누구나 막힘없이(barrier free)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장애가 있는 이에게는 인이어 이어폰와 해설을,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는 자막과 수화통역을, 노인분들이나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공연장 접근과 좌석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다.공연을 준비하며 상업적 성공을 위해 관객을 타게팅하지만, 그 공연을 보고 싶어도 불편함 때문에 못 보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공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떤 불편함이 있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치가 구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공연 내내 공연장을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다. 그것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자기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뛰고 소리 지르며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연도 만들어져야 한다.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이라는 단체는 발달장애 친구들과 같이 뛰어노는 공연을 만든다. 일종의 연극놀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런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는 이 공연 속에서 잠시 쉴 수 있다. 그런 공연이 엄마에게는 힘이 된다. 누구에게는 감동, 누구에게는 힘이 되는, 누구나 휴식이 되는 것이 연극, 예술이 가진 힘이니까... 그런 것들이 더 활성화되고 편안하게 이루어지게 하자는 것이 ‘배리어프리 공연’이다.

 

이번의 소리극 “옥이”에는 해설자가 등장하고 퓨전국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해설자? 신파극의 변사같은? 퓨전국악 연주와 중간중간의 소리로 극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극 자체가 배리어프리다.

 

배리어프리의 묘미를 제공한 퓨전국악그룹 '사이너머'와 민소윤 음악감독 <p class=(극단 다빈나오 제공)" width="550" height="413" /> 배리어프리의 묘미를 제공한 퓨전국악그룹 '사이너머'와 민소윤 음악감독 (극단 다빈나오 제공)

 

¶ ‘소리극’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는가? 2년 전에 보았던 작품 ‘아주 특별한 우리 형’에서도 공연 내내 건반의 라이브 연주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 일단 국악기 소리가 너무 좋았다. 대금, 해금의 울리는 소리가 좋아서... 국악기 소리가 우리 ‘다빈나오’와 너무 닮았다. 우리 배우들의 깊은 감성을 촌스럽지 않게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번 극에선 노래도 한다. 그래서 소리극이다. 진한 창이 아니라 가볍게 살짝하는 정도지만...

 

사실 ‘다빈나오’가 라이브 연주를 삽입하는 이유가 있다. 보통 극에 음악을 사용하게 되면 초를 정확하게 계산해 배우들이 움직인다. 그런데 ‘다빈나오’ 배우들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근육장애가 있는 배우들은 매우 힘들다.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은 이것을 이해 못한다. 그러나 라이브 연주는 연주자가 배우에게 맞출 수 있다.

 

이번에 퓨전국악과 함께 소리극을 하게 된 것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다빈나오’의 작품들은 배우들 본인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배우들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가 가능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다른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처음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할이 힘들다. 여태까지는 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본을 최적화시켰다. 가족이야기, 가볍고 코믹한 거로 했다가 깊이 있는 극으로 이번엔 전혀 다른 시도를 한 것이다.

 

연출자의 의도만으로 될까? 이번엔 저에게도 도전, 배우에게도 도전, ‘다빈나오’ 전체에 도전이다. 어쩌면 그동안 ‘다빈나오’의 극을 봐왔던 관객들이 “다빈나오 색이 변했나?”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게 발판이 되어서 어떤 분야의 극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 학교나 장애인단체 등에서 ‘다빈나오’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럴 땐 어떻게 하는가?

 

☞ 예전에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을 하고 나서 공연요청이 많이 왔었다. 그러나 초청이 오더라도 갈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공연장 조건부터 따져봐야 한다. 극의 퀄리티를 그대로 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장애인들의 접근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이동문제다. 휠체어용 버스를 빌려야 하는데 이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공연에 필요한 것들을 이고 지고 나르는 것도 큰 일이다. 배우들의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별도의 스탭을 고용해야 한다. 한 번의 외부공연을 나가려 해도 500~700만원 정도의 자금이 사용된다. 마음 같아선 불러주는 곳 어디라도 가고 싶지만...

 

9월 9일 공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이 관람차 방문했다. 이런 관심이 1회성이거나 정치적 지향만은 아니길 바래본다. <p class=(출처: 극단 다빈나오 페이스북)" width="550" height="413" /> 9월 9일 공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이 관람차 방문했다. 이런 관심이 1회성이거나 정치적 지향만은 아니길 바래본다. (출처: 극단 다빈나오 페이스북)

 

¶ 불편한 질문일텐데 문화예술인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다빈나오의 배우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기에 더 큰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 장애등급이 높은 분은 정부지원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장애등급이 낮은 분들 중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 미용실에서 청소를 해주고 나와 배우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텔레마케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것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사회로 나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이 세계 안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다들 열심히 산다.

 

장애인 배우들도 전문배우다. 장애인 배우가 필요한 곳 여기저기에 섭외되어서 간다. 오히려 나는 “페이 많이 불러라. 다른 사람보다 두 배로 힘드니까 몸값도 두 배로 받으라”고 말한다.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배역을 맡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라는 식의 느낌을 풍기는 곳이 있다. 그들도 장애를 가진 배우가 필요해서 불렀으면 연기에 대한 페이로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해 650일 만의 공연을 하게 되지 않았나? 그러나 자본주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정부지원에만 기대는 경쟁력없는 공연단체는 도태돼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다빈나오’와 같은 장애인 예술단체의 경우, 정부지원이 끊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정부지원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가?

 

☞ 문화예술단체의 운영은 정말 어렵다. 가끔 페이 안 주는 사태가 뉴스에 나오지 않나? 작품을 한다 해도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개인 돈을 내서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조상 대표 혼자서 제작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돈이 되는 상업적 작품만 해서는 문화예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빈나오’의 경우, 극장 대관에서부터 다른 단체들보다 많은 돈이 든다. 우리에겐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배우들도 그렇지만 보러오는 관객들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곳은 공연 자체가 힘들다.

 

대학로에는 우리 예산으로 대관이 가능한 극장들은 지하로 한참 내려간다. 여기에 엘리베이터도 없다. 이렇게 지하철에서 멀리 떨어진 극장까지 와야 엘리베이터가 있다. 대관도 오래 못한다. 뭘 할 수가 없다. 극장 지원, 대관료 지원이라도 해주면 수월할 것 같다.

 

우리가 공연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직업을 잃어버리는 것만이 아니다. 꿈도 잃어버리는 거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 비장애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것들이 사라져버린다.

 

이런 일들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일이기에 정부의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적절하게, 누가 봐도 공평하게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건강한 경쟁, 즐거운 경쟁도 이루어져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전문성도 높아지지 않을까? 시립장애인극단, 국립장애인극단도 생겨나 더욱 발전하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 용어해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작성한 '장벽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 보고서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는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2000년 이후에는 건축이나 시설 등의 물리적인 것 외에도 제도, 법률적 장벽과 각종 차별과 편견, 마음의 벽을 허무는 행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어느 날 나타난 형과의 동고동락 – 극단 다빈나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http://www.sisa-n.com/8942?cat=10♠ [공연리뷰] “이 시대의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 – 극단 다빈나오 소리극 ‘옥이’     http://www.sisa-n.com/17139?ca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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