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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리에서 희망을 찾는 ‘유나의 거리’ - 성유나 작가

첫 개인전이자 6번째 전시 <들켜버린 마음> - 한성대입구역 F64에서 26일까지

윤준식 기자 승인 2020.09.22 13:21 | 최종 수정 2020.09.22 15:29 의견 0

<유나의 거리:들켜버린 마음>展  (사진: 성유나 작가)

▶왜 ‘유나의 거리’인가?

☞성유나 작가:

‘스트리트 포토’이면서, 내가 살아가는 거리라는 의미다. 평소 “사람이 희망이다”가 가치관일 만큼 관심이 사람에 많이 닿아 있다. 나의 사고가 사람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 거다. 나의 몽상도 사람, 의식과 무의식도 사람에 많이 닿아 있다.

그러다 보니 거리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 삶의 모습들이 내겐 너무나 가슴 뜨겁게 와 닿는다. 그렇게 거리를 찍게 되었고, 거리에서 행복하다. 거리와 거리의 피사체들이 또 다른 나의 모습 같아서 애정이 많이 간다.

처음 사진을 찍으러 나섰을 때부터 나도 모르게 거리의 사람들을 찍었다. “내가 거리에 대한 애정이 많구나... 사람의 희망과 아픔, 살아가는 모양에 대해서 관심이 많구나... 내가 행복해지고 싶구나...” 생각했다. 그게 ‘유나의 거리’로 나온 거다.

나는 사진 찍는 행위가 행복하다. 또 다른 나의 내면이 갈망하는 몽상이라든가 저항 같은 모든 의식들이 거리에 녹아 있다. ‘유나의 거리’는 내 삶이다. 나는 특별한 출사가 없다. 내가 사랑하는 거리가 다 출사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면서 희망도 보고, 나의 철학도 거기에 다 녹아 있으므로 ‘유나의 거리’는 특별하다.

▶본인이 말하는 ‘유나의 거리’는 ‘유나가 가는 거리’의 이야기로 보인다.

☞성유나 작가: 정확히는 ‘유나가 만나는 거리’다. 유나‘가’ 만난다고 표현은 했지만 결국 거기서 나를 만난다. 타인과의 문제, 관계의 문제 등 삶에 있는 추상적인 문제의 모든 원인은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다가갈 수 있다. 문제를 대하는 나의 자세, 나의 인격, 나의 철학들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사진 작업도 나를 바라보는 거고, 찾아가는 행위다.

<유나의 거리:들켜버린 마음>展  (사진: 성유나 작가)

▶그렇다면 완성형이라기 보다는 현재 진행형, 오랫동안 진행 중인 현재 진행의 의미로 봐야 하는 건가?

☞성유나 작가: 그렇다. ‘유나의 거리’는 끝이 없다. 계속 성장하고 진통을 겪는 과정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이 다 나올 것이다. 나의 드라마틱한 모습들, 무의식에 존재하는 섹슈얼리티나 성적 메타포, 이데올로기적인 정체성, 독특한 삐딱함 등이 다 나올 거다.

▶이번 전시의 주제 ‘들켜버린 마음’은 지금까지의 전시들과도 일관성을 공유하고 있는 건가?

☞성유나 작가:

첫 번째 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즉흥적인 희로애락의 모습을 담았다. 두 번째 전시 ‘페르소나’는 인간이 내면에 갖고 있는 열등감, 그로 인해 생기는 이중적인 가면의 모습을 표현했다. 나는 페르소나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 안에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있는 감정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 그것을 포착했다. 세 번째 전시 주제는 ‘기다림’으로, 가장 평이한 주제였다. ‘기다림’이라고 하면 아주 소녀적 감성이 느껴지고 고독, 외로움과 같은 느낌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 주제로 8개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주제 ‘들켜버린 마음’은 좀 더 의식에서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페르소나’ 전시와는 또 다르다. 내면으로 자꾸 들어간다.

<유나의 거리:들켜버린 마음>展  (사진: 성유나 작가)

▶이번 기획전 포스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키니진을 입은 여성의 앞모습 뒤로 오버랩되는 누군가가 있다.

☞성유나 작가:

앞에 비친 모습은 아주 세련된 현대 도시인 아가씨의 모습이지만, 그 뒤에 비치는 모습은 나다. 또 사진 속에는 내비게이션도 있고, 전철역도 있어서,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이 형상화되어 있다. 즉, 감각적이고, 현실적이고, 문명적인 것들을 쫓아가는 삶 뒤에 내가 서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발랄하고 소녀 같은 성격인데 사진이 왜 이렇게 섹시해요?”라고 묻는데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사실적인 거리의 사진에서 내 내면의 무의식을 또 다른 시각의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타인을 바라보고 훔쳐보는 척하면서 나를 훔쳐보는 시선이 깔려 있는 거다. 훔쳐보는 척하면서...

사진 속에는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미를 추구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냥 미만 추구한다고 볼 수 없는 건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대 여성들이 현대문명 등 타인이나 사회로부터 형상화된 이미지를 쫓아가잖나?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예뻐져야 하고... 전철이 왔다갔다 하듯 삶이 맨날 그렇게 돌아가잖나?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박제된 이념 같은 모습들, 문명과 현실의 허영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마음들이 나에게는 조금 안쓰러웠다.

그런 것들이 순간적으로 거리에서 보였고, 피사체에 느껴져 찍은 거다. 나는 이렇게 뒤에서 제3자가 돼서 거리의 본능과 생각들을 찍는다. 단순한 훔쳐보기 같지만 그 안에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안쓰러움이 있다. 자기자신이 없이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서 들켜버린 마음들이다. “너희 진짜 그렇게 살고 싶어?”, “문명은 이렇게 빠르게 바뀌고, 따라가기 바쁜데, 너도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묻는 거고, 실제로 그런 마음들이 보이는 거다, 저기서!

<유나의 거리:들켜버린 마음>展  (사진: 성유나 작가)

▶ 훔쳐보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훔쳐보기가 아니라는 이야기 같다.

☞성유나 작가:

결국 나를 보는 것이고, 내 내면을 보는 거다. 그래서 ‘들켜버린 마음’인거다. 너도 들키고 나도 들키는...!

한편으로 내 사진에 대해 회화적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즉흥적으로 피사체를 찍기 시작해 갈수록 유리에 비치거나, 이중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많이 찍고 있어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포장마차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포장마차 안에 들어가 안을 찍는 게 아니라, 포장마차 천막의 투명비닐에 비춰지는 모습에 존재하는 어떤 것들을 한 번 더 재조명해서 겹쳐지는 사진들을 찍는 식이다.

또 내가 관능미를 좋아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력적인 것과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좀 몽상적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꿈과 희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가장 솔직하게 아름답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거리의 관능, 솔직함을 찾고 싶어 하는 욕구도 강한 것 같다. 어쩌면 어린 시절에 몽상하며 놀았던 습관(성향)이 사진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좀 괴짜였는데 이런 자유로움을 잃지 않도록 아버지가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내 방 천장까지 매직이나 색연필로 내 맘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써도 아무 말씀 안 하셨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맘대로 하게 놔두셨다. 가난한 동네에 살았지만 아버지가 굉장한 사랑을 주셔서 꿈을 꾸기에 좋은 환경이었고, 가난해도 가난한 줄 모르고 컸다. 지금의 창작열은 아버지로부터 온 DNA이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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