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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창업(3)] 경쟁자 리스크에 대한 플랜B 전략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8.16 20:34 | 최종 수정 2021.08.17 12:32 의견 0

앞서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위기관리를 위한 ‘플랜B’를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플랜B 수립을 위해 예측의 틀로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로 매듭지었다. ‘5-Force 모델’은 비즈니스를 하는 데 ‘업계의 경쟁력’, ‘공급자의 교섭력’, ‘구매자의 교섭력’, ‘신규진입자의 위협’, ‘대체 상품의 위협’이라는 5가지 힘이 작용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 창업을 하는 순간부터 이에 대한 저항도 시작된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는 창업 아이템을 결정한 후다. 동종 업계 내에서의 경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때도 바로 이때부터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점포를 내고자 하는 지역에 동종 점포가 몇 개나 있는지, 이들은 어떤 품질과 가격 조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점포를 개설하는 순간, 이때부터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저항을 느끼게 된다. 창업자 자신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중압감도 있지만, 지역 상권 내의 동종 점포들과는 이미 이해관계로 얽히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대립 때문이다.

이미 이 상권에 최초의 점포를 개설한 사업자 입장부터 살펴보자. 자신이 공들여 닦아놓은 상권에 후발 사업자가 무임승차했다고 여길 수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네에 자신의 점포가 생겨 손님을 끌어 모았는데, 이미 형성된 시장을 보고 들어온 후발 주자가 좋게 보일리 없다.

상권이 형성된 지 오래된 곳이라면 이미 포화할 대로 포화하여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경쟁점포가 늘어남으로써 경계할 수밖에 없다. 어렵게 겨우 확보한 고객을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후발주자가 가격경쟁으로 도전해오며 객단가가 하향 평준화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필적 고의에서 출발한 심리적인 거부감부터 치졸한 공격행위까지 신규 출점하는 후발 창업자를 본의 아니게 괴롭히는 일도 발생한다.

◆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CASE-1] 새로 출발한 작고 예쁜 음식점. 가게를 오픈한 지 일주일째다. 오픈 효과로 많은 손님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순조로운 출발을 자축하며 오픈 준비로 피곤한 나날, 오픈 이후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없던 하루하루가 한 바퀴 돌아갔다. 어딘지 모르지만 터널을 통과했다는 후련한 심리로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점포에 도착해 문 앞에 섰는데, 문 앞에 커다란 배설물이 쌓여 있다. 놀란 마음에 옆을 돌아보니 불법 폐기물과 쓰레기들도 쌓여있다. 아침 장을 보고 가게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9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라 선택한 가게인데, 지금은 이게 독이 되었다. 출근 길에 가게 앞을 지나치는 인근 회사원들의 표정이 매우 불쾌해 보인다. 앞으로도 이들이 밥을 먹으러 내 가게에 올까?

[CASE-2] 창업 후 두 달이 지났다. 이상하게 요즘 손님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오픈 파워가 떨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손님이 적고 매출도 부진하다.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주변의 다른 음식점들을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경쟁업체 조사 결과 큰 충격을 받았다. 경쟁 점포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한시적 특가메뉴들을 선보인 것이다. 돌아가며 요일별로 할인 경쟁을 벌이는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내 가게는 상시 할인을 시도해야 한다. 객단가를 낮추면 수익도 줄어드는데, 그렇게 해서 인건비는 고사하고 대출금의 이자라도 제대로 낼 수 있을까?

[CASE-3] 매출이 줄어들어 심야 연장 영업을 결심했다. 손님들이 이런 노력을 인정해준 것일까? 다른 가게에서 2차, 3차를 마친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입가심으로 한 잔하는 곳으로 입소문 나며 심야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늘어난 매출 덕에 고생한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어느 날, 묘한 위화감을 풍기는 2명의 20대 청년이 등장해 야식이 될만한 메뉴를 주문한 다음 소주 한 병을 시켰다. 30분쯤 지나자 이들의 아는 동생이라며 어려 보이는 청년 한 명이 찾아와 동석하는 거다. 혹시 몰라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얼렁뚱땅 넘어가며 사이다 한 병을 주문한다.

밤도 늦었고 요리를 다 먹으면 돌아가겠지 생각하며 요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갑자기 경찰차가 도착하는 것이 아닌가? 경찰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고 한다. 세 번째 등장 인물은 현재 고3학생으로 형들이 주길래 술을 두어 잔 받아 마셨다고 진술한다.

그 결과 2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뭔가 미심쩍다. 밤늦게 미성년자가 들어온 것도 이상하고, 술 두 잔 마시는 사이에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한 것도 이상하다. 누군가가 이런 계략을 꾸민 것은 아닐까? 분명 경쟁업체의 소행이다. 호소할 곳도 없고 가슴만 먹먹해져 온다.

◆ 단지 재수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 여기지 마라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실제 일어난 일들이며,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다. 필자가 열거한 세 가지 사례를 읽어가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설마 이런 일들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창업하기엔 물러터진 것이다.

그런데 창업자 중에 이런 물러터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금 소개한 사건들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기고 방심한다. 즉, 단순한 확률 게임, 숫자놀음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억세게 재수가 없을 때만 발생할거라 방심한다.

그러나 필자가 든 사례의 공통점은 업계의 경쟁에서 오는 감정적인 일들이다. 경쟁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말 그대로 ‘감(感)’이기 때문에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다. 절대로 이성에 호소해 해결되는 일이거나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경쟁관계에서 나타나는 감정이 ‘미움’, ‘원망’, ‘적대’로 나타난다면 감정이 씨앗이 되어 다양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파국이 다가와 모종의 ‘적대행위’, ‘보복행위’로 실천에 옮겨질 경우, 피할 수 없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이때쯤이면 확률의 법칙, 행운이나 악운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전쟁이 시작된 거다.

◆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라

창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상식선에서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런 일들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안도 체계적으로 생각해볼 계기도 없다. 당연히 이런 일들이 발생해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가정 또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고려한 플랜B도 준비하지 않고 시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큰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플랜B를 준비하게 되고 이에 대한 사후 약방 식의 매뉴얼이 구성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 이후에는 동일한 내용의 플랜B의 존재는 의미를 잃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나름대로 훌륭한 것이지만, 이미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리면 안 된다.

따라서 창업 전에 이런 일을 예상해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점포개설을 구체적으로 준비 중인 단계에서 인테리어나 소품, 오픈 이벤트에만 시선이 고정되면 안 된다.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고민하고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극복할 방법론을 수립해야 한다.

한편, 이와 같은 일을 가정한 플랜B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경쟁자들의 저항에 저항하는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전략을 가다듬을 수록 경쟁 없이 경쟁하게 되는 방향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저항이 적을수록 창업의 리스크도 줄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모, 불필요한 비용의 소모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경쟁자들이 나를 환영할만한 점포전략 도출이 경쟁자 전략의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경쟁자 리스크를 줄이는 플랜B를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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