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논단] 유명 논객의 화려한 언변에 주눅 들지 말자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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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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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일이 취미입니다. 논리, 즉 추론 원리를 활용해서 상대의 허술한 주장을 뭉갤 때, 말싸움 중에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누구나 쾌감을 느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쾌감에 중독되어 세상이 추론 원리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몇 세기 전 데이비드 흄이 말한 것처럼, 이성은 정념의 노예입니다. 그래야 합니다. 모든 추론은 결국 어떤 정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은연 중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직관이나 감정, 믿음에서 추론을 시작합니다. 지식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모든 추론은 증명할 수 없는 전제를 요구합니다. 그런 전제가 없으면 논리를 따지는 일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애초에 추론 원리 자체도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이게 논리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일상 속에서, 논리로 누군가를 제압하는 일이 가능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대가 추론 원리에서 벗어나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상대가 내 주장 밑에 숨겨진 전제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보통은 후자에 휘말려서 논쟁에서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어떤 주장이 추론 원리에 부합하는가' 뿐만 아니라, '어떤 주장이 어떤 전제를 숨기고 있는가'를 따지는 습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도 논리적 사고를 넘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런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준석 대표나 유시민 장관 같은 유명 정치 논객들입니다. 정치 논객들의 화려한 언변은 논리적입니다. 추론 원리를 어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추론 원리는 논쟁의 전부가 아닙니다. 화려한 언변에 감춰진, 독단적인 믿음, 증명되지 않은 전제가 추론의 시작입니다. 논객들은 바로 이 사실을 교묘히 숨기는 데에 전문가입니다.
논객의 화려한 언변에 무조건 순응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듯 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 잠시 멈춰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떤 논객이든 분명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 전제가 타당한지 캐물어야 합니다. 묻고 묻고 또 물어서, 드러내지 않은 독단을 실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의심 앞에 평등합니다. 유명 논객이라는 권위에 주눅들지 말고, 당당히 의심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전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의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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