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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포럼-언빡싱(하)] 로컬의 문제해결에 도전하는 청년들

-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로컬 창업 커뮤니티로 변신중
- 청년마을 운영주체들은 먼저 와서 살고 있는 친구일 뿐, 서비스 제공자가 아냐!

윤준식 기자 승인 2022.11.29 21:19 | 최종 수정 2022.11.29 21:29 의견 0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온어스> 제공)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패널소개]
①<㈜다른파도> 이강희 대표: 경남 하동 청년마을 [오히려 하동]
②사회적협동조합 <menTory 의성지사> 권예원 대표: 경북 의성 청년마을 [나만의-성]
③사회적협동조합 <온어스> 최낙원 대표: 충남 아산 청년마을 [DOGO온천]
④청년커뮤니티 <부여안다> 김한솔 대표: 충남 부여

윤준식: 정주성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창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됐는데요. 대도시 같은 경우에는 창업을 도와주는 크게 네 가지 정도의 기관이나 기구가 있거든요? 가장 크게 자금을 투입하는 데가 ‘벤처캐피털’, 초기 창업 기업에게 기초 투자를 해주면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다음으로 창업 아이템부터 시작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컴퍼니빌더’가 있고, 마지막으로 ‘인큐베이터’라고 해서 창업 공간을 제공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지원해주는 데가 있는데... 오늘 네 분 사례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웰컴센터’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공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를 제공하면서 기본적인 창업‧창직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같거든요. 문제는 그런 인프라가 있다고 해서 정착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쉽게 창업을 하거나 창직하지는 못하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부여의 청년 커뮤니티는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다른 세 곳은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 공식적인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부여의 경우 청년 커뮤니티 차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창업하고, 청년 크루들이 창업을 도와주고 계시는 거잖아요? 어떤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가 ‘컴퍼니빌더’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한솔: 부여에 두 가지 종류의 청년이 있는데요. 이미 부여에서 창업‧창직을 하고 있던 청년들, 그리고 새로 유입이 돼서 뭘 할까 고민하며 자기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들인데...

‘부여안다’는 굉장히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새로운 거를 만든다기보다는, 첫 번째 스스로 자기 발견을 할 수 있게 서로서로 좋은 자극을 주는 것. 그걸 통해서 뭔가 시도하고, 그게 프로젝트든 업이든 시도하려고 했을 때 관계 맺은 주변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밀어주는 거. 그렇게 하고 난 경험이 유의미해졌다면 그 사람이 창업을 하거나, 그 프로젝트를 조금 더 심화하거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정서적 지원, 인원동원 등으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형태인 거죠. 그렇게 해서 자기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생겨났고, 여기 와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요즘 제 스스로 정의하는 저의 또 다른 부캐를 ‘삶 디자이너’로 얘기하거든요. 2년 정도 먼저 와 살아봤으니 “여기 오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소개해줘요. 여기서 먹고 사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게 먼저 온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인 것 같고, 결국 본인이 창업하고 직업을 찾는 거겠지만 주변과의 관계, 정서의 인프라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여안다> 제공)


윤준식: 조금 전 하동을 소개해 주실 때 ‘지리산 옆 화개장터’ 얘기하면서 “경계에 있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열려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인구 16만 정점을 찍고 지금 4만 6천 정도까지 내려가 있는 게 지금 하동의 현실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하동’ 하면 관광 좋아하시는 분은 화개장터나 지리산 생각하시고, 특산물 좋아하시면 녹차 생각하시고, 산업 생각하시는 분은 화력 발전소가 있다는 정도만 아시는데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어요.

하동에 산업단지를 구축하려다가 실패했고,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온다고 했다가 대우조선해양 사태 터지면서 진행된 거 하나도 없고. 이렇게 해서 산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굉장히 잃은 상태예요. 바꿔 말하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곳이라 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오늘 발표하실 때는 U턴한 청년 입장에서 하동의 일자리 상태, 거기다 굉장히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말씀해 주셨지만, 현실적으로 하동의 청년들은 현지에서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 진솔한 얘기를 더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강희: 사실은 하동에서 농업하시는 분들은 이미 옛날부터 농업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걱정 없이 잘 사세요. 두 번째로 관광으로 먹고 사시는 분들인데 두 가지 종류가 있죠. 하나는 지금의 자연을 잘 지켜가지고 녹차밭 등을 잘 지켜나가면 먹고살 수 있다는 분들이 있고,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해 산업 자원들과 자본이 들어와 일자리를 구축해야 좋다는 두 부류가 논쟁하고 있어요.

외적으로 광양이나 여수 등 인근 산단과 묶어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근데 그거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되어 지금 하동에 빚이 2천억 정도 있고, 매년 나가는 이자가 180억 정도 돼요. 예산이 워낙 없기 때문에 애초에 청년 일자리 등에 관심을 가질 래야 가질 수가 없는 정치적인 이유들이 있었죠.

저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돌아왔지만, 막상 IT개발자인 제 기술은 하동에서 써먹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아무도 홈페이지가 안 필요하고... 사실 누가 필요로 하겠습니까? 제가 실험적으로 버스 정류장 앱을 만들었지만 그걸 사줄 관이나 중간지원조직이 있어야 팔리는 거고, 민간에서 광고비로 수익을 얻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도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 했던 게 관광업에서 부가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카페였거든요, 현금을 만들어야 되니까... 그래서 제가 제일 처음에 많이 만나게 됐던 분들도 첫 번째 직업으로는 거의 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이에요, 들어오신 분들은. 카페라든지 숙박이라든지 아니면 화계에 있으신 분들은 차 산업에 종사한다든지 그런 분들이 많고.

(<㈜다른파도> 제공)

그 다음에 이제 두 번째 부류는 인근 지역으로, 거주만 하동에서 하고 인근 지역에 광양이라든지 여수라든지 그런 데로 이제 일을 나가시는 그런 청년들이 많아요. 광양으로 넘어가는 다리에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광양”이라고... 출산율이라든지 젊은 사람 인구로 봤을 때 광양이 우리나라 전체로도 탑을 찍고 있는데 반해, 하동은 인구가 남해에 추월을 당한 이후로 지금 완전 소멸을 향하고 있거든요.

제가 계속 IT 얘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지역 산업과 연계할 때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건 4차산업이라 생각한 거고요. 이것도 아쉬운 거는 남해에 선수를 뺏겼어요. 남해는 <토스>가 실험적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하며 기업의 위성 근무 실험들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하동도 자연이 풍부하고, 기본적으로는 농업 기반 도시다 보니 4차산업을 할 수 있는 청년들이 들어왔을 때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말하면 그런 기술이 있는 분들은 하동에 들어와 바로 먹고 살기는 힘들고, 일차적으로는 카페라든지 자영업으로 시작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바꾸기 위해서 저는 청년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작년 매출의 대부분이 카페랑 베이커리에서 나왔거든요. 근데 올해는 영상 제작과 디자인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어요. 그런 식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청년들이 새로운 산업으로 먹고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파도> 제공)


윤준식: 제가 조사를 해보니 Z세대의 기준이 불명확한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어요. 영국에서는 1996년생부터, 미국에서는 1997년생, 한국은 1998년생부터 Z세대의 기준을 삼는다고 막연하게 얘기하고 있거든요? 참고가 되실지 모르겠으나 MZ세대라고 붙여 얘기하는 이유에 불편한 사연이 있는데, MZ라는 말의 등장이 마케팅과 관련이 있거든요. MZ세대의 연령 터울이 40대 초반에서 10대 중반까지라 30년 가까이 연령차이 나는 세대를 MZ세대라는 말 속에 몰아넣어 얘기한단 말이죠.

근데 다른 세대는 30년을 묶어 얘기하지 않아요. 저는 X세대인데, X세대 연령대에 포함되는 사람이 짧게는 5년, 길어봤자 10년밖에 되질 않거든요? 이렇게 마케팅 컨셉-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차원에서 MZ세대를 논하는 이유는 X세대의 인구와 비교했을 때 30년 치를 묶어야 경제적 인구 구조가 비슷하게 나오니까 그렇게 분류하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는 거거든요.

여기서 한국의 Z세대는 1998년생부터라고 하여 역산해보니까 만 24세로 나오거든요? 이게 되게 애매한 게 우리나라 청소년기본법 상 얘기하고 있는 청소년 기준이 9세~24세로 24세는 청소년인 거예요. 즉, 우리나라 Z세대는 청소년에 해당이 되는 거거든요. 청년이라고 치면 어린 청년이 되고, 청소년이라고 치면 늙은 청소년이 된단 말이죠?

이 프레임 안에 갇히면 지금 대한민국의 Z세대는 “탈출구가 없거나, 출구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입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보여지는 점도 있는데요. Z세대가 로컬로 진입할 때 아무런 공감대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름의 불만이나 저항 의식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듭니다.

권예원: 제가 딱 98년생인데요. 저희는 Z세대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을 보면 21~22살 참가자가 많지만, 20살도 온 적 있고, 27~28살 참가자도 있어요.

지자체나 지역 입장에서는 청년들의 ‘정착’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20대 대학생들이 무슨 정착을 하겠냐? 경험할 것만 하고 떠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어요. 도시가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로컬은 정말 비주류인데, 청년은 그 비주류 중에서도 더 비주류라고 많이 느꼈어요. 20대와 로컬의 연관성을 공감받기가 굉장히 힘들었고, 앞서 “지역의 토박이 청년들과 외지인 청년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말씀들도 해 주셨는데 의성에서도 그런 갈등이 있었거든요.

한편으로는 20대들이 지역에 많이 없고, 새롭다 보니 의성의 주민분들이 많이들 예뻐해 주세요. 어른들 입장에서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은 청년들이 와서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드릴게요” 이러고 있으니까 저희를 예뻐해 주시죠, 주민분들께서는.

(사회적협동조합 <menTory 의성지사> 제공)


윤준식: 최낙원 대표는 아산 중심에서 아산 변방으로 온 케이스잖아요? 다른 세 분의 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고, 농업 기반밖에 없는데, 수도권에 사는 저같은 사람이 보는 아산은 최근 20년 새 인구가 2배 이상 늘어난 도시고요-실제 인구가 40만을 보고 있으니까요...

아산 신도시 얘기가 나오고 있고, 삼성전자가 탕정에 공장을 계속 증설한다고 하고, 현대차 부품 공장 등이 아산에 몰려 있으니까 “되게 살기 좋은 곳이다. 인구도 늘어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드는데... 반면 여기 도고면의 경우에는 과거엔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도고온천역도 이전해 버려 소멸 위기에 처해 있잖아요.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보시는지.

최낙원: 저도 탕정-배방을 생활권으로 살아왔는데, 아산은 동부와 서부의 격차가 상당히 커요. 천안아산역, 삼성이 있는 탕정이나 배방의 아산 신도시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젊은 층의 인구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서부권의 선장이나 도고 같은 곳들은 오시는 길에 보셨다시피 “여기가 아산이야?”라고 할 만큼 많이 쇠락하고 있고, 소외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지역 균형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행정에서는 공간을 짓는다든가 산업적 시도를 하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역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탕정이나 배방에서 박탈감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그곳의 아파트가 저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싸지고, 월세도 비싸지고, 있는 기회도 계속 기득권에게 뺏기고 있는 상황들이다보니 “그러면 소멸되고 있는 지역에서 새롭게 도전을 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기서 기회도 창출해보자”는 생각으로 왔어요. 지역 문제를 지역 청년들이 해결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도고에 왔어요.

청년마을 [DOGO온천] 추진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보려하는 아산 청년들 (사회적협동조합 <온어스> 제공)


윤준식: [언빡싱]을 주제로 날 것 그대로의 얘기들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마 청중분들 중에 희망차고 보람차고 재미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오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점점 무거운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최근 청년마을들이 많아졌잖아요? 올해까지 총 27개가 생겼고, 내년도에 또 12개가 더 생겨날 텐데... 제가 지난 여름 어느 행사를 참여했다 만난 분 중 한 분이 ‘청년마을 순례’를 다니는 분이었어요. “청년마을 어디어디를 다녀왔고, 어딘가에 2주짜리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을 해놨다. 그래서 올해 남은 기간 청년마을 몇 군데를 더 가볼 생각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거든요.

사실 청년마을은 지방이 소멸되는 가운데 청년의 정착을 유도해보자는 취지로 청년이 직접 가보고 정착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게 하나의 유희가 돼서는 안 되는데 ‘한 달 살기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을 아주 저렴한 예산으로 즐기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의 사례를 놓고 ‘빌런’이라 표현한다고 들었는데, 다들 빌런 문제로 어떤 어려움이 있으신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솔직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강희: 저희가 청년마을 사업을 지원할 때도 똑같은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이거 제로섬 게임 아님? 부여 청년이 하동에 정착하면, 부여 청년 줄고 하동 청년이 느는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음?” 아무튼 의구심이 많았어요. 그래도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지점은 아예 지방에 관심이 없었던 청년이 지역에서 한 번 살아보면서 “우와! 도시가 아닌 데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하는 점에서는 굉장히 좋다고 봤어요. 그럼 거기에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도 이제 그런 빌런들이 왔죠. 사실 저희도 빡쳤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새로운 유희라도 만들어준 게 어디냐?”라고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어쨌든 청년들이 로컬 순례를 다니는 문화를 만들어낸 거니까. 어떻게 보면 국가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저희가 “소비 당하고 있다”, “소모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하동은 지금 인구가 줄고 있거든요. 항아리에 구멍이 나서 물이 줄줄줄 새는 건데, 아무리 위에서 물을 부어봤자 계속 샐 거란 말이에요. 그럼 그걸 메꾸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청년마을 사업이 없어도 지역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두 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건 그런 청년들을 많이 만들고, 그들이 그들의 친구들을 좀 데리고 오는 모델이 가장 낫겠다는 생각을 해서 ‘먹고사니즘 투어’같은 거는 많이 줄이고, “여기서는 뭔가 빡세게 일해야 될 것 같아”같은 거를 밀고 나가려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했을 때 문제는 “청년들이 과연 올까?” 이게 또 고민이죠. 그러니까 계속 노는 거예요. 그게 걱정입니다.

(<㈜다른파도> 제공)


윤준식: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너, 내 동료가 돼라!” 이런 느낌으로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건데, 어느 틈엔가 호텔 프론트나 컨시어지가 돼 가지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되는 상황... 그러니까 빌런화된 분들이 “어디어디 갔다 왔는데 거기는 숙소가 어떻고, 샤워 시설이 어떻고, 프로그램도 어떻고” 자기 나름대로 비교 분석하면서 “나한테 그거를 지금 당장 내놔라”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거든요.

김한솔: 방금 말씀하신 그 빌런 문제 같은 경우는 청년마을만이 아닌 공적 자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하는 모든 주체들이 겪는 일인 것 같아요. 저희 청년 커뮤니티도 하고 있는 의미있는 활동을 어필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돈 얼마를 받았다더라. 돈 얼마를 받았는데 결과물이 이렇다더라” 심지어 돈을 받지 않는 자발적 활동에 대해서도 “걔네 돈 받았잖아”라고 하면서 평가당하는 일은 있어요.

열심히 기획하고 역량을 갈아 넣어 뭔가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도 역시나 “왜 이건 안 해줘요?”하는 상황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니 반발심이 생기기도 하고... 저희가 “여기를 어떻게 바꿔보겠습니다”라는 얘기를 계속 안 하는 이유는 “우리가 뭘 바꿔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재밌게 살고 싶어서요. 하고 싶은 건 그냥 내 돈 들여서 하는 건데요”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도 있어요.

공적 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당하고, “능력이 없어서 돈 받아서 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흐름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예산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배를 두둑히 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의미있는 활동, 부가가치가 더 큰 활동들을 해내려고 하는, 어떻게 보면 제일 최전선에서 무브먼트-운동의 개념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결국은 더 확장된 무언가로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더 돼야 되는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권예원: 저희는 로컬의 관문이 되고 싶었어요. 저희는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 청년들 대부분은 아예 로컬이 미래의 선택지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고. 그래서 저는 그 청년들의 진로의 선택지 속에 로컬이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비록 지금 프로젝트가 끝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지라도 그들의 마음 속에 “언젠가 로컬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도 유의미하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 지금의 27개, 내년에 12개, 더하면 40개 가까이 되는 전국의 청년마을들이 “모두가 정착을 목표로 하거나, 모두가 동일한 형태의 마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 의미 없지 않나? 정말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같은 경우 젊은 청년들에게 “로컬은 이래!”라는 거를 알려준다면, 그 다음에 이 청년들이 정착할 곳을 찾아가 보는... “청년마을 간 단계를 나누어서 시스템을 갖추면 훨씬 더 체계적으로 모두가 좋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menTory 의성지사> 제공)


윤준식: 행정 조직과의 관계를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부여 김한솔 대표를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지금 행정안전부 프로젝트로 청년마을을 하고 계신 거잖아요? 제가 검색하다보니 “청년마을은 지원 사업이 아니라 용역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기관만 지원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용역사업이면 계약관계상 ‘갑’이 행정안전부고, 여기 계신 분들이 ‘을’들인 거거든요.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도 있을 거고, 벽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보고나 관리 등에서 조여지는 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낙원: 100개가 넘는 청년 단체가 지원을 했고, 그중에 12개라는 저희가 뽑혔는데 그러기 때문에 다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이끌어야 된다는 마음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아산의 청년마을 대표로서 그런 사명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가 12개의 청년마을을 지키냐, 못 지키냐에 대한민국 로컬의 미래가 달렸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많은 청년들이 지방으로 유입되고 정착하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12개 이상의 청년마을들을 얼마만큼 지원하고, 때로는 위로하고 격려하는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현재 청년마을의 유사 사례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행정안전부에서만 청년마을을 하는 게 아니라 전라남도 같은 광역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추진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고민을 많이 해야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고요.

가끔씩 행정적인 절차가 힘들 때 보면, 청년마을이 용역 사업이면서도 오히려 용역 사업의 단점과 보조금 사업의 단점을 합쳐놓은 것 같은 행정 절차가 꽤 있다고 보게 돼요. 이런 걸 보면 아직도 많은 피드백이 행정안전부에 필요하고, 새로운 절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도 청년마을들과 열린 소통을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준식: 뉘앙스만 보면 누군가 내년도 청년마을에 지원한다 그러면 말릴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드네요.

최낙원: 말리지는 않겠지만, “지원에 따른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얘기할 것 같아요.

윤준식: 여기서 강조점은 ‘큰’인 것 같습니다.

최낙원: 매우 큰 책임!

권예원: 저도 덧붙이자면 청년마을도 사람 갈아 넣어서 하는 사업인데... 인건비가 너무 짜요. 저희도 또래 여자 청년 넷이서 운영을 맡고 있는데 참여한 청년들과 같이 살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말 하루 종일 24시간이 일이거든요. 내내 사는 사람과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의 눈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기도 한데. 저도 그렇고, 저희 동료들이 계속해서 고갈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많이 힘듭니다.

선정된 청년마을은 청년커뮤니티 활동에 3년간 6억 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지원액 규모에 이끌려 청년마을에 도전하는 청년공동체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2022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현황)


윤준식: ‘큰 책임’이라는 것 때문에 청년마을 운영 주체들이 소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걱정이 됩니다. 패널 토론 진행을 위해서 언론 기사 검색을 해봤는데, <오마이뉴스>에 올라와 있는 기사 두 건을 빼고는 청년마을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신나고, 재미있고, 즐겁고, 운영 주체들은 항상 업돼서 다니는 것 같이 묘사가 돼 있어요. 옛날 애니메이션 스머프 마을 같은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솔직히 “이게 진짜일까?”하는 의혹을 많이 가졌거든요. 오늘 날 것 그대로의 질문 드렸고,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답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다만 일자리에 대한 얘기와 공간과 주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 점이 아쉽습니다. 로컬에서 가장 어젠다를 많이 던지고 있는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교수는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직-주-락(職-住-樂)이 같이 가는 로컬”을 강조하고 있어요. 청년마을도 새로운 로컬을 만들고 있는 거기 때문에 ‘직주락’이 함께 가야 되는데 오늘 이야기 중에 ‘락(樂)’에 대한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얘기가 안 나올까” 안쓰러움이 있었습니다.

‘락’이라고 하면 ‘즐거울 락(樂)’ 그러니까 ‘논다’고만 생각하잖아요? 동음이의어의 말장난으로 보일지 몰라도 ‘논다’는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거든요.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연기하는 걸 “무대에서 놀아요”라고도 하는데 그렇게 보면 ‘논다’에 대응하는 영어단어 ‘play’의 다양한 의미 중에는 ‘연극’이라는 뜻도 있고, ‘악기를 연주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악기의 연주를 보면 ‘따로 또 같이’ 독주를 하기도 하고, 합주를 하면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영혼이 하나 되는 것들을 볼 수가 있죠. 또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곳은 무대잖아요? 청년들을 무대에 올린다는 의미까지 넣어 넓은 의미에서 ‘직주락’이 함께 가는 청년마을이 됐으면 합니다. 이렇게 오늘 패널 토론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침)

(사진: 사회적협동조합 <온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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