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외인부대(원제: 에어리어88> 방영 3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편의 연재를 진행한 후 9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연재주기를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도 없는 내용을 지껄이는 필자의 글이 업데이트되길 은근히 기대하는 분도 한둘 있지 않았을까?
◇ 국군의 날? 공군창설일? 여튼 덕택에 삘 받아 글쓴다
이왕 늦어진 거 마늘과 쑥을 대신할 다양한 아이템을 먹으며 100일을 버텼어야 했지만 굳이 이 늦은 밤 연재를 이어가는 것은 오늘이 71주년 ‘국군의 날’이자 ‘공군창설일’이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을 10월 1일로 한 것은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0년 10월 1일이 북한공산군에 대한 반격 끝에 38선을 돌파한 것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된 날은 1949년 10월 1일인데 올해 10월 1일은 공군입장에서는 뜻깊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였던 L-4 연락기 10대로 시작한 공군이 올해 F-35A의 도입으로 세계에서 앞서가는 최첨단 공군으로 우뚝 섰으니 말이다. L-4 연락기가 어떤 거냐고?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xaGU-WQ0pOQ
◇ 대략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추천 유튜브 채널로 가시라
감회는 여기까지!
애니메이션 <지옥의 외인부대>에는 워낙에 많은 인물과 군용장비가 등장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아이템만 가지고도 여러 편의 연재가 가능하겠지만, 검색품만 팔아도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자료가 많기 때문에 굳이 필자까지 나서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군용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 <불타는하늘>을 추천한다. 상당히 매니악한 리뷰 채널이라 더욱 추천하는 바다.
<지옥의 외인부대>에 등장하는 군용기를 하나하나 꼼꼼히 리뷰하고 있는데, 해당 군용기와 얽힌 전쟁과 실전담까지 아우르고 있어 영상을 틈틈이 보는 것만으로도 방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직이착륙 전투기 <해리어>가 투입되었던 포클랜드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그 디테일함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백문이 불연일견이니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 방문해보시기 바란다.
◇ 주인공의 탑승기 F-8 크루세이더가 보여주는 묘기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하나 짚고 가고 싶은 내용이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겠다.
<지옥의 외인부대>에는 시창자의 의표를 찌르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탁 까놓고 말해 모두 구라다. 구라긴 구란데, 원작자 신타니 카오루의 신박한 자료수집 덕에 개연성이 있는 구라라서 욕하기도 애매하다.
1부(원제 대로라면 ‘에어리어88 Act-1’)의 중반부에는 에어리어88의 외인부대가 정부군의 군수기지 폭격임무로 출격하는데 이들을 노리는 덫이 있었으니... 바로 땅 밑에서 하늘로 치솟는 정글짐 모양의 구조물이다. 폭격을 위해 저공비행하던 전투기들을 뽀사버리는 잔혹한 장면인데, 유난히 잔혹한 이유는 우리의 영공을 수호하는 ‘제공호’와 같은 형상인 F-5 전투기들이 모두 아작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유히 정글짐을 통과해 적진을 유린하는 전투기가 2대 있으니, 바로 주인공 진(원작에서는 ‘카자마 신’)이 조종하는 ‘F-8 크루세이더’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주날개를 직각으로 접고 정글짐을 통과하는데 실전에서 저런 비행은 불가능하다. 어떤 장면인지 궁금하다면 이하의 동영상을 참고하시라.(출처는 유튜브 <미소년 성우이우진> 채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pKU6JoT6yE
◇ 함재기로 개발된 덕에 날개가 접히는 건데... 구라는 구라다!
저런 장면의 연출이 가능한 건, 실제로 ‘F-8 크루세이더’가 함재기로 개발되어 항공모함 격납고에 수용하기 쉽도록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중인 전투기가 날개를 수직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는 없다. 갑자기 양력이 줄고 항력이 발생하기에 실속(갑자기 추락)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조종석에 날개를 접는 스위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비사들이 담당하며 비행갑판 위에서 펴고, 격납고에 넣기 전에 접는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원작자 신타니 카오루가 저런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건, 실제로 날개를 접은 상태로 ‘F-8 크루세이더’가 비행한 사례가 몇 건 있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군대용어로 사고사례이며, 아마도 정비병은 군장뺑뺑이 돌고 나서 영창에 입창됐을 게 뻔하다. 날개를 접고 날아다니다 무사히 귀환했을 정도로 엔진출력과 비행능력이 뛰어난 전투기였다는 건 맞으니 허구인 애니메이션의 극적 효과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뿐...
여기서 ‘F-8 크루세이더’의 개발역사를 살짝 살펴보자. 한국전쟁 당시 제트엔진을 장착한 미그기와의 접전을 경험하자 미 해군은 함재기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1952년 개발에 착수해 이례적으로는 빠른 개발이 이루어져 1957년부터 항공모함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기총을 사용하는 도그파이트는 물론 초기형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정찰임무에서 실전능력을 증명했고 초기 베트남전에서 맹활약을 했다. 베트남전을 이야기하면 F-4 팬텀을 떠올리기 쉬운데 F-4 도입 초기 무지 헤매던 시절 하늘을 지킨 건 ‘F-8 크루세이더’라고 봐도 무방했다고 한다. (아래의 영상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영화 <13Days>의 한 장면이다. 정찰임무로 출격한 ‘F-8 크루세이더’가 소련의 핵미사일 사진을 찍어 온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SNLeC-eMUQ
한 때 대한민국 공군에 도입될 뻔했다는 썰도 있어서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기억하고 넘어가 줘야할 건 ‘날개가 직각으로 접히는 전투기’가 아니라 ‘최초의 가변익기’라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가변익기는 날개가 부채처럼 수평으로 펼쳐졌다 접히는 것들이다. F-111, F-14, B-1, 토네이도, MiG-23, Mig-27, Su-17, Su-24, Tu-22, Tu-160, 심지어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에 나오는 우주전투기 ‘발키리’도 부채꼴로 움직이는 가변익을 보여준다.
그러나 ‘F-8 크루세이더’의 가변익 구조는 좀 특이하다. 주날개를 위로 살짝 들어올려 받음각을 높이는 형식의 가변익으로 활주거리가 짧은 항공모함에서의 이착륙에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지옥의 외인부대>가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이었다면 구라를 치더라도 받음각 가변익을 활용하는 쪽으로 밀고 나갔을 텐데, 항공기 조종사가 되지 못한 한이 많아선지 해외토픽 같은 데나 나오는 희귀 사고사례를 극화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안전불감증’을 전염시켰으니 그 죄는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 <지옥의 외인부대>로 인해 덕후가 되어버린 억울한 소년들을 기린다...
필자의 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옥의 외인부대> 열풍 때문에 극소수 소년들의 덕후화가 진행되었다. 밀리터리 덕후 또는 프라모델 덕후, 두 가지의 혼종형태의 덕후가 되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세계에 빠져들었는데, 이는 후일 분쟁의 불씨로 불거지게 된다.
<지옥의 외인부대> 방영이 끝나고 2년이 흐른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벌어지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과 이라크 사이의 <걸프전>이 시작된다. 당시 등장한 ‘공지전’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신문과 뉴스에서는 연일 확인되지 않은 군용기와 미사일에 대한 단편적인 뉴스를 을 퍼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미 불가역적 덕후화가 진전된 소년들이 이 내용들을 놓칠 리 없다. 연일 스크랩한 신문을 들고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싸웠다. 군사평론가나 군사전문기자도 없던 시절이고, 지금은 새 시대를 열었던 잡지인 <취미가>, <호비스트>, <플래툰> 등도 나오기 전이다. 물론 1989년에 창간한 <월간항공>도 있으나 제목부터가 전문지 컨셉이라 소년들에게는 넘사벽이었다고나 할까?
이들 사이에 분쟁의 불씨가 타오르게 된 것은 바로 ‘F-8 크루세이더’와 ‘A-7 콜세어Ⅱ’의 형상이 동일해 보여서다. 그로 인해 누구는 <지옥의 외인부대> 진(카자마 신)의 기체가 F-8이라고, 누구는 A-7이라고 우기며 싸우는 형국이 된 것이다.
나오는 정보들이 모두 뇌피셜들이니 목소리가 큰 사람의, 가장 그럴싸한 이야기를 믿어보기로 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지금이야 구글링만 열심히 하면 알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당시에는 <콩콩미니백과>류의 해적판 도서나 프라모델 키트의 박스나 설명서에 쓰여진 내용을 토대로 항공기의 제원과 내력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것이 최선이었다.
사실 두 기체의 형상이 비슷해 보인 것은 이 둘이 같은 회사에서 나온 자매품이기 때문이다. 함재전투기 F-8의 성공으로 인해 함재공격기 사업도 같은 항공사에서 맡게 되었고, 빠른 개발과 실전배치를 위해 전작 F-8의 검증된 동체구조를 바탕으로 설계변경과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두 기체를 옆에 놓고 비교하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겠지만 프라모델로 출시된 건 ‘F-8 크루세이더’ 뿐이었고, ‘A-7 콜세어Ⅱ’는 TV 화면이나 신문 지면에서 스쳐지나갈 뿐이었으니 알 도리가 없었을 뿐...
이에 대해 보다 확실한 비교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시면 도움이 될 터... 유료콘텐츠라 명시하고 있어 자칫 화면캡쳐 이미지를 올렸다가 저작권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링크만 전달한다. 궁금하면 가서 구경들 하시라.
[에어윙미디어닷컴 콘텐츠 페이지]
https://airwingmedia.com/downloads/a7-corsair-f8-crusader/
자! 지금까지 <지옥의 외인부대>를 주제로 어디에도 없는 <슬기로운 덕후생활>들을 설파해 보았다. 워낙 많은 소재가 담겨진 애니메이션이라 아직도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일단 여기서 잠시 멈추고자 한다.
올해가 또 <기동전사 건담> 40주년 아닌가? 올해가 가기 전에 ‘RX-78’을 필두로 한 ‘퍼스트 건담’ 이야기들을 서둘러 하지 않을 수 없다. 꽤 긴 연재가 될 듯한데, 글쎄? “그대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VnZSul2v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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