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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④] 국회 계류중인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기업 및 기업 경영책임자의 형사 처벌에 관한 특별법

이연지 기자 승인 2019.04.24 11:49 | 최종 수정 2019.07.04 03:36 의견 0

▲ 2017년 4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기자회견 ⓒ당시 노회찬 의원실 제공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를 짚어보았습니다. 안전을 외면하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이윤을 추구하려 하는 기업과 경영책임자들이 생겨나는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 왜 필요한지 충분한 설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법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전에도 법안 발의는 계속 있었습니다. 현행 양벌규정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던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 발의), ‘기업살인처벌법안’(김선동 통합진보당),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이 2013년 발의됐었지만 19대 국회가 끝나며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중대재해 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다시 발의되었지만 아직 계류중입니다.

▲ 2014년 8월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월호 천막. 이 당시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바로잡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고 대한민국 사회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 윤준식 기자

◆ 현행법과 어떤 점이 다른가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기존의 양벌규정을 전제로 형량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던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기존의 법과 별도로 제정된 특별법입니다. 그렇다면 현행법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1. 기업처벌법 적용 범위 확대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사업 및 사업장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은 철도, 버스 등 차량, 선박, 항공기, 위험물안전관리법 제2조의 위험물업소도 포함합니다.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해병대캠프 사고나 판교 환풍구붕괴사건처럼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업 수행’까지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다중을 상대로 교육·강연·공연 등을 행하는 장소”도 포함했고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조물 취급시의 보건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명시했습니다. 근로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영역들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2. 법 적용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

이 법은 “종사자,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에 대해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됩니다. 사망뿐 아니라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 내에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직접 고용된 근로자의 안전에 대해서만 기업의 안전 의무가 인정됐는데요. 여기서 직접 고용 근로자는 실질적 고용관계가 기준이어서 하청근로자 등은 재해 피해를 입어도 기업 및 경영책임자에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기업처벌법에서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나 도급용역노동자, 하청노동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명확히 규정했고,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일반 시민도 포함합니다.

3. 처벌 대상은 모든 주체

이 법안에서는 사업수행이나 사업장관리에서 안전의무에 책임이 있는 모든 ‘주체’를 처벌 대상으로 포괄합니다. 일반 사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국가 행정기관도 주체가 됩니다. 즉 처벌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앞에 설치되었던 조형물. 2018년 4월. ⓒ 윤준식 기자

4.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처벌 강화

또한 기업 경영책임자가 안전의무를 위반하면 처벌받습니다. 또 현재 실시되고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나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의 형량이 낮은 편이므로 형량을 강화했고 2명 이상의 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하는 경우 형을 가중하는 규정을 두었습니다.

5. 법인에 대한 가중처벌

현행법상 법인은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받습니다. 또한 대법원이 법인 자체의 범죄 능력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법인의 독자적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조직구조상 결함을 근거로 독자적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호주에서 실시중인 독립모델)을 채택하기는 어렵다는 논의가 있어 기존의 종속모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종속모델이란 기업에 소속된 개인의 위법행위를 전제로 기업을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개인 행위자의 안전·보건의무 위반 혹은 과실을 전제로 기업을 처벌합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 안전·보건의무 위반이 기업 경영진 등 책임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위험방지 의무룰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경우 ▲기업 내부에 안전·보건상 위험장비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조장·용인·방치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 기업의 책임을 가중하는 가중 처벌의 형식이 도입됐다는 것입니다.

6. 법인에 대한 처벌 강화

지금까지는 법인에 부과할 수 있는 처벌이 벌금뿐이었다면 이 법으로는 영업정지, 보호관찰, 공계약배제, 자금공모금지, 허가취소 등의 제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벌금형만으로는 기업에 충분한 각성효과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7. 공무원 처벌

대형 재해사고에 대해 기업의 안전조치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습니다. 공무원의 직무상 책임 소홀로 사망·상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하위직 공무원뿐 아니라 안전감독이나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상급공무원(해당 부처 장관까지)에게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8. 처벌사실 공표와 징벌적 손해배상

기업 및 경영책임자에 대해 형사 처벌이 있으면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처벌 사실을 공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기업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뿐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도 함께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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