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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뉴튼 Helmut Newton, " Portrait of Women, ‘당당한 여성들’"

사진작가 정영혁이 만나는 현대예술이야기(2)

사진작가 정영혁 승인 2019.05.29 11:36 의견 0

“모든 것은 포트레이트이다. 포트레이트는 패션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패션 사진은 포트레이트가 될 수 없다”라고 외친 인물과 패션 사진의 거장, 헬무트 뉴튼 Helmut Newton은 2004년 LA에서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뉴튼의 사진들은 항상 관람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강한 흑백 톤으로부터 반사되는 이미지는 다이내믹하다. 모든 일상생활로부터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뉴튼은 그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메모를 통해 일상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다.

소설 읽기, 산책하기, 영화 보기를 즐겼던 뉴튼은 프랑스의 위대한 사진가, 브랏사이 Brassai가 1903년대 파리의 생활을 파헤치며 찍은 거리의 매춘부, 식당, 댄스 클럽, 사교장, 밤거리 등의 사진에 큰 찬사를 보내며,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 또한 편견 없는, 공정한, 있는 그대로 등의 뜻을 가진 에릭 살몬 Eric Salmon의 캔디디 포토(Candid photo) 스타일을 즐긴다.

▲ Helmut Newton, Self_Portrait with Wife and Model, 1981


뉴튼은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카메라의 앵글, 빛의 조절, 모델의 의상과 포즈를 독특하게 구성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피사체가 일단 뉴튼의 카메라에 잡히면 실질적인 일상은 뉴튼 스타일의 일상으로 변화된다. 일상에서 창조된 뉴튼의 상상 세계는 기묘하게 연출하는 고도의 마술사 같은 속임수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헬무트 뉴튼은 “나는 모든 사진가를 훔쳐보는 자(Voyeur)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사진가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뉴튼의 사진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다른 사진가와의 차별성을 의미한다. 사진가라는 직업은 다른 매체의 예술가와 달리 사진기라는 도구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렌즈의 구멍을 통해 피사체인 여성을 노려봄으로써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이다. 뉴튼의 사진 이미지는 성적 환상과 나르시시즘에 집중되었다. 피핑 톰 Peeping Tom처럼 훔쳐보는 자 뉴튼과 피사체인 대상들, 특히 여성들 사이에는 이상스러운 미(美)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럽 사진계의 거장이었던 뉴튼은 초창기에 자기 자신의 자화상-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는 장면-은 물론 부인 앨리스 스프링의 사생활을 폭로하듯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디자이너, 가수, 모델들을 촬영하면서 단순히 인물의 외양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본능을 꽉 짠 프레임 안으로 스며들게 한다.

▲ Helmut Newton, Portrait of Elisa Peretti, New York, 1975

독특하고 때론 발칙한 직관, 남다른 관찰력, 풍부한 상상력으로 뭉쳐진 그의 시각에 피사체인 모델들은 단지 뉴튼의 모델에 불과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요구하는 뉴튼의 욕망에 모델들은 자신들도 느끼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 뉴튼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뉴튼의 사진적 형식과 내용에 그저 몸을 맡길 따름이다.

뉴튼의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단순히 모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 낸다. 어둡고 침침한 영화관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스크린의 영상을 보듯이, 뉴튼의 이미지는 우리를 그의 작은 영화관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뉴튼은 관람객인 우리에게 주위의 방해 없이 혼자 그 이미지들을 훔쳐보며, 그 장면에 참여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말해 훔쳐보는 뉴튼의 시점은 바로 우리의 성적 관심이다. 일상에서 꿈꾸던 성적인 환상을 뉴튼은 현실화 시키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에서나 감지할 수 있는 성적 환상을 그는 태연하게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페미니스트 영화 비평가 멀비는 그녀의 에세이『Visual Please and Narrative Cinema』에서 “성적인 불균형에 의해 결정된 역사에서, 보는 즐거움은 남자는 능동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으로 분리된다. 특히 영화에서 여성은 욕망의 대상으로 스크린에 비친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멀비의 비평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회화의 역사에서도 여성은 항상 남성에 의해 관찰 당하는 수동적인 모델로 취급되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모든 역사의 주체가 남성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여성의 지위는 남성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헬무튼 뉴튼의 여성 모델에게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사진 속 여성은 관람자에 의해 수동적인 자세로만 비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성적 환상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모델들은 건강하고 성적 우월감이나 자신감이 역력히 드러나는 매력적이며 섹시한 여인의 자화상이다.

▲ Helmut Newton, PLAYBOY


어느 날 뉴튼이 촬영한 사진이 플레이보이 잡지에 실렸다. 이 사진은 허구지만 매우 사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쥬스트 쟈킨 Just Jaeckin 감독의 영화 ‘끌로드 부인 Madame Claude’을 뉴튼식 스타일로 재해석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끌로드 부인과 그녀의 연인들, 정재계 세계적인 거물들과 미녀들의 성생활을 폭로하면서 상류층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성 이야기를 다룬다.

뉴튼은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했다. 두 명의 여성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방에서 알몸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한 명이 다른 여성을 포옹하려 하며, 중년의 잘 차려입은 한 남성이 이 장면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사진에서 우리는 여성의 알몸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반영된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그 여성들의 행위를 지켜보는 한 남자의 시선은 그 여성들과 무관한 것처럼 화면이 분리되어있다.

헬무트 뉴튼은 이 사진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둡고 고요한 객석에 앉아 영화의 한 장면을 숨죽이며 훔쳐보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해, 한 남성의 성적 환상을 현실적으로 드라마틱 하게 재현했다. 뉴튼은 보는 이를 프랑스의 상류층에서 벌어지는 매음굴의 현장을 훔쳐보는 관람자와 그 상황에 참여한 참여자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헬무트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로 근무하는 마티아스 하더 Matthias Harder는 지난 2005년 겨울 제2회 서울포토 트리엔날레에 참석하여 헬무트 뉴튼의 사진 세계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포트레이트, 누드, 패션 등 뉴튼의 위대한 업적은 사진이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탄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튼의 사진들은 리얼리즘을 토대로 실질적인 성적 욕망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진작가 정영혁>

뉴욕시각예술대학교 사진미디어 대학원(School of Visual Arts, MFA)

동양인 최초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 예술 지원금 수상

강남피플(인터뷰 다큐멘터리 매거진) 발행인

한국콘텐츠생산연구소장(KCPL)

1인1미디어 시대 퍼스널 콘텐츠 브랜딩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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