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로컬을가다] 와인에 함께 담긴 충주와 알자스-작은알자스 신이현 대표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2) 충북 충주의 로컬와이너리 ‘작은알자스’

김혜령 기자 승인 2020.01.30 14:20 의견 0

<레돔시드르>라는 에티켓(와인 라벨)으로 더욱 잘 알려진 <작은알자스>는 충주의 특산물인 사과와 포도를 재료로 내츄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신이현 대표는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오랜 해외 생활을 했다. 신 대표의 남편은 프랑스에서도 와인으로 유명한 알자스 출신으로, 귀농 후 와인을 만드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두 사람은 와인의 재료가 될 사과와 포도가 함께 재배되는 충주에 자리를 잡았고, 이들이 만든 내츄럴 와인은 충북 충주를 상징하는 로컬푸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의 ‘로컬’은 다층적이다. 충주의 식재료를 재해석한 것이기도 하고, 프랑스의 알자스를 한국에서 재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른바 ‘글로컬’ 형태의 ‘로컬’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직접 생산한 시드르를 시음하고 있는 <작은알자스> 신이현 대표와 남편 레돔 도미니크. 제품명 <레돔 시드르>는 도미니크의 이름에서 따왔다.  (사진: 김혜령 기자)

내츄럴 와인 시드르를 생산하는 로컬 기업 <작은알자스>. 이들이 생산한 시드르를 맛본 사람이라면 <레돔 시드르>라는 브랜드가 더 익숙하지만, 신이현 대표는 <작은알자스>라는 업체명을 고집하고 있다. 그녀는 2016년 후반 프랑스에서 돌아와 2017년에 내츄럴 와인을 생산하는 로컬 와이너리 <작은알자스>를 창업했다.

그녀에게 알자스가 특별한 의미로 와닿은 남편 도미니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도미니크의 고향인 알자스 지방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알자스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알자스 지방은 보주산맥을 따라 형성된 숲이 있어 강우량이 적고 바람도 막아주어 와인 생산에 적합한 고장이다. 뿐만 아니라 동쪽의 독일과 동유럽국가들과 교류하며 발달시킨 농업 덕에 풍성한 음식문화도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로컬에 대한 자긍심이 큰 나머지, 알자스 사람들은 스스로를 ‘프랑스인’이라 표현하지 않고 ‘알자스인’이라 말할 정도다.

알자스의 아름다운 마을풍경  (출처: 픽사베이)

“파리에서 주로 생활하느라 알자스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시댁을 자주 방문하면서 알자스 문화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산세와 닮은 보주산맥이 펼쳐낸 알자스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었죠. 2007년에는 알자스와 관련된 책을 써서 출판하기도 했어요.

알자스 지방은 풍요로운 토지 덕분에 과일 농사가 잘 되고, 밀도 많이 생산됩니다. 와인, 증류주, 맥주 등 술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라인강을 국경으로 알자스와 독일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원료로 담은 같은 술인데도 맛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요. 그래서인지 독일이 유난히 탐냈던 프랑스 땅이기도 했죠.”

프랑스에서 생활에서 생활하는 동안 식탁에서 늘 함께했던 와인은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놓았다. 남편 도미니크의 오랜 꿈 역시 농사를 짓는 것. 두 사람은 프랑스 북부지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시드르를 생산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시드르는 프랑스 북부와 영국에서 많이 소비가 되는 와인이다. 특히 프랑스는 시드르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프랑스는 원료로 사과 100%를 사용해야 시드르로 인정할 정도다. 질 좋은 시드르가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작은알자스>가 내츄럴와인 공법으로 생산한 다양한 시드르와 와인  (사진:김혜령 기자)

신이현 대표 역시 도미니크와 함께 프랑스에서 많이 마셨던 시드르를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자신의 고향인 경남 청도에 자리를 잡지 않고 충북 충주로 귀농했다. 충주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다양한 과일 농사가 잘 되는 곳이다. 특히 시드르 와인의 재료가 되는 사과가 특산물인 최적의 장소였다.

의식주 중에서도 음식은 먹고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전파된다는 점에서 로컬을 잘 드러내는 문화적 코드이자 가장 빠르게 퍼지는 문화양식이다. 특히 술은 나라와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과 재료가 달라 로컬의 삶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창업 1년 후인 2018년부터 시드르를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창업준비를 잘했기에 거둔 성과지만, 처음 시작할 땐 와인의 재료가 될 과육을 구하는 것부터 큰일이었다. 시드르 주재료가 되는 사과가 충주의 특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농장을 가야 적합한 사과를 구할 수 있는지, 시드르 생산에 필요한 만큼의 양을 구할 수 있는지부터 큰 숙제였다.

충주 도자기마을 안에 자리잡은 와이너리 (작은알자스 제공)

지금은 다양한 연구 끝에 충주 사과의 맛을 살린 시드르 생산에 성공했고, 시드르의 맛을 더 잘 구현하기 위해 충북 수안보 근처에 과수 농사를 위한 땅을 일구고 있다. 서다. 사과뿐 아니라 포도농사도 함께 지어 프랑스 와인 문화를 한국에 정착시키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시드르와 와인을 만드는 공정과 별개로 농사는 계속해서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레돔 시드르>는 내츄럴 와인이기 때문에 일반 와인보다 더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내추럴 와인이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와인이라는 소리다. 와인은 원래 포도를 발효시켜 빚는 술인데, 새삼 내추럴 와인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작은알자스>는 원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내츄럴 와인생산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 김혜령 기자)

“귀국 후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시작하기 전, 한국의 다른 와이너리를 방문해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근데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마다 ‘바디감이 어떻네’, ‘향이 어떻네’하며 어떤 기준을 두고 와인의 맛을 정하려고만 들더군요.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와인이 낼 수 있는 특유의 자연스런 맛을 찾아내야 합니다. 와인 맛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외국산 유명와인의 맛을 기준으로 잡아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첨가물을 넣게 됩니다.

당연히 프랑스와 한국의 와인 맛은 달라요. 원 재료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나는 포도가 가진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그 포도의 맛이 와인에서 나타나도록 개발의 방향을 맞춰야 합니다. 정해진 다른 기준의 맛에 맞추려 해서는 안 돼요.”

와인이 생활화된 알자스 어느 집 창가의 모습. 가지런히 놓인 다양한 와인병에서 위트를 찾을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같은 종류의 와인들도 모두 같은 맛을 내지 않는다. 각 지역의 다른 토양에서 자란 포도의 차이, 농가마다 다른 농사짓는 방법, 와인을 숙성시키는 와이너리만의 노하우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으로 나타나며 이것이 프랑스 와인의 경쟁력이다. 즉 포도가 재배된 땅, 그 해의 기후와 농사, 와인이 숙성되는 시간, 브랜드의 가치에 따라 와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다양해진 것 뿐이다.

“와인의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다 맛있는 게 아니고, 저렴하다고 해서 다 맛없는 것도 아니에요. 이름없는 농가에서 만들어졌지만, 가격의 몇 배 이상 가치를 갖는 와인들도 많아요. 수공예로 만든 가방이 명품 가방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가격이 싸더라도 담고 있는 의미에 따라 가치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와인이 지닌 가치는 마시는 사람이 평가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와인은 아주 매력적인 술이죠.”

프랑스에서는 무조건 고급 와인에 기준을 두고 와인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그 나름의 맛을 즐기기 때문이다. 오래 두고 보관했을 때 더 맛있는 와인도 있고, 갓 만든 해에 마셔야 신선함으로 맛있는 와인도 있다. 그만큼 와인은 매력이 무궁무진한 술이다. 내츄럴 와인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가 다 팔리면 새로운 와인이 완성될 때까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다. 이것만으로도 내추럴 와인의 매력은 배가 된다.

2019년 10월 <로컬크리에이터페스타>에 부스로 참여해 시드르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드르를 시음한 참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사진: 김혜령 기자)

한편 <레돔 시드르>가 지닌 매력을 알리기 위해 신이현 대표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농부시장 마르쉐>는 <레돔시드르>와 취향이 맞는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원래 프랑스어 ‘마르쉐(marcher)’는 ‘난장, 길거리 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5일장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신이현 대표가 파리에서 주말마다 경험한 마르쉐는 매우 큰 규모로 열리며, 농산물 외에도 고기, 생선, 치즈, 버터 등을 판매한다.

마르쉐 한켠에서는 크레이프, 글라스 와인 등 다양한 음식들도 판매하기 때문에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찬 시장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시장은 오전에만 열렸다가 오후에는 사라지는 깜짝 시장이다. 이것만으로도 그 매력은 2배로 커진다.

“마르쉐가 열리면 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자기 밭에서 난 채소를 가지고 도시로 들어와요. 마르쉐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는 장소죠. 그러다보니 단골 상인이 아니라 단골 농부가 생겨요. (웃음) 농부도 자기 밭에서 수확한 것을 가지고 참여하다 보니, 매번 신선한 채소, 제철 채소를 맛볼 수 있어요.”

성탄을 앞둔 12월 15일 서울 성수동 S-Factory에서 열린 <마르쉐-선물장>에서  (사진: 김혜령 기자)

지난 12월 서울 성수동 S-Factory에서 열린 <마르쉐-선물장>은 알자스의 크리스마스와 유사한 모습을 띄어 신이현 대표에게는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면 알자스의 온 동네에 크리스마스 마르쉐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알자스는 프랑스 내에서도 겨울을 상징하는 ‘로컬’이다. 이는 전 세계적로 퍼진 크리스마스 풍습 중 상당수가 알자스의 겨울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한다. 이런 알자스의 정취와 멋을 알리고 재현하기 위해 <작은알자스>는 조만간 수안보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수안보는 전국에서도 온천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온천이라서만이 아니라 그만큼 물이 좋아 유명한 곳이다. 이런 점은 알자스와도 같다. 알자스도 온천이 유명하며 물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안보에 진짜 ‘작은 알자스’를 건립하는 동시에 더 큰 와인창고와 생산시설도 갖춰 숙성와인도 시도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알자스 풍의 집을 짓고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면서, 찾아온 사람들이 프랑스 알자스에 온 것처럼 온천을 즐기고, 시드르와 함께 알자스 요리를 맛보게 하는 거죠. 온 김에 1년 동안 마실 시드르도 사가고... 그야말로 알자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안보에 와야만 <레돔 시드르>를 맛보고 사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겠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을 만들 생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zPentnavuc&feature=youtu.be

▲크라우드펀딩을 위해 만든 <작은알자스>의 영상 

겉으로 볼 때 <작은알자스>는 충주 특산물인 사과와 포도를 이용해 시드르와 와인을 만드는 소규모 로컬 와이너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은알자스>가 생산한 시드르와 와인은 충주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프랑스와 알자스를 만나게 만든다. ‘로컬’ 속에 ‘글로벌’이 공존하는 이런 형태는 한 때 세계화와 함께 등장한 ‘글로컬’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작은알자스>를 두고 신이현 대표는 ‘충주에서 맛볼 수 있는 밀푀유’로 비유한다. ‘밀푀유’는 ‘천 겹의 잎사귀’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메뉴다. 겹겹으로 된 바삭한 페스츄리 사이에 크림, 잼과 같은 다양한 필링을 끼워 넣어 풍성한 맛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밀푀유’의 특징이다.

충주의 사과와 포도에 싸여진 시드르와 와인이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와 알자스가 싸여있다. 겹겹으로 중첩된 ‘로컬’과 ‘글로벌’, 그 사이사이에 의식주로 나타나는 풍습과 문화가 밀푀유의 필링처럼 가미돼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개성있는 맛과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프랑스 디저트 '밀푀유'처럼 충북 충주와 프랑스 알자스의 특산물과 먹거리, 글로컬의 문화가 겹겹이 싸여있는 <작은알자스>. 수안보 인근에 농장과 와이너리, 게스트하우스 등을 준비중이다.  (사진: 김혜령 기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의, 식, 주를 통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 중에서 식(食)에 해당하는 먹거리, 특히 식재료는 지역의 특산물로 여겨져 그 식재료가 나고 자라는 지역의 상징으로 쓰이거나 그 지역을 연상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자체 홍보나 지역산업발전을 위해 브랜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해석을 통해 전통의 틀을 뛰어넘고 있다. 새롭지만 전통을 포괄하는 새로움을 창출할 뿐 아니라, 먹거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로컬’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1편과 2편은 로컬푸드 분야의 로컬크리에이터 2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1편에서는 로컬베이커리 <브레드메밀> 최효주 대표를 통해 로컬푸드를 통해 다가오는 로컬, 전통적인 로컬푸드의 재해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다음 2편은 로컬와이너리 <작은알자스> 신이현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로컬을 통해 경험하는 글로벌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저작권자 ⓒ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