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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27)]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4.05 12:20 의견 0

◇ 7살 초등학교 입학 준비

다섯 살 때는 유치원만 다니게 했고, 여섯 살 때는 원하는 미술 학원, 발레 학원에도 보냈습니다. 이때까지 흔히 말하는 국어, 수학은 전혀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국어는 교육 방송 “한글이 야호”를 보고 배워서 네 살부터는 조금씩 글자를 알게 됐는데, 7살이 되니 읽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글씨를 잘 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영유’에 다니다 보니, 알파벳을 더 잘 썼습니다. 한글은 거의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었죠.

수학적인 개념은 거의 없었는데, 유치원에서 10이 되는 더하기 정도는 학습하고 있었고, 10 안의 숫자로는 뺄셈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아한테 7 더하기 3을 물어보니, 10이라고 얼른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좀 답답했습니다. 집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은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는데 제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안아의 산수 능력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입학 전에 대부분 일곱 살은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1학년이 됩니다. 물론, 한글 교육의 강화를 목적으로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글을 모르면, 다른 과목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어 시간에는 자음과 모음을 배우지만, 다른 과목에는 이미 문장이 나오기 때문이죠. 웃어야 할지, 답답하다고 해야 할지.

육아와 양육과 관련한 책에서는 대체로 조기교육을 부정적으로 설명합니다. 일찍 배우면 나중에 싫증을 낼 수 있어서 늦게 배운 아이들과 별 차이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여러 실험 결과가 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 근거의 출처는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함정이 있습니다. 즉,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는 문화가 정착한 유럽 등의 국가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상황에 무턱대고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강압적으로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아이의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해서 조기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때 주의할 사항은 교과 과목의 성적을 위한 조기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장기를 일찍 찾아주기 위한 조기교육을 추천합니다.

◇ 독서하면서 쓰기를

한글을 일찍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쉬운 동화책을 혼자 읽었습니다. 그래서 명작 동화라고 지칭된 책들은 꽤 읽었죠. 하지만, 한 번 읽고 다시 책꽂이로 돌아가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안아의 수준에 맞는 독서 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안아야, 오늘부터 책 한 권씩 읽고 스케치북 반쪽에는 안아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반쪽에는 글을 썼으면 좋겠어. 대신 열 개를 채울 때마다 아빠가 선물을 줄게.”

“좋아!”

안아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우리 부부는 안아와 약속한 내용을 어기지 않고 다 지켰기 때문에 포상이 주어진 활동은 안아도 열심히 했습니다.

포상과 처벌의 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지 장기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러 실험 결과가 있고, 부모가 된 저도 포상과 처벌의 부정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실험 결과는 100%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즉,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했을 때, 포상보다는 처벌이 더 많았습니다. 잘하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잘못했을 때의 처벌이 더 컸습니다. 물론, 지금은 반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벌보다 포상이 더 큰 게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이와 약속한 사항을 100% 가깝게 지키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요? 최대한 노력한다고 하지만, 모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한 부모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두를 닦으면 용돈을 준다고 하면, 잘 닦던 구두도 대가를 기대하면서 안 닦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구두를 닦아서 용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후에는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우연히 횡재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받은 용돈이기에 잠시나마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런 구두닦기를 아이의 역할로 정하고 이에 따른 대가를 주는 형태로 규칙을 세운다면? 또 다른 교육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책은 참고서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평균’의 함정을 파고 기다립니다. 우리 아이가 그 평균에 정확하게 일치할 확률은 굉장히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서는 참고용이지, 맞춤형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견해, 실험 결과를 무시하자는 게 아닙니다. 참고하되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독해 능력을 부모가 갖출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0권의 독서와 독후 활동은 약 2주 정도 걸렸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느낀 점도 쓰고. 그러면서 글씨 쓰는 연습을 조금씩 했습니다. 문장이라는 개념도 알려주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글씨의 맞춤법도 조금 알려줬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한 포상은 확실하게 실행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시작한 게 100권 정도가 넘으니 집에 있는 동화책은 한 번 이상은 읽게 됐습니다. 물론, 글씨도 조금 나아졌고요. 그렇다고 해서 글씨를 잘 쓰게 된 것은 아닙니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문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아빠의 마음에 커다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욕심은 뒤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더하기, 빼기 : 훈련이 답입니다

국어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으니, 수학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더하기, 빼기를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치원에서 10까지 수를 가지고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리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처음 연산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10이라는 숫자를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수가 커지고 더하기와 빼기에서 올림과 내림이 생기니 힘들어했습니다.

어른의 머리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산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죠. 무작정 가르친 건 아니었습니다. 연산할 수 있는 교재를 주고 하루에 한쪽씩 꾸준히 풀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셈이 빨라지고 원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 안아가 한 장씩 풀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재미있어하니, 원하는 대로 시켰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어려움을 호소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냥 꾸준히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은 성인이 돼서도 사용하는 연산이니 일찍 알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조기교육과 관련한 부분에서 찬반 논쟁이 이뤄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나누겠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아이에 따라서 다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조기교육이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시중에 많은 자료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조기교육인지는 명확하게 정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한글을 우연히 일찍 깨친 아이들한테 한글 교육이 조기교육일까요? 숫자를 좋아해서 덧셈과 뺄셈까지 아주 재미있게 익히는 아이들한테 간단한 연산이 조기교육일까요?

『평균은 없다』라는 책에서는 평균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세상 어떤 사람도 평균에 근접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리해서 어려운 부분까지 조기교육을 시키자는 생각은 아닙니다. 아이가 학습을 시작하기 시작했을 때, 서서히 조금씩 배워가면서 난도를 높이는 것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정상적인 학습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7살이 끝날 무렵, 1학년 수준에서 나오는 셈은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로 구구단을 시켰습니다. 교재에 나온 대로 순서대로 꾸준히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구구단은 쉽지 않았습니다. 원리도 잘 모른 채 외우는 게 쉬울 리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종종 곱의 개념을 설명해주고, 문제도 풀고 구구단 게임까지 하면서 열심히 학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구구단을 제대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이 되기 전에 구구단과 간단한 곱셈 문제는 풀 수 있는 실력이 된 것이죠.

생각에 따라서는 “애가 참 힘들겠구나!”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루에 10~15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당연히 주말에는 학습하지 않았고요. 저는 안아한테 늘 강조하는 교육 방침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고, 집중해서 해야 한다.”

열심히 해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기에 다시 배워서 도전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거나 대충 하는 건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틀린 건 이해하지만, 실수로 문제를 틀리면 항상 훈육의 시간을 갖습니다.

◇ 좋은 아빠 TIP

1.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평균적인 아이일 확률이 희박합니다. 우리 아이의 장단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2. 많은 자료를 참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부모가 학습해야 합니다. 유명한 권위자가 말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한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화, 가정, 주변 인물 등의 변수가 정말 많습니다.

3. 포상과 처벌의 원칙은 항상 일정해야 합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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