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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참전용사의 수기 ‘후크고지의 영웅들’ - 6.25 71주년 맞아 잔잔한 반향불러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6.25 13:50 | 최종 수정 2021.06.25 14:53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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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제공)

6.25 전쟁 71주년을 맞아 영국군 참전용사의 수기 <후크고지의 영웅들>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한국군에 가세한 UN군은 16개 국가의 군대로 구성되었다. 48만 명을 파병한 미국이 주를 이뤘지만, 영국은 그 2번째 규모인 5만 6천 명을 파병했다. 그간 참전국에 대한 관심은 스포츠, 문화교류 과정에서 미국, 터어키, 에디오피아 등에 집중되고 다른 국가에 대해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면이 많았다.

<후크고지의 영웅들>의 무대가 된 후크고지는 임진강 북단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사미천 좌측 서북에서 동남으로 비스듬한 해발 200미터의 능선형 고지다. 지형이 갈고리(hook)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후크고지는 총 4차례에 걸친 중공군과의 격전지로 기록되고 있다. 1952년 10월 2~28일 벌어진 제1차 후크고지 전투, 1달 뒤인 11월 18~19일의 제2차 후크고지 전투, 이듬해 1953년 5월 28~29일 벌어진 제3차 후크고지 전투, 마지막으로 휴전협상이 한창이던 1953년 7월의 제4차 후크고지 전투가 알려지고 있다.

이 중 <후크고지의 영웅들>의 저자 케네스 켈드 옹이 참전한 제3차 후크고지 전투가 가장 치열했다. 1952년 11월 후크고지에 투입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는 중공군 1개 사단의 총공세에 맞섰다. 포격을 견디면서 참호 속 육박전까지 벌어지는 50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고지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전투의 승리로 인해 임진강 북단의 연천군 장남면, 백학면, 미산면, 왕징면 일대가 대한민국 영토가 될 수 있었다.

영국 참전 용사들의 수기집인 <후크고지의 영웅들>은 원래 비망록의 형태로 잠자고 있던 원고였다. 케네스 켈드 옹이 정리한 원고를 그의 딸이 책자 형태로 프린트해 소장하고 있던 것을 영국 교포 김용필씨가 발견해 한국의 출판사 <타임라인>에 소개했다.

<타임라인>은 케네스 켈드 옹을 비롯한 22명의 참전 용사의 수기를 수집했으며, 교포 김용필씨 와 그의 가족도 참전 용사들의 고향인 영국 북부 지역민들의 언어 습관과 정서가 담긴 원문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그 결과 18살의 나이로 이역 만리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한 소년들의 생각과 감정, 1달이 넘는 긴 항해와 부산에서 임진강까지 26시간에 걸친 기차 이동 등 전선에 배치되기 까지의 이야기, 당시 영국군의 병영생활, 수색정찰의 긴장감, 생사가 갈리는 전투와 포로생활까지 생생한 전쟁경험담이 기록될 수 있었다.

1934년생인 케네스 켈드 옹은 영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을 잊지 않았다. 1978년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협회 북동부 지부 창설 멤버로, 현재까지도 북부 잉글랜드 지부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후크고지 전투가 벌어졌던 연천군 장남면 일대에는 후크고지 전투를 기릴 수 있는 전적비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만 책 출간과 더불어 이런 사실을 알게된 네티즌들이 서평을 나누며 잔잔한 반향이 일어나고 있으며,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전적비 건립 운동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뗀 상황이다.

전쟁 발발 71주년이 되었지만 누구는 ‘6.25’라 부르고 누구는 ‘한국전쟁’이라 부르며 전쟁의 이름조차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전쟁이다. ‘동란’이다, ‘사변’이다 라는 논쟁도 이미 멈춰진 상황이다. 현재도 휴전인지 정전인지도 불투명한 상황 속에 종전의 논의조차 ‘종전선언’이 갖는 정치·외교적 상징을 누가 활용할 것인가에 함몰되어 더욱 더 전쟁의 참상과 본질은 잊혀지고 있다. <후크고지의 영웅들>은 70여 년 전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비극을 다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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