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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6년 지나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난 삼성, 두산의 플레이오프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11.09 23:20 | 최종 수정 2021.11.10 11:27 의견 0

가을 두산의 저력은 키움과 LG를 넘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대결로 그들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2위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에서의 아쉬운 패배를 뒤로하고 이 대결을 준비했다. 충분한 휴식도 있었고 3전 2선승제의 시리즈에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플레이오프를 무난히 승리한다면 큰 전력 손실 없이 한국시리즈에서 KT와 만날 수 있다.

삼성을 상대하는 두산은 지쳐있다. 이미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에서 상당한 힘을 소진했다. 포스트시즌에 오르긴 했지만, 외국인 투수 2명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중 한 명인 로켓은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올 시즌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에이스 미란다는 부상 복귀를 기대하며 팀에 잔류한 상황이지만, 플레이오프 등판은 불발됐다. 이에 남은 선발 투수들이 힘겨운 등판 일정을 소화 중이다. 피로가 누적됐다. 불펜진 역시 지쳐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영하, 이현승, 홍건희, 김강률까지 필승 불펜 투수들은 거듭된 등판에 과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 투혼을 발휘하며 버티고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도 호투를 이어갈지 미지수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들어 뜨거운 팀 타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정규 시즌 부진을 씻어내고 공. 수에서 펄펄 날고 있는 1번 타자 정수빈과 포스트시즌 들어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타격으로 공포의 2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필요할 때 한 방씩을 터뜨리고 있는 박건우, 김재환, 양석환의 클린업 트리오, 상위 타선 못지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박계범, 박세혁, 강승호 등의 하위 타선도 만만치 않다. 언제 어디서든 집중타가 나올 수 있는 두산 타선이다.

두산의 가을야구 DNA는 상대의 빈틈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상대 실책이 나오면 두산은 득점으로 응징했다. 이런 타선의 힘을 지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게 했다. 두산은 선택과 집중 전략과 함께 과감한 승부수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는 김태형 감독을 중심으로 한 벤치 파워도 강하다. 여기에 팀에 누적된 큰 경기에 대한 경험치와 이에 수반되는 여유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 속에 여유를 가지게 하고 있다. 긴장감 가득한 경기를 즐기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두산은 객관적 전력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산과 대결하는 삼성은 2015 시즌 한국시리즈 이후 6년 만에 그들을 상대한다. 당시 삼성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고 5년 연속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시 석권이라는 또 다른 역사에 도전했다. 정규리그 3위였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두산은 상당한 전력 소모가 있었다. 삼성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투.타 전력에서 우세에 있었다. 삼성의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은 주력 선수 다수가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되는 악재 속에 전력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함께 삼성은 팀 분위기 마저 어수선했다. 이는 두산의 업셋 한국시리즈 우승의 신화로 이어졌다. 2010년대 최강팀으로 왕조 시대를 열었던 삼성의 전성기가 저무는 사건이었다.

이후 삼성은 주력 선수들의 FA 이적으로 전력의 약화됐고 구단 운영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겹치면서 하위권 팀으로 추락했다. 현대식 신축 구장을 완공했지만, 이는 삼성의 긴 침체기의 시작과 함께 하고 말았다. 삼성은 2016 시즌부터 2020 시즌까지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 사이 FA 영입을 통해 반전을 모색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내부 선수 육성은 지지부진했고 외국인 선수 영입도 실패를 거듭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삼성과 달리 두산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 시즌까지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2010년대 최강팀의 자리가 삼성에서 두산으로 바뀌었다. 삼성은 이런 두산의 전성기를 그저 바라봐야 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는 양 팀의 운명을 크게 엇갈리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2021 시즌 삼성은 길었던 암흑기를 벗어났다. 내부 육성이 성과를 거두며 선수층이 두꺼워졌고 FA 영입의 효과가 더해지며 마운드와 야수진 모두 단단해졌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잘 어우러지면서 삼성은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고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했다. 아쉽게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지만, 삼성은 강팀으로 거듭난 올 시즌이었다. 삼성은 이 흐름을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갈 기세다. 하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큰 좌절을 삼성에게 안겨주었던 두산의 벽을 넘어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과 주어진 여건 등을 삼성의 우세를 예상하게 한다. 두산은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만신창이의 몸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은 결코 방심할 수 없다. 두산은 키움과의 와일드카드전과 LG와의 준플레이오프전에서 모두 열세라는 예상을 뒤집고 승리했다. 두산의 저력은 삼성에 큰 위협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우세를 예상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는 강력한 선발 마운드다. 삼성은 올 시즌 16승으로 키움 요키시와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른 에이스 뷰캐넌에 이어 시즌 14승의 원태인, 백정현까지 강력한 선발 3인방이 버티고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삼성은 선발 투수에 있어 고민이 없다. 5인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던 최채흥과 외국인 투수 몽고메리는 언제든 불펜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시즌 후반기 최채흥은 불펜 투수로 매우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몽고메리는 시즌 중 심판 욕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투구로 활약하는 등 불펜이 낯설지 않다. 이들은 모두 까다로운 구질의 좌완 투수다. 두산 타선의 시발점이 되는 정수빈, 페르난데스의 두 좌타자 테이블 세터진과 김재환, 박세혁 등 강력한 좌타자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여기에 불혹의 나이지만 올 시즌 세이브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한 마무리 오승환이 힘을 비축하며 시리즈를 준비 중이고 베테랑 우규민은 언더핸드 투수로 두산 우타자를 상대로 유용하고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는 심창민도 후반기 예전 기량을 회복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마무리 오승환까지 가는 징검다리가 매우 든든하고 다양성도 갖춘 삼성이다.

타선도 강력하다. 타선의 부진으로 두산에 밀렸던 LG와는 차원이 다르다. 두산 정수빈에 필적하는 1번 타자 박해민이 부상을 이겨내고 포스트시즌에 나서고 있고 올 시즌 장타력과 정확성을 두루 갖춘 타격으로 강한 2번 타자의 전형을 보여준 구자욱의 테이블 세터진이 두산에 밀리지 않는다. 삼성의 박해민, 구자욱은 두산의 정수빈, 페르난데스 테이블 세터와 마찬가지로 좌타자에 기동력 야구가 가능한 1번 타자와 장타력이 있는 2번 타자의 조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수빈과 박해진은 모두 중견수로 리그 최고의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삼성은 밀리지 않는 테이블 세터진과 함께 오재일, 피렐라, 강민호로 이루어진 클린업 트리오도 강력하다. 특히, 오재일은 두산에서 오랜 세월 활약했고 이제는 과거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던 두산을 적으로 만나게 됐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 유독 가을과 포스트시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가을 두산의 DNA를 몸속 가득 품고 있다.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고 두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재일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찬바람이 부는 시즌 후반기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하며 삼성이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오재일은 삼성에서 가장 기대되는 타자다. 피렐라는 외국인 선수에게 보기 드문 허슬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올 시즌 내내 순도 높은 공격력으로 삼성 타선에 활력소가 됐다. 3번째 FA를 앞두고 공수에서 또 다른 전성기를 여는 듯한 활약을 했던 강민호는 프로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상위 타선은 두산 그 이상의 힘이 있는 삼성이지만, 하위 타선은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이원석은 경험은 풍부하지만,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고 파워 감소가 뚜렷했다. 이학주를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나설 오선진은 30대 베테랑이지만, 백업 역할이 익숙했고 올 시즌 트레이드로 삼성에 영입되기 전 하위권 팀 한화에서 선수 커리어를 쌓은 탓에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다.

그가 어느 정도 공수에서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작지만 강한 선수인 김지찬은 재능 있는 타격을 하지만, 경험 부족의 문제가 있고 시즌 내내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타격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의 외야 한자리를 맡고 있는 김헌곤도 꾸준한 활약을 했지만, 포스트시즌이 낯선 선수다. 삼성으로서는 하위 타순에 자리할 선수들이 공. 수에서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지가 팀 공격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오선진, 김지찬의 내야 센터라인의 수비 능력도 유심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삼성으로서는 시즌 막판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의 몸 상태에 따라 내야진의 무게감이 한결 달라질 수 있다. 김상수는 부상으로 우승 결정전에도 나서지 못했고 플레이오프 선발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상수는 2루수로 김지찬 이상의 수비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고 기동력 야구로 두산 내야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위타선에도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다만, 건강하지 않은 김상수라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

이런 불안요소가 있지만, 삼성은 두산에 비해 투. 타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고 무엇보다 힘을 비축한 강력한 선발 마운드가 있다. 두산 타자들이 놀라온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키움과 LG 투수들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삼성의 선발 투수들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키움과 LG의 투수들은 정규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하면서 힘을 소진했다. 삼성은 띄엄띄엄 이어지는 시즌 후반기 경기 일정으로 마운드의 과부하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여기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KT와의 정규리그 우승 결정전을 통해 포스트시즌의 강한 긴장감을 경험했다. 이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두산은 타자들의 능력에 절대 기대야 하는 플레이오프다. 마운드는 힘이 바닥났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베테랑 좌완 장원준을 엔트리에 포함하는 변화를 줬지만, 과거와 같은 구위가 아닌 장원준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삼성의 강력한 좌타자 라인을 어느 정도 막아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두산으로서는 무리한 등판 일정에도 올 시즌 삼성전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던 1차전 선발 투수 최원준의 호투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원준은 이미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최원준은 사이드암 투수지만, 좌타자에 대한 약점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포스트시즌 등판을 경험하면서 포스트시즌의 긴장감에도 적응을 했다.

두산은 1차전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 3전 2선승제의 대결인 만큼 1차전 승리는 시리즈 승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삼성이 경기 공백이 있는 만큼 1차전이 두산에게는 큰 기회다. 두산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처럼 1차전 승리 후 2차전에서는 힘을 아끼고 마지막 3차전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전력을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1차전을 패한다면 경기 감각을 회복한 삼성과의 2차전 전망도 어둡다. 삼성으로서는 1차전에서 얼마나 집중하고 그들의 장점을 제대로 경기력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1차전을 내준다면 시리즈는 두산이 그 흐름을 주도하고 삼성이 그들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삼성에게는 나오지 말아야 할 일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6년 만의 만남이다. 그사이 삼성은 많은 부침이 있었고 보다 높은 곳에서 두산을 상대하고 있다. 두산은 2015시즌과 같이 위에 자리한 삼성을 상대한다. 삼성과 달리 두산은 6년의 세월 동안 가장 높은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두산을 넘어서 새로운 팀의 부흥기를 시작하려 하고 있고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통해 그들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2010년대 프로야구 최강팀의 자리를 주고받았던 삼성과 두산이 2021년 그들의 위치를 다시 바꾸게 될지 아니면 변화의 시계가 멈춰질지 이들의 대결 그 결과가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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