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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두산, 이번에도 내부 FA 지키기 성공할까?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11.26 19:50 | 최종 수정 2021.11.28 01:50 의견 0

우수한 야수 자원들이 다수 시장에 나올 FA 시장에서 이적 가능성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두산의 외야수 김재환과 박건우다. 이들은 그동안 두산의 중심 타선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고 그에 상응하는 커리어를 쌓았다. 올 시즌 역시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큰 부상 이력도 없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 두산의 주축 선수로 큰 경기 경험을 다수 있다. 영입할 수 있다면 그 팀의 공격력을 한층 끌어올려 줄 선수들이고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팀에 플러스알파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물론, FA 시장에는 우수한 외야 자원이 있다. LG의 간판타자인 김현수와 롯데 간판타자 손아섭, 리그 최고 테이블 세터인 삼성 박해민 등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적 가능성이 김재환, 박건우에 비해 떨어진다. 모두 원 소속팀에서 그 비중이 큰 탓에 그들을 잔류시키려는 소속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만큼의 자금력도 가지고 있는 팀들이다.

LG 김현수는 LG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상징성에 그에 상응하는 타격 능력과 주장으로서 리더십도 보였다. 올 시즌 성적 지표가 하락하고 에이징 커브가 걱정되는 나이지만, LG가 그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공격력 문제로 고민을 거듭했던 LG로서는 간판타자의 이탈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LG는 김현수의 미래 가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상당한 계약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LG와 4년간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하며 4년을 함께 한 김현수는 이전 소속팀 두산에 이어 서울 연고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가능하면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 선수 커리어를 이어가고자 할 수 있다. 우승 가능성이 있는 LG를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마침 LG는 내부 FA 서건창이 함께 시장에 나왔지만, 서건창은 올 시즌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고 FA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와의 협상에 주력할 수 있는 LG의 상황이다.


롯데 손아섭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을 떠나보낼 수 없다. 과거 강민호의 삼성행을 막지 못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던 기억도 있다. 손아섭이 점점 기량이 내림세에 있다고 하지만, 올 시즌 후반기 손아섭은 건재를 과시했다. 손아섭의 장타력 저하가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롯데의 지향점이 안정된 마운드와 수비, 기동력과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해 득점력을 높이는 야구라고 한다면 안타 생산력과 출루율을 두루 갖춘 손아섭은 꼭 필요한 선수다. 그와 함께 FA 자격을 얻은 정훈의 거취도 문제지만, 정훈은 상대적으로 연봉 규모가 낮고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가치 평가에 마이너스 요소다. 롯데가 의지를 가지고 다년 계약을 제시한다면 잔류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손아섭, 정훈의 잔류를 우선시하고 있다. 타 팀이 접근이 쉽지 않다.

삼성은 좌완 선발 투수 백정현과 주전 포수 강민호, 내야수 오선진과 박해민을 포함해 4명의 내부 FA 선수가 있다. 전원 잔류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삼성은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2위의 성과를 낸 만큼 팀 구성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내부 FA 잔류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 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외야수 박해민은 올 시즌 삼성의 주장으로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박해민은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포스트시즌에 나설 정도로 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상호 공감대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두산의 김재환과 박건우는 상황이 다르다. 두산의 재정 상황이 이들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 시즌 두산은 예상을 깨고 막대한 투자를 하며 내부 FA 허경민과 정수빈을 잔류시켰다. 두산은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야구단의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고 그들의 훈련장을 임대조건부로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야와 외야의 핵심 선수인 허경민과 정수빈을 지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두산은 이들에게 파격적인 장기 계약을 제시하며 타 구단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중심 타선에서 활약했던 오재일, 최주환을 FA 시장에서 잃긴 했지만, 전력의 극심한 약화를 막았던 두산이었다. 대신 두산은 트레이로 LG에서 주전 자리가 애매하던 양석환을 영입해 오재일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웠고 최주환과 오재일의 FA 보상 선수인 강승호, 박계범이 노쇠화 현상이 뚜렷한 김재호, 오재원의 내야 센터라인을 대신하면서 상위권 전력을 유지했다. 이 외에도 두산은 팀에 필요한 부분을 트레이드로 성공적을 보완하는 거상의 면모를 보이며 한계점에 봉착한 내부 육성의 어려움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은 두산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지난 시즌만큼의 자금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10개 구단의 공통적인 문제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중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구단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됐다. 훈련장 매각 같은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타 구단의 영입 공세에 대응할 자금이 부족하다. 프로는 돈으로 말하는 현실에서 정으로 이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

두산으로서는 둘을 모두 지킬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재환은 보다 잔류 가능성이 높다. 김재환은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최근 5년간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의 생산력을 유지했다. 2019 시즌 프로야구 공인구의 반발력이 조정되며 홈런수가 15개로 급감하기도 했지만, 2020 시즌 30개, 올 시즌 27개로 홈런 파워를 회복했다.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우려되지만, 올 시즌 장타력이나 타점 생산력에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커리어가 잠실에서 모두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그가 잠실을 벗어난 홈구장에서 경기를 한다면 홈런과 타점 생산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는 두산에서 삼성으로 FA 이적한 오재일이 증명했다.

팀 타선에 장타력을 더하고자 하는 팀이라면 김재환에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미 특정 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재환은 최근 수년간 장타율이나 출루율의 내림세가 분명히 보였다. 그의 공격 생산력이 지속해 떨어질 수 있다. 그를 영입하는 팀은 그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2시즌 내 성적에서 결과를 만들어 한다. 또한, 김재환은 외야수로서 수비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명타자로 나서야 하는 경기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제한 조건은 김재환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적 향상을 기대하는 팀이라면 김재환이 가지는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특히, SSG와 같은 타자 친화 구장을 홈으로 하는 팀에게 김재환은 아주 매력적이다. 기존 중심타자 유한준의 은퇴와 외국인 타자 공격력에 의문부호가 있는 올 시즌 우승 팀 KT 역시 김재환은 우승 전력을 유지하게 하는 외부 영입이 될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수요에도 김재환은 올 시즌 연봉이 7억 6천만에 이르고 있어 20인 보호 선수 외 보상 선수를 포함해 영입 시 경우에 따라 20억원이 이상의 막대한 보상금액이 필요하다.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프로야구 현실에서 큰 부담이다. 이런 진입 장벽은 두산에는 김재환 잔류에 호재다. 현실적인 상황은 김재환이 보다 잔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래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박건우에 더 눈길이 간다. 박건우는 김재환보다 2살이 어리다. 4년 계약을 해도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박건우는 김재환과 비교해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상시 3할 이상의 타율이 가능하고 타점 생산력도 뛰어나다. 기동력과 수비 능력도 겸비한 다재다능함이 있다. 화려함을 덜하지만, 팀 전력의 내실을 더할 수 있는 선수다.

야구 이미지 픽사베이

이에 박건우는 김재환 보다 더 타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공.수 전반에서 외야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팀에게 박건우는 안성맞춤의 카드다. 외야수 보강이 목마른 한화와의 연결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지난 시즌 정수빈 영입을 위한 오퍼를 했던 한화는 머니 게임에 나서지 않고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리빌딩의 성과가 필요한 내년 시즌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 그동안 FA 영입에 나서지 않은 만큼 자금력도 있다. 의지만 있다면 대형 선수 1명은 충분히 영입할 여력이 있다.

이런 한화에 박건우에 올인한다면 두산이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즌 중 박건우가 다소 석연치 않은 이유로 1군에서 제외되 상당 기간 2군에 머무르면서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타난다면 박건우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만약, 두산이 김재환과 박건우 지키기에 실패한다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 준비한 자금을 외부 FA 영입에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두산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결코 아니다.

두산은 그동안 FA 시장에서 의도치 않게 판매자의 입장이었다. 자금력 부족도 있었고 합리적 지출 기조를 유지하려는 구단 운영 방침도 이에 영향을 줬다. 그러면서도 두산은 내부 육성과 적절한 보상 선수 영입, 트레이드 등으로 떠난 선수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강팀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계속된 선수 유출은 구단의 자산 유출과 같은 일이다. 그만큼 구단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열혈 팬들이 많은 두산이지만, 스타 선수들과 지속적인 이별은 팬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래왔다.

또한, 올 시즌에는 리그 중단 결정 과정에서의 두산 역할과 KBO 총재의 두산 유착 관계 등이 조명되면서 구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늘어나기도 했다. 스토브리그 기간 두산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두산이 처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번 FA 시장에서 두산은 지키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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