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게 눈이 떠졌습니다. 사실, 새벽 어느 시점부터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불안은 거의 확신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걸렸다!! 하필이면, 다른 가족들 해제 후에….’
짜증이 났습니다. 열흘 이상 잘 버텼는데 결국 걸렸으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아침을 대충 먹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틀 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대기 번호 1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틀 전에는 기다리는 동안 산책을 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앉아서 쉬고 싶었습니다. 병원 입구에 있는 체온계로는 36도가 나왔지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 없는 체온계가 전국에 퍼져 있는 셈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시스템이었을까요?
K방역, 잘 한 부분도 있겠으나 정치 방역이었다는 오점은 지우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리고 심리적 만족 방역. 체온을 재면 코로나 환자라도 정상 체온이 나올 테니까요.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는 정치풍토 속에서는 오점도 장점으로 선전해야만 하니, 개선과 발전은 다른 별 이야기인 듯합니다. 결국, 돈 낭비, 시간 낭비, 심리적 손해까지….
‘저 체온계로 37도가 넘으려면 39도는 넘어야겠구나!’
옆에 있는 간호사 분한테 체온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겨드랑이에 끼고 재는 체온계, 귀에 꼽는 체온계, 저렇게 외부에 있는 체온계 중에서 어떤 게 정확한 거냐고? 답은 귀에 꼽는 체온계였습니다. 대신 37.5도 아래로 나오는 수치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하네요.
그래서 몸살 걸려서 열이 난 적 없는데, 38도가 넘었다고 했더니, 걱정스럽게 말씀하십니다.
“몸살 걸려서 열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오전 9시가 넘었는데, 병원 원장님의 출근길에 차가 막혀서 한 20분 정도 더 걸린다고 합니다. 어차피 다른 병원에 갈 상황이 아니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대기 번호 1번이었으니까, 기다릴 만 했습니다. 다행히 9시를 10분도 넘지 않아서 이틀 전에 봤던 선생님이 출근하셨고, 곧 그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곧 콧속으로 면봉이 들어갔습니다. 경험을 토대로 통증정도를 예측하고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당당하게 버텼습니다. 훨씬 빠르고 덜 아프게 검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20분 후면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사실, 음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건 아니었지만 몸 상태는 양성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라는 기대는 했습니다. 여태 걸리지 않았으니, 안 걸렸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 것이죠. 제 이름이 불려서 긴장하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습니다.
“양성이네요!!”
“이틀 전에는 음성이었는데, 참 답답하네요. 그때 양성 나왔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요.”
“그러게요. 어쨌든 아래 약국에서 약 받아 가시면 보건소에서 연락 갈 거예요!!”
“네.”
약국에 가서 조제약을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이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장 내일 있을 약속과 다음 주 중에 있는 약속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 간 격리해야 했습니다. 아내한테 이 상황을 알렸더니, 황당하다는 듯이 처음에는 믿지 않습니다. 아내도 이제는 집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 때문에 어떻게 할지 다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께서 물어보십니다.
“양성이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 그동안 혼자 지냈던 방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이제 제가 격리될 상황이었습니다. 달라질 게 많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깔고, 덮었던 이불을 그대로 사용하면 됐고 밥만 이 방에서 먹으면 됐습니다. 점심부터 밥을 방에서 먹고, 약을 먹었습니다.
확진 첫날은 열이 나고 가끔 오한으로 오들오들 떠는 걸 빼고는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간헐적으로 기침이 있었지만, 심하지 않았고요. 이틀 전부터 코로나 증상이 있는 걸로 생각하면 벌써 3일 정도 지나는 셈이니까,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체력이 남아있으니 억지로 갇혀 있는 시간이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아프면 움직이는 게 힘들 테니, 답답함도 덜 했겠죠. 그렇게 첫 날 밤을 보냈습니다.
수시로 체온을 체크했는데, 37.8 ~ 38.2도를 오르내렸습니다. 열이 나서 힘든 건 별로 없었는데, 평소보다 빨리 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은 첫째 안아의 생일이어서 아내도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집에서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들어 온 것이었습니다.
밖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들렸지만, 나가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시간에 누워있었죠. 게다가 안아가 일반 케이크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원해서 저는 먹지도 못했습니다. 아빠를 배려하기에는 아직 어렸습니다. 주는 밥 먹고, 약 먹고, 누워 있는 게 일이었습니다. 사육하는 소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새로운 책 『둘째는 아빠가 다 키웠어요!』를 출간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