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주아는 격리 해제입니다. 크게 아프지 않아서 감사했고, 또 잘 극복하고 격리해제 돼서 감사했습니다.
감사라는 말이 참 쉽게 나옵니다. 작은 것에도 언제라도 감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잦은 분쟁, 다툼, 증오, 짜증 등이 즐비하지요. 자기 자녀를 사랑하듯이 남들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배려한다면 세상은 좀 더 활짝 갠 하늘같지 않을까요?
주아는 1주일을 잘 견디고 격리 해제의 날을 맞이했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언니는 하루 남았고, 할머니께서는 확진자로 격리된 상태였으니까요. 어제와 달라진 것은 날짜만 바뀐 것이지 모든 게 그대로였습니다. 마스크도 그대로 쓰고, 먹는 것도 언니와 할머니와 함께 먹었습니다.
격리해제 됐다고 해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저와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조심해야 했습니다. 여전히 바이러스가 주아 체내에 남아있었을 테니까요. 1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안아와 주아와 스킨십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주아가 다가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안고 뽀뽀하는 건 더 시간이 걸리겠는 걸!’
막내딸의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다가오는 딸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녀의 접촉에도 이렇게 민감해 하는 것을 보면, 코로나 격리는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거리까지도 멀게 만든 듯합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까지 회복하는 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까요? 이런 시절에 대선을 치렀으니, 서로를 존중하기 보다는 비난하는 게 당연한 듯합니다.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감정적 대립도 여느 선거 때보다 더 심했다고 느껴진 것도 이해가 됐습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안아도 격리 해제돼 학교에 가야했으니, 아이들의 등원과 등교 준비를 해줘야했습니다.
‘오늘은 대청소를 해야겠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오는 길에 소독제품을 더 가져다 달라고 하고 락스를 준비해서 화장실부터 깨끗하게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아이들이 지냈던 방에 들어가서 환기를 하고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그동안 덮고 깔고 했던 이불을 모두 가지고 나와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빨래는 한 번에 다 돌릴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았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서 집에 들인 이후로 이렇게 열 일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거의 저녁때가 돼서야 이불 빨래가 끝났습니다. 그 다음은 수건과 일반 빨래였습니다. 쉴 틈 없이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았고, 그동안 저는 어수선한 집을 정돈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 안아의 격리 해제를 기념해서
“안아야, 넌 뭐 먹고 싶어?”
“치킨요!!”
주아의 피자에 이어, 안아의 치킨이었습니다. 아이들이야 큰 불만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할머니는 어땠을까요? 잠시 당황하셨지만, 말없이 수긍하시고 치킨 몇 조각으로 저녁을 때우셨습니다. 그 동안 저는 환자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서 삼계탕, 갈비탕, 설렁탕, 죽, 초밥, 토스트 등 다양한 음식과 더불어 딸기, 오렌지, 토마토 등 야채와 과일도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도 끼니때만 되면 고민이 됐습니다. 사실, 남는 음식으로 제 끼니를 때웠으니, 제 기호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혹 음식이 부족하면(거의 그럴 일은 없었지만) 컵라면과 찬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메뉴여서 나쁘지 않았지만….
저녁까지 다 먹고 치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선반에 올려 져 있는 목욕용품, 화장품 등을 모두 내려놓고 깨끗이 닦았습니다. 바닥은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서 닦고, 변기도 광이 날 정도로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작은 욕실이었는데, 거의 한 시간 넘게 청소했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몸살 나겠는 걸?’
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이마에서는 비 오듯 땀이 쏟아졌습니다. 화장실 청소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거실도 뽀로로 매트와 식탁 아래까지 소독제를 뿌려 가면서 청소했습니다. 어수선했던 거실이 정말 역대 급으로 깨끗해 졌고, 화장실도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깨끗한 수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제 기분도 좋아지고 코로나에서 해방 된 가족의 새로운 일상 시작 준비가 끝난 듯했습니다. 몸은 지쳤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 오듯 땀이 난 덕분에 샤워할 때 기분은 더 좋았고요. 사실, 평소 같았으면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힘겹게 했을 텐데, 코로나 가족에서 다시 일상 가족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노동보다는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노동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정신적・육체적 행위라면, 일은 개인의 발전과 계발을 위해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시, 혼자만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내일이 되면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겠구나! 고생 많았다.’
스스로 격려하며 자리에 누웠습니다. 평소보다 지친 몸은 아주 쉽게 잠을 맞이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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