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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2)] 3월 25일(금) 인간처럼 산다는 것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07 13:28 의견 0


일주일, 길지 않은 격리 기간이 끝났습니다. 오늘부터는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현관 밖에 나가서 바람도 느껴보고, 마스크도 잠시 벗어 봤습니다. 별 거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격리 해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격리 기간은 끝났지만 일주일 정도는 더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아내가 집으로 들어와 생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최근에 환자였던 제가 더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있는 방에서도 음식물을 섭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습니다. 밤에 잘 때도 계속 착용하고 잤고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결혼 10주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격리 해제 첫날이었지만, 다른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격리됐던 방과 거실 이외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밖으로 나가서 산책은 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나가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확실히 몸이 무겁네요. 원래 4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데, 이날은 2킬로미터 정도만 걸었습니다. 그렇게 걷고 들어와서 일주일 만에 샤워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 코가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땀도 흘린 적이 없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격리 기간 동안 딱 한 번 머리를 감았고, 면도도 딱 한 번했습니다. 그러니 많지 않은 수염도 지저분하게 자랐고, 두발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갑자기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졌던 하루 물의 양은 한 컵 정도였다고 합니다. 식음료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그 적은양의 물을 나눠서 세수도 하고 양치를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진심으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그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세수하고 양치도 했던 사람들은 잔인한 나치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나치들은 유대인들은 죽여도 되는 동물과 같은 부류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저히 인간처럼 생활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가둬 놓은 것이죠.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동물처럼 여겼던 유대인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인류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격리 기간이 조금만 더 지속됐다면, 아마 저도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있기에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은 환경과 상황 등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닌 듯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걸리고 나니 여러 모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걸려보니, 확진 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안 걸려봤다면 확진 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리고 가족애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가족이 저를 사랑하는 마음. 우리 가족은 여전히 사랑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로써 코로나와 관련한 글을 생생하게 쓸 수 있으니….

밤이 되니, 또 기침이 납니다.

‘이 놈의 기침 언제나 떨어질지….’ (이 글을 쓰는 시점이 격리 해제 후로부터 열흘이 지나는 시점인데, 여전히 간헐적으로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체력도 쉽게 올라오지 않고 있고요. 후유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 간 첫날 행복했습니다. 정말 행복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파랑새는 항상 가까이에 있는 법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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