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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1)] 3월 24일(목) 격리 마지막 날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02 15:18 | 최종 수정 2022.06.07 13:22 의견 0


어제보다 상태는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기침이 있어서 약을 먹어야했습니다.

‘이러다가 4일 치 다 먹겠는 걸?’

원래 감기 약 등을 잘 먹지 않고 버티는 편이어서 코로나와 관련한 약을 일주일 넘게 먹는 게 익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염성이 있는 병이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깨끗하게 나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럴 땐 전 참 옳 곧은 사람같습니다. 그래서 하루 3번 먹는 약을 잘 복용했습니다. 인후통은 확실히 좋아졌고, 기침도 어제보다 덜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밖에 나가서 활동해도 무리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방역규정을 어기다 적발되면 최대 천만 원까지 벌금을 물을 수 있었으니 나갈 생각은 엄두나지 않았습니다. 벌금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천만 원은 충분히 ‘넛지’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만 버티면 나갈 수 있다.’

생각보다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글도 조금씩 쓸 수 있었습니다. 능률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확실히 인간에게 일은 생존을 위한 조건만이 아니었습니다. 존재를 위한 조건이기도 한 셈이죠. 그게 허드렛 일 일지라도 말이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되자 다니던 교회에서 어쩔 수 없이 식사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실제로는 식사를 준비하는 연령층이 높아서 전염병과 관계없이 중단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맡고 계시던 분들은 본인이 맡은 식사 준비가 중단되는 걸 원치 않으셨습니다. 현직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녀를 키우는 상황도 아니니,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마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셨죠. 어디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바로 인간 존재로서 살게 해주는 듯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계획을 짰습니다.

‘내일부터는 간단히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하자.’

급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평소에 꾸준히 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계획을 천천히 쌓아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격리 기간이 다 끝나갈 무렵인데도 기침이 멎지 않는 게 걱정이었습니다. 저 보다 먼저 격리에서 해제된 어머니께서도 격리 이후에도 1주일 이상 기침을 하시던데, 후유증인 듯했습니다. 모든 병은 한 번 걸리고 난 후에는 아무리 잘 회복한다고 해도 그 전처럼 건강해지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나이가 들면 그런 듯합니다.

몸은 40대 중반을 갓 넘겼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나이는 여전히 20대입니다. 굉장한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과거와 다른 걸 보면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육체는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마음은 그런 현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니 과거처럼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하기야 작년에 한 선배가 내시경을 해 보라해서 하게 됐는데 검사 전에

“형, 나는 배탈조차 거의 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속이 안 좋을 리가 있겠어요?”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검사에 임했는데, 결과는 중증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안 아픈 게 이상할 정도라고 하니,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아픔을 아픈 걸로 생각하지 않은 듯합니다. 한 마디로 미련한 것이죠. 나이를 먹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확실히 달라진 몸 상태를 보면 긴장하게 됩니다.

조금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마지막 코로나 격리 날을 보냈습니다. 영화도 보고, 글도 읽고, 나름 충실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격리 마지막 밤을 기념하면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준 가족은 없었지만 혼자서 마지막 밤을 기분 좋게 보내려 했습니다. 밤이 되니 어제보다는 덜 했지만, 기침이 나왔습니다.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을 감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잠을 잔지도 3주가 넘었네요. 2년 넘게 착용한 마스크는 집에 들어오면 당연히 벗었는데, 이제는 잠자는 시간까지도 얼굴에 부치고 자는 수준이 됐네요. 그래도 아내는 아무런 문제없이 코로나 가족 기간을 잘 보내고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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