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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3)] 3월 26일(토) 여전히 코로나 격리 중입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08 14:07 의견 0


격리 기간이 끝났음에도 제가 ‘코로나 일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코로나 후유증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지어 온 4일 치 약 중에 3일 치를 먹었는데도 후유증으로 정상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침이 계속 나고 체력이 평소보다 훨씬 좋지 않았습니다. 가볍게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대로 침대에 큰 대자로 누워 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누워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제가 정상적인 직장인이 아니어서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서 쉴 수 있었지, 만약 정상적인 직장인이었다면 꽤 힘든 시간을 보냈을 듯합니다. 그리고 아내를 위해서 최대한 집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화장실 사용 후에는 소독을 철저히 했습니다. 여전히 제가 머무는 공간은 격리 때 공간이었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주일 정도 더 격리하고 있었던 것이죠.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이번 주는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다가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운동도 하고 일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했습니다.

한 주 동안 집에 누워 갇혀 있었던 동안 세상은 봄의 빛깔이 창궐했습니다. 개나리는 노란 빛으로 세상을 주야로 비췄고, 남쪽에서는 일찍 피는 벚꽃도 연분홍빛을 연신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걷는 동안 바뀐 환경에 놀라기도 하고 봄의 상큼함을 느끼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감사, 행복은 역시 가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곧 일상으로 돌아가면 감사보다는 짜증과 불평이 더 많아지겠죠.

격리 후 첫 주말은 격리 기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들이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사실 어디를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식탁에서 먹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혼자서 밥을 먹었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코로나를 비켜간 아내를 위해서 철저하게 식탁을 구분하고 있었죠. 말로만 일주일 격리지, 그렇게 했다가는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회복도 사람마다 다르니 평균 일주일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 그 범위에 포함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고요.

첨단 과학 시대라고 합니다. 코로나 기간에는 다소 먼 미래 이야기 같았던 ‘메타버스’와 관련한 기술도 바로 코앞에 다가 온 느낌입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시대가 끝난 것처럼 전하는 메시지도 많고요. 그러나 이런 판단은 속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촉매제가 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 촉매제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은 대중들이 낯설어 하다가 환영한 기기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게 아니라 자원해서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는 그런 게 아닙니다.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종종 나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전보다는 많이 배달앱을 사용하겠지만 분명 오프라인 모임이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배달음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원해서 받아들인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시작하면 당연히 배달음식을 덜 먹게 될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도 아이러니하게 저녁으로 배달음식을 시켰습니다. 몸 상태가 외식할 상태가 아니었으니까요. 아이들과 스킨십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과 발을 만져봤는데, 애틋하면서도 어색합니다. 아이들도 비슷한 감정이겠죠. 10대에 접어든 큰 딸은 아빠와의 스킨십을 확실 어색해 합니다. 그리고 다섯 살 둘째는 그래도 아빠가 안아주니 좋아하네요.

솔직히 밤에 혼자 자는 게 더 편합니다. 마음대로 밤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얼른 이 방에서 나가고 싶네요. 마스크도 벗고 자고 싶고요. 너무 철저히 격리하는 거 더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가족 내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더 철두철미하게 격리 생활을 할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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