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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5)] 3월 28일(월) 현실이 아닌, 메트릭스 같은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10 15:00 의견 0


아이들은 후유증이 없는 건지, 평소와 같이 활발하게 지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조금씩 회복하셔서 기침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요. 그런데, 기력이 쉽게 회복되지 않네요. 아침 산책을 다녀오면, 기진맥진해서 그대로 탈진해서 침대에 누워버렸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더 먹어야할 것 같은 허기짐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병치레를 하고 나서 홀쭉했던 허리와 볼 살이 다시 올라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눕고... 생각보다 후유증이 심해서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기 힘들었습니다. 답답한 머리, 늘어지는 육체, 아무리 정신력으로 극복하려고 해도 후유증은 쉽게 털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녁 때 운동을 하면 나아질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하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휘트니스를 갔습니다. 평소처럼 운동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시간을 줄였습니다. 열흘 넘게 힘쓰는 운동을 하지 않다가 힘을 쓰니 예상대로 힘들었습니다. 평소처럼 운동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땀이 날 정도로 끙끙거리면서 기구 운동을 했습니다. 종종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필라테스 시간. 월수금은 아내와 함께 필라테스를 하는데, 보통 때는 피트니스를 하고 나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리고 난 후부터는 달랐습니다. 중간에 혼자서 필라테스 동작을 멈추고 쉬어야만 했습니다. 강사분이 지도하는 반복횟수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 필라테스 시간을 마치고 출입문을 나서는데,

“괜찮으세요?”라고 강사분이 묻습니다.
“네. 체력이 쉽게 돌아오지 않네요.”

아내 없이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주로 째즈 음악을 들으면서 돌아옵니다. 마찬가지로 음악을 들으면서 어둔 밤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걷는 길, 횡단보도 다 똑같은 데 제 몸만 훨씬 지쳐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샤워를 해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인데도 일부러 책상에 앉았습니다. 독서를 했는데, 더 잠에 잘 들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책을 더 읽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누웠습니다. 공식적인 격리 기간은 1주일이라고 하지만, 저는 아내를 위해 2주를 채우기로 했기 때문에 격리했던 공간에 자리를 폈습니다.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OTT에 접속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2편》을 찾아 한 시간 넘게 보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메타버스’가 급부상했습니다. 최근에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친구는 당분간 투자처는 메타버스아니면 NFT(Non – Fungible Token)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메트릭스를 오랜만에 찾아 본 것도 메트릭스 세상이 디스토피아 메타버스를 묘사한 것이어서 본 것이었습니다.

실제 삶 보다 메타버스 세상을 더 선호하고 슈퍼인공지능한테 점령당했어도 가상세계만 완벽하면 상관없이 살아가는 인류. 그 가운데서 매트릭스를 벗어나 실제 삶을 찾으려하는 소수 인간들. 영화를 보시 분들은 알겠지만, 나중에는 실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도 왠지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듯합니다. 주인공 ‘네오’자체는 비현실적이고요. 매트릭스와 이에 대항하는 인간들 위에 또 다른 존재가 이 모든 걸 조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5차원적 세상이 생각났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제 상태에 딱 어울릴만한 생각들을 몽롱하게 하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여전히 먼 미래 같지만, 그런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얼마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코로나에도 휘청거리는 인류가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 우리 육체와 정신은 잘 견뎌낼 수 있을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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