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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30)] 4월 2일(토) 코로나 방역의 아이러니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22 14:02 의견 0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어딜 가나 벚꽃이 활짝 웃으며 반겨줍니다. 과거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잘 있던 벚나무를 뽑아 버리기도 했는데, 현재는 전국 어딜 가도 아름다운 일본 국화를 볼 수 있습니다. 전국토를 뒤덮고 있는 셈이죠.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왜 뽑았다 다시 심었는지. 물론, 시대적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모든 게 실용적일 수는 없을 테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오늘은 가족 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벚꽃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간만에 우리 가족 외식도 하고요. 어젯밤에 좋았던 컨디션은 아침이 되니, 다시 급 다운입니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움직여 아침도 먹고 나들이 준비를 했습니다. 큰 딸은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하더니, 진짜 먼저 나갑니다.

놀란 아내가
“어머니, 안아 어디가요?”
“아이스크림 사러 간대.”
“이 아침에요?”
“그렇다네.”

나머지 가족은 나들이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멀쩡하게 생긴 우리 큰 딸이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검정 봉투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도대체 이게 얼마치야?”
“2만 원 좀 넘을 걸요!!”
“아니, 할머니가 카드를 줬더니, 이렇게 많이 사왔어?”
“네. ㅎㅎ”

최근에 어딜 가나 보이는 무인 매장에서 안아가 한가득 골라온 것이죠. 아이스크림 2만 원어치면 종류별로 거의 다 골라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역정에 태연하게 웃으면서 한 마디 더 합니다.

“주아가 좋아할 것들과 다른 가족들이 먹을 것도 사왔어요!”
실제로 저를 제외하고 모두 한 개씩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정리하고 출발했습니다.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정도였습니다. 도착해 보니,
‘모든 인간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평소보다 몇 배는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주차할 자리는 있어서 쉽게 주차하고 꽃을 구경했습니다. 날리는 벚꽃도 보고, 그 보다 더 많아 보이는 사람들도 보고요. 우리 가족이 찍고 싶은 사진은 벚꽃과 그 사이에서 웃음 짓고 있는 우리 가족인데, 어떻게 찍어도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네요.

그래도 봄입니다. 여전히 지구의 주인은 코로나였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확진 자가 한 지역에 100명 만 넘어도 자체 락다운을 했었는데, 현재는 1만 명이 넘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현재 확산중인 오미크론은 전파력은 강해도 그 위력은 작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초기 치명률은 높았다고 하지만, 전파력은 낮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니면 지금보다 감염되기 어려웠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 시절에는 사람이 없었던 거리가, 감염될 확률이 더 높은 현재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룹니다. 조금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걸릴 확률은 훨씬 높은데, 사람들이 많습니다. 방역 기준이 달라졌으니, 그 기준에 사람들이 잘 따르는 것이죠.

코리아 방역의 성패는 잘 모르겠습니다. 치명률이 낮다는 걸로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진 자가 나오는 현재 상황을 지적하며 완전 실패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정치적 목적이 있습니다. 전염병을 두고도 정치 질을 시전하는 정치인들의 머릿속은 도대체 무엇으로 가득한 걸까요? 그래도 둘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단, 일정 시점부터는 코로나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관리하지 않고, 코리아 방역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서 통제한 듯한 느낌입니다.

선거와 연결해서 생각하자면, 사적 모임 6명과 10명 차이가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모임에 10명 이상 모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우리 가족, 동생 가족, 막내 동생 등 다 모이면 9명입니다. 이렇게 모이는 경우가 분기에 한 번 정도 있습니다.

역대 최저 득표율 차이로 여당의 후보가 패했습니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현재처럼 10명 정도로 사적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요? 대통령 당선자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래봤자, 저는 투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잠시 벚꽃 구경을 하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서 근처 샐러드 뷔페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이동했습니다. 11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인데, 이미 만석입니다. 대기자 명단에 올리니 2번입니다.

“지금부터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요?”
“11시부터 오픈했는데, 2시간 동안 이용하실 수 있으니 최대로 기다리시면 오후 1시가 됩니다.”

물어 본 제가 잘 못이었습니다.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게 아니니까요. 초등학교 논리 시험이었다면, 100점입니다. 그런데, 친절 점수로 따지면 0점입니다.

기약 없이 대기 시간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뷔페 식사로 1시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뷔페 입장시 대기 시간을 물어보면, 평균이용 시간을 고려해 답해줍니다. 그래서 추측컨대 12시 이전에는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랬고요. 따라서 “아마도 12시 이전에는 입장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해 주었으면 대기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을 겁니다.

가족끼리 부지런히 먹고 나왔는데 아직 오후 한 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까 최대 1시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 점원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릅니다. 분명 그 점원은 아침에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아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여파를 손님한테 고스란히 전달한 것이고요.

이제 밥도 먹었으니, 조금 더 벚꽃을 보다가 집에 가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0살, 5살 된 딸은 꽃구경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도 그랬으니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어른들이 좋아한 것을 했으니,
“이제 우리 차례예요!” 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놀이공원에 갑니다. 성인의 논리력을 갖추고 수많은 경험이 있는 저는
“지금 가면, 지난주에 20분 기다려서 탔던 바이킹은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거야. 다른 놀이기구도 타기도 힘들고!!”
“그래도 들어가서 타고 싶어요!!”

어른들이 확신하는 일에 대해서 어린이들은 유독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일이 귀찮은 일일수록 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왠지 우리 사회도 사회의 리더들이 크게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이야기는 의심부터 하는 데, 꼭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억울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최대한 정직하게 이야기 하니까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아빠를 다른 어른들과 똑같이 생각하나 봅니다. 결국, 놀이공원에 입장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놀이기구 타는 곳을 둘러보니 제 예상과 다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안아는 2가지 놀이기구를 탔고, 주아는 하나 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보호자로 주아와 같이 탔고요.

“더 탈 게 없지? 어차피 다음 주에 또 올 거니까, 오늘은 이 정도 타고 솜사탕 사러 가자!”

아빠의 말이 딱 맞아 떨어지니, 아이들도 더 이상 토 달지 않습니다. 아무리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않았어도 시간은 한 시간 넘게 흘러 있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다시 밖으로 나가서 레인보우 솜사탕(아이들 얼굴보다 큽니다)을 사주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주말만 운영하는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못 된 시간이었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드러누워 저녁 먹을 때까지 꿀잠을 잤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이 꿀잠을 자게 만들어 줬습니다. 평소에 낮잠을 즐기지 못하는 저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선물해 줬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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