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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28)] 3월 31일(목) 코로나도 사람마다 다르게 아프니, 공정과 거리가 먼 듯합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16 14:16 의견 0


격리 해제돼 활동하게 된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계속되는 데 쉽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여러 기사를 보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요. 다행히 어머니께서는 거의 회복되신 듯합니다. 누구라도 좋아지면 다행이죠.

오늘은 회사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조 이사 제안서 다 됐나?”
“네? 그거 4월 7일까지 아니었나요?”
“결과 발표가 4월 7일까지고!”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확인해 보니, 4월 2일 마감이었네요. 이제 늦었습니다. 참 바보 같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날짜도 잘 못 본 것이었죠. 이제 어쩌겠습니까?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해야죠. 그래서 결국 4월 12일까지 마감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러 분야의 일자리를 줄였습니다. 특히, 공기관 등에 제안서를 제출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여행사 등은 거의 폐업 수준에 이르렀죠. 회사는 있어도 사실, 직원이 없는 곳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다 보면, 다시 봄날이 오려니 하면서 버티는 것이죠.

다행히 조금씩 규제를 푸니 일거리가 생깁니다. 그러면 남아있는 업체들이 개미 떼처럼 덤벼듭니다. 경쟁이 장난 아니죠. 어쩌다가 일거리가 나오니, 같은 업계 종사자들이 정말 배고픈 이리 떼처럼 달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거리를 공모한 수요기관은 좋겠죠. 경쟁이 많아지면 제안서 내용도 좋아질 테니까요.

사실, 제안서 작업을 열심히 해도 낙찰 가능성은 20%가 채 되지 않습니다. 10번 도전해서 1~2번 낙찰됩니다. 개인적으로 ‘말빨’, ‘글빨’이 좋은 편이어서 이런 일(제안서 만들고, 공개PT)을 하면 실적이 좋을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도 나쁜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장 많이 경험하는 순위가 2등입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2등은 사실상 1등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낙찰 된 업체는 지난 번 행사를 잘 해서 문제가 없었던 업체나, 혹은 사전에 담당할 업체를 선정해 놓고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입찰하는 것이죠. 사단 법인 등 공적인 냄새를 피우는 사적 조직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은 한 일거리에 16개 팀이 경쟁하게 됐는데, 설명회에서 업체 당 PT 시간을 5분만 줍니다. 대개 15분 정도 주는 것에 비해 굉장히 짧은 시간이죠. 이건 입찰의 형태만 갖춘 것에 불과합니다. 당시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업체가 내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사업비가 크니 공개입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게 국가에서 봉급 받는 공무원들이 하는 짓이니, 정말 공정한 대한민국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 역대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 당선자는 ‘공정’을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도 공정과 가까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검찰 총장까지 올라가는 루트가 굉장히 파격적이었으니까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리가 검찰 총장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파격적 승진으로 총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이후는 모두 아는 바와 같습니다. 현 정부가 ‘내로남불’로 망했다면, 대통령 당선자 역시 ‘내로남불’하고 있습니다. 좋아서 찍은 게 아니라 상대가 더 싫어서 당선된 케이스죠. 참 안타까운 정치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이후로 당당히 기권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다!”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말은 고(故) 김종필 옹께서 종종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악이 싫어서 차악이다!”라는 말은 말도 안 됩니다. 강도가 싫어서 잡범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셨는데, 그 분의 대표작이 『눈먼 자들의 도시』 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됐으니,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다 알만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소설 발간 후 4년 후에 후속작품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나왔는데, 『눈뜬 자들의 도시』 입니다.

소설 속 내용은 비 오는 날 투표장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여러 요인으로 투표율이 10%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되니, 당선자를 선출할 수 없어 투표를 다시 실시합니다. 그러나 투표율은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정부 상태가 돼야할 테지만, 기득권 세력은 권력을 놓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그들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생각하죠. 정부의 무능을 인정하지 않고,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감히 상상해 봅니다. 이번 선거 때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표율이 30%도 되지 않았다고 상상해보겠습니다.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선언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못했을 것입니다. 투표는 분명 민주주의 꽃입니다. 그러나 그 꽃을 누구에게 헌화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꽃을 받을 자격이 없는 파리들에게 꽃을 줄 필요 있을까요? 파리에게는 똥이 필요하지 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래도 투표를 해야 된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많겠죠? 열심히 투표하면 바뀐다고 생각하면서요. 생각은 자유니까요. 저는 정치권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재 ‘최악이 싫어서 차악’이라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지수는 꽤 높습니다. 완전한 민주주의 등급입니다. 그러나 투명성 기구에서 발표하는 ‘투명성’에서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점수가 낮은 싱가포르는(언론을 통제하니 민주주의 점수는 거의 낙제점입니다) 투명성 점수에서 아시아 부동의 1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최소 5위 권 안에 듭니다.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도시 국가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공정이라는 개념을 따질 때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를 한참 앞섭니다. 과연 새로운 정부는 투명성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요?

기침이 간헐적으로 나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졌으니, 내일은 더 좋아지리라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코로나가 해제되면 좀 더 나아질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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