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온 몸이 쑤십니다. 어제 무리한 탓이죠. 그래도 일어나서 조금 움직이니 조금씩 나아집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탓에 바로 아침을 먹고 안아와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4킬로미터 산책 코스로, 안아는 학교로 향합니다.
“잘 다녀와!”
그러고 나서, 바로 음악을 듣습니다.
역시 아침을 깨우는 음악은 헤비메탈이 최고입니다.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정말 좋습니다. ‘노이즈 캔슬’이라는 기능이죠. 오늘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음악을 듣습니다. 헤비메탈 밴드 보컬의 전설 ‘롭 핼퍼드’의 경이로운 고음과 단조느낌의 현란한 밴드 연주를 들으면서 저 나름대로 무거운 아침을 깨웠습니다.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계속 무기력하게 있을 수 없으니까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원래 운동을 하면 땀나고 상쾌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 좋은 음식을 좀 먹어야겠어요!”
“그래? 어제 고기 먹었잖니?”
“보양이 될 만한 음식 없을까요?”
“낙지 어떠니?”
“오, 좋네요!! 그러면, 낙지를 넉넉히 사다가 꾸준히 먹죠!!”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최고 수준이셔서 어떤 요리든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는 혜택을 누리면서 살았습니다. 이제 그 혜택을 좀 더 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낙지를 선택했습니다. 낙지뿐만 아니라 오징어도 사다가 볶음을 해먹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열심히 먹고,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돼 피트니스를 하고 아내와 만나서 필라테스를 이어갔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스노 크래시』 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책만 읽을 때는 한 달에 10 – 20권 이상은 읽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읽기 어렵습니다. 일주일에 2권을 목표로 삼고 읽지만, 간혹 두툼한 책이 걸리면 그렇게 읽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병치레라도 하게 되면, 한 달에 몇 권 읽기도 벅찹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읽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중에 독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랑은 차이가 있습니다. 뇌라는 게 짧은 시간 집중할 때는 하나에 몰입하는 게 좋을 수 있지만, 긴 시간 작업을 하면 잠시나마 전환이 필요합니다. 글을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작가는 없습니다. 자기가 정해 놓은 시간, 혹은 정해 진 분량을 꾸준히 씁니다. 자신만의 루틴대로 글을 쓰는 것이죠. 『연금술사』 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글을 쓰기 전에 한 3시간 정도 모니터 앞에서 검색을 한다고 합니다. 책을 쓰기 위한 검색이기 보다는 책을 쓰기 위해서 머뭇거리는 시간인 셈입니다. 좀 황당하지만, 작가들만의 루틴이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매일 정해 놓은 분량을 쓰고 나면, 더 쓰지 않고 다른 일을 합니다. 기획서를 만들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러면 다음 날 조금 더 생산적인 글쓰기가 될 때가 많습니다.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드라마 작가 ‘김수현’님은 한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읽은 책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인다고 합니다. 많은 대사로 유명한 작가여서 그런 걸까요? 읽어대는 양도 남다릅니다.
독서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덧붙여서 말하면, 많은 책을 정독하는 게 좋습니다. 속독보다는 발췌독이 더 낫고요. 속독을 하는 사람치고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을 별로 본적이 없습니다. 과거에 유명인 독서광 중 나폴레옹, 히틀러, 케네디 등은 속독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전 미 빌 클린턴 대통령도 1년에 3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종종 유튜브나 매스 미디어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듯이 말 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최근에는 한 종편방송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출연자가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1년에 1천 권을 읽는 데 도전해서 성공했다고 합니다.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하루에 2 ~ 3권은 읽어야 합니다. 물론, 만화 책 1천 권을 읽었다고 자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서적이었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요?
어린 시절 우리는 소년소녀 문학을 접합니다. 원본을 축약한 책이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원본을 접합니다. 사실, 접하자마자 책 읽기를 포기합니다. 너무 두툼하니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미제라블』 이 있습니다. 대부분 ‘장발장’으로 알고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장발장’은 볼륨이 그리 두툼하지 않습니다. 만화책으로도 나와서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원본은 수준이 다릅니다. 현재 민음사에서 번역된 『레미제라블』은 300쪽이 넘는 책 6권으로 돼 있습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면 몇 년 치 독서량입니다.
혹, 무협지처럼 읽힌다는 『삼국지』 도 300쪽이 넘는 책 10권 정도는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하루 종일–최소 8시간– 읽는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2권 이상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은 그나마 스토리가 있어서 쉽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사람마다 쉽게 읽히는 분야의 책이 있겠지만, 줄거리가 명확한 소설은 그나마 읽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라든지, 다른 전문 분야 책이라면 당연히 더 오랜 시간 읽어야 합니다. 혹 1독을 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과거 임마뉴엘 칸트의 대표작 『순수이성 비판』을 읽은 적 있습니다. 한 시간 열심히 읽으니 20쪽 정도 읽었습니다. 당시 소설(『죄와 벌』 원본 번역 본)은 한 시간에 100쪽을 넘게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칸트의 책은 하루 종일 읽어도 200쪽도 못 읽는다는 것이죠. 역자는 철학과 전공자라면 10독 정도는 해야한다고 서문에 써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서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읽었던 책은 어떤 책일까요? 이미 출간된 책들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하루에 10권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100쪽도 읽기 힘든 책도 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를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자랑을 위한 1천 권이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될 1백 권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1천 권을 읽고 한 권을 추천한다"라는 어그로도 종종 목격하는데, 1천 권 읽은 걸 자랑할 필요도 없고(독서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불과 몇 년 치 분량입니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닙니다) 혹, 그 중에 정말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해 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추천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책은 꽤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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