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봉하는 영화 <모자산책>은 우리 일상 속에서 벌어진 일탈적인 사건을 통해 엄마와 아들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관계를 돌아본다.
영화 속에서 엄마와 아들은 때로는 왠수처럼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고, 함께 모험하고 바닷가에서 춤을 추며 다정한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떠나고 나면 다시 함께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누구보다 큰 존재가 된다.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눈시울이 붉어지는 ‘엄마’라는 이름은 영화 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는 장면들은 현실감 넘치도록 유머를 발휘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 <모자산책>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 ‘모자고양이’, 엄마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다시 그곳을 찾아온 어느 개그맨의 이야기 ‘웃겨봐’,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난생처음 만난 두 남녀의 이야기 ‘죽기 전에’ 이렇게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는 에피소드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각기 다른 모자커플의 매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왕좌왕 소동극의 한복판에서 함께 모험을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다툼으로 웃음을 주는 성종과 엄마 윤예희.
바닷가에서 함께 춤을 추는 듯한 소녀 같은 엄마 이주실과 다정한 아들 상훈,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만남을 상상하게 하는 김다현과 정연주.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대소동극의 주인공이자 어디선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고양이 라파의 등장이 기대감을 높인다.
‘모자고양이’에서 엄마 예희는 강릉에서 풀빌라 팬션을 운영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여유롭지도 않다. 철없는 아들 성종은 도움조차 되지 않고 급기야 VIP 손님인 여배우의 고양이를 방에서 나가게 하고 만다.
대형사고를 감지한 엄마와 아들은 호들갑을 떨며 우왕좌왕하고 잃어버린 고양이 라파를 찾기위한 대소동극이 펼쳐진다. 특히나 ‘모자고양이’에서는 왠수같은 아들 성종과 엄마 예희, 여배우 혜나와 그녀의 금쪽같은 고양이 라파의 관계와 그들의 대비를 통해 유머와 아이러니를 더한다.
철없는 아들 역에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로 데뷔한 이래 막내로서 귀여움과 남다른 예능감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온 이성종이 맡아 찰떡 연기를 선보였다. 제대 후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작품으로 엄마 예희와의 환상적인 2인조 코믹 연기 호흡도, 고양이 라파와 벌이는 추격 액션의 연기도 일품이며, 무엇보다 통통 튀면서 풋풋한 막내 성종의 매력을 캐릭터에 잘 담아냈다.
‘웃겨봐’에서는 개그맨 이상훈의 열연이 돋보인다. 상훈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여행을 왔던 강릉 팬션을 찾아온다. 상훈의 생생한 기억 속에 어머니는 재밌는 농담도, 연애상담도 친구처럼 나누고,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소박하지만 맑은 시를 쓰시던 분이었다.
오죽헌에서는 전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모자 동반 화폐 모델이라며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이야기를 만담하듯 주고받기도 한다. 엄마와의 여행을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지만 이제는 엄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그를 슬프게 한다.
온전히 슬픔에 빠져있도록 놔두지 않는 사람들, 끊임없이 웃겨달라는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더욱 복잡해져간다. 과연 이 여행의 끝에 상훈은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죽기 전에’는 일반적인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디가 ‘엄마’이고 ‘아들’인 두 남녀가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난생처음 만나게 되고, 그들이 죽음을 준비하면서 함께 하루를 보내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 죽을 맘이 없는 듯한 여자로 인해 남자는 혼란스러워지고, 남자의 죽으려는 이유를 알게 된 여자는 허탈해한다. ‘아들’이란 아이디를 가진 여자 역에는 정연주가 엉뚱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며, ‘엄마’라는 아이디를 가진 고지식하면서도 초식남 같은 남자 역에는 김다현이 열연을 펼쳤다.
다채로운 배우들의 개성과 열연을 통해 웃음과 여운까지 선사하면서 영화는 일상의 산책길이라는 담백한 감성에 맞는 아름다운 영상미도 놓치지 않는다. 그 어느 계절도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는 강릉을 배경으로 청량감 넘치는 전경에서 시작되는 영화.
작품은 가을의 마지막 기운이 스쳐가는 팬션과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지나, 겨울의 스산하고 고즈넉한 팬션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계절과 고양이, 강릉, 맛집의 향연이다.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설정이 돋보이는 <모자산책>은 <내가 고백을 하면>, <늦여름>, <재혼의 기술>, <긴 하루>의 조성규 감독의 에세이같은 연출작이다.
때론 웃음을 주고 눈물을 주기도 하는 엄마와 아들의 일상과 일탈의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영화 <모자산책>은 11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영상=하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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