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에 대한 총격사건 이전 일본이 위기 속에 있다면서 ①일본을 되찾겠다, ②전후 레짐으로부터 탈피, ③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 ④적극적 평화주의, ⑤헌법개정, ⑥아베노믹스, ⑦국가건설을 위한 인격 형성 등 교육, ⑧정치가 국민을 선도한다는 등의 아베이즘을 주장해왔다. 그의 주장은 자민당 최대파벌의 영향력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그가 주장했던 방위비 증액,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핵 공유, 방위예산 증가 시 국채발행, 헌법개정 등은 자민당 아베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유훈화하면서 이를 관철하고자 현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아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2차대전 패전의 징벌적 조항인 헌법 9조와 전수방위를 사실상 형해화하고 있다. 일본 스스로가 서방을 지키는 불침항모(1983년, 나카소네) 역할을 자인하는 가운데,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OffShoreControl 등)과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수뇌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그 뒷받침이 되는 방위비의 상당한 증액을 확보하겠다”는 결의를 표명(2022.5.23.일) 한 바 있다.
둘째, 자민당내 국방관련 국회의원인 소위 국방족과 아베파를 비롯한 국회의원, 그리고 자위대 장군 출신 예비역들이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에 의한 지역 군사 위협 증가를 극단적 시나리오로 위기를 조성하여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왔다. 이들은 ①“타이완에 대한 중국군의 침공이 빠르면 연내(올해안)에 있을 것”(참의원 의원 아오야마), ②“일본도 우크라이나처럼 된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중의원 오노데라), ③“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반도 정세를 대비하라”(항자대 예비역 중장 오리타),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을 가진 반일 통일조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에 있어서 최악의 패턴이 될 것이다.”(통막장 대장 가와노)라는 등의 가능성이 희박한 극단적 시나리오을 주장해 왔다.
셋째, 지난 2015년 해석개헌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이어 일본은 최근(2022.12.16.) 안보관련 3개 문서의 명칭과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등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단행하였다. 소위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라면서 북한 미사일 공격을 가정해 적기지공격능력(반격능력)을 갖추며 방위비를 NATO 수준인 GDP의 2% 수준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되는 것은 한반도는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우리는 법적으로도 이북5도청을 두고 있고, 도지사까지 임명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은 미국의 지원없이 일본 독자적으로 북한의 고정 표적과 포병등 이동식 표적을 공격할 만한 수준의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본다. 최근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 때 한일간에는 정보분석의 차이를 보였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J-ALERT 오경보를 빈번하게 발령했는데 이는 자위대가 지형적, 물리적 능력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일본정부는 NATO기준으로 GDP 2%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아베 정권 당시 미일동맹 강화 차원(트럼프에 대한 환심)의 구매를 결정하고 현재도 도입이 진행중인 F-35A/B, 글로벌 호크 등 FMS(대외 유상 군사원조) 비용의 미지불 금액이 남아있다. FMS 구매액은 2011년도까지 약 600억엔 수준이었지만, 아베 정권 이후 급증하고 있으며, 일본의 방위비 사용 내역을 보면 우리 전력 증강비에 해당하는 장비 구매비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자대 예비역 중장인 와타나베는 “(지금의 자위대는) 훈련을 하는데 돈도 없는 상태, 연료도 없고, 훈련할 탄도 없다”(육자대 예비역 중장 와타나베) 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아동 및 육아지원에 대한 공적지출(GDP대비)은 프랑스 3.6%, 독일 3.17%인 반면, 일본은 1.79에 불과(한국 1.3%) 하므로 내년까지 증액에 관한 토의가 추진될 예정이지만 이또한 재원 마련에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섯째, 소위 국방족을 포함한 아베파 국회의원들은 방위비 증가분에 대해 국채발행을 주장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는 기시다 정권을 맹비난하고 있다. 같은 여당이면서 파벌이 다르고 주장이 다르다고 이렇게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기도 하다. 이런 반발 행동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자민당 아베파의 후계자 구도가 불투명한 가운데, 기존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일본에서는 일부 아베파들을 포함한 국방족과 예비역들이 주도한 과도한 위협강조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방위비 인상과 적기지공격능력 구비, 그리고 이를 용인하는 미국의 전략으로 인해 일본은 하락한 경제강국의 지위를 메우기 위해 군사강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은 버블 붕괴 이후 세계에서 일본의 지위가 하락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일 것이다. 2011년 중국에게 GDP 2위국가를 빼앗겼고, 세계 GDP에서 일본의 비율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결국 기시다 정권은 총리공약으로 ‘소득배층’을 주장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본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방위비 배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힘이 약해지면 외교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현실적 위기감에 따른 결정일 것이다. 결국 늑대소년이 되어버린 선동 정치인들은 불안과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시다 정권이 국회가 폐회한 시기에 이같은 중대한 결정을 한 이유는 2가지의 요인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내년 1월 기시다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일하였을 때 기시다 총리는 “상당한 금액의 방위비 증액”을 약속한 바 있다.
둘째, 내년 2023년 3, 4월경에는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통일지방선거’ 즉, 지차체 의원 및 수장 선거가 개최될 예정이므로 이 때문에 서둘러 결정하지 않으면 선거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일본에서는 ‘가스 빼기’(ガス抜き)라고 하는데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2022.12.17.∼18. 조사, 마이니치) 보면 내각 지지율은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5%이며, 이는 방위비 증액 재원을 증세로 조달할 방침에 따른 하락으로 보인다.(기타 여론조사 결과, 방위비 인상 찬성 48%(반대 41%), 증세 찬성 23%(반대 69%), 반격능력 보유 찬성 59%(반대 27%))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