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알자] 달항아리의 선과 우키요에(浮世繪)의 색
정회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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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08:49 | 최종 수정 2022.10.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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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가면 백자전시실에 달빛 조명을 받으면서 나타나는 백자가 있다. 달덩어리처럼 둥그럽다고 해서 1950년대 이후 ‘달항아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구석진 곳에 있어 놓치기 쉽지만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유물이며, BTS의 RM과 빌게이츠가 달항아리를 SNS에 게재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런 달항아리는 17세기 후반에 나타나 18세기 중엽까지 유행하였다. 40Cm가 넘는 큰 항아리는 철 함량이 배제된 깨끗한 태토와 1,250도에서 굽는 청자보다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는 기술적으로도 진보된 도자기이다. 상반부와 하반부를 따로 접합하여 굽기 때문에 흔적이 나타나거나 원형이 찌그러진 모습을 보인다. 이런 달항아리는 조선의 통치이념이라 할 수 있는 유교의 예를 실천하기 위해 사욕을 극복하고 절제를 생활화했던 조선의 왕실과 지배층에게 아주 부합된 도자기이였다. 이를 조선 백자의 정수로 꼽는 이유는 절제와 담박함으로 빚어낸 순백의 빛깔과 둥근 조형미에 있고, 이는 당시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한편, 3층 건너편 일본실에는 일본의 대표 미술품인 우키요에(浮世繪)가 있다. 전시물 특성상 빛으로 인한 훼손을 막고자 정기적으로 교체하므로 대표작가인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작품이 전시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의 작품은 화가 모네 등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19세기 후반 유럽에 자포니즘(Japonism, 일본 취미)으로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유물인 달항아리와 우키요에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접어두더라도 일본의 대표적인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말을 빌리자면“일본은 색채가 밝고, 조선은 선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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