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일공동여론조사 결과, 대한민국 사람들의 90%가 아베 전 총리를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국장의(国葬義) 실시 후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장의는 반대했지만, 아베 전 총리의 실적은 7할 이상을 긍정 평가(JNN 여론조사, 2022.10.1.∼2)했다. 우리에게는 잘못된 역사인식과 더불어 사학재단비리, 구 통일교와의 유착 등 비리 이미지가 강한 아베 전 총리지만, 일본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민당이 주장하는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성과는 첫째, 최장수 총리로 재임 기간 중 안정된 국내 정권을 유지했다는 것이 가장 크다. 7년 8개월 동안의 재임기간 중 6개의 전국 규모 국정선거에서 모두 승리하였다.
여기에는 ①고도의 정치색이 강한 헌법개정과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아베노믹스라는 High-Low Mix 전략을 통해 국민들이 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고, ②‘전후 레짐으로부터 탈각’ 등을 주장하며 반한․반중 정서를 이용한 암반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 지지층을 확대하였으며, ③제3극인 일본 유신회 등 반민주당과의 결집으로 야당을 견제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정권을 유지하였다.
둘째로,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 국회의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주가를 먼저 확인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주가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되어 왔다. 왜냐면 일본의 정치환경상 장기적으로 안정된 정권 하에서 주가는 상승한다. 이전 민주당(2009∼2012) 단기 정권하에서는 주가 하락 현상을 보인 반면, 아베정권(2012∼2020)에는 주가가 상승국면이었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스스로 언급(2022.05.09.)한 바와 같이 “일본은행을 정부의 자회사”처럼 운영한 결과이며, “GDP 대비 263%의 국가부채”라는 부정적 결과도 낳았다.
세 번째로 과거 최고 수준의 취직 내정률 등을 들 수 있다. 유효구인배율이란 구직자 대비 구인자의 비율을 말하데 이러한 유효구인배율이 45년 만에 최고 수준인 1.6에 달했다. 즉, 구직자 1명 당 1.6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젊은층의 정권지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지만, 실질 임금은 하락하였다는 지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베 전 총리하면 일본인들이 연상하는 것은 외교적 성과다. 소위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라는 것인데, 여기서 부감(俯瞰)이란 것은 높은 곳에서 내려본다는 뜻으로, 지구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다는 것이다. 재임기간 중 80개의 국가․지역(연 176개 국가․지역)을 방문하였고,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를 통해 민주당 시절 오바마 대통령과의 경색된 국면을 전환하여 트럼프 이후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견제 외교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쿼드’ 등을 통해 일본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재임시, 혹은 퇴임 후에도 그는 국론을 양분시켰으며, 암반 지지층을 중심으로 선동했다. “아름다운 일본”, “강한 일본”을 위해 역내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일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했으며, 이러한 성과를 국민들은 인정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 중 하나로 서울대 선임연구원 ‘요시카타 베키’의 평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일본이 집단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으며, 경제적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누린 60∼70대 이상 고령자는 일본이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해 왔지만, 중국의 급성장이 불러온 경제적 불안감과 초조에 더해 최근에는 한국마저 일본을 넘고 있다는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김현정의 센터뷰, 2019.11.4.)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아베 전 총리가 죽어서도 인정받는 이유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기저에서 작용했고, 탁월한 감각으로 바람을 읽었던 그는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침체한 일본의 경제와 존재감을 살리고자 했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일본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할 때, 이름만 다른 아베 신조가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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