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알자] 일본이 군사대국 지칭에 반발하는 이유
정회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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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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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5월 9일) 발표한 5월 22일자 타임 인터넷판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게재되었다. 표지에는 ‘일본의 선택’이란 제목과 함께 “수십 년에 걸친 평화주의를 포기하고 일본을 진정한 군사 강국으로 만들기를 원한다.”(JAPAN'S CHOICE PRIME MINISTER FUMIO KISIDA WANTS TO ABANDON DECADES OF PACIFISM-AND MAKE HIS COUNTRY A TRUE MILITARY POWER)고 했다.
관련하여 일본 외무성이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며 이의를 전했고, 이후 타임 인터넷판은 내용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軍事大国」見出しに異議外務省、米誌の首相記事’, 교도통신, 5.11. 등)
군사대국이라는 표현 등에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첫째,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적 특성이다. 역사적으로도 에도시대 엄격한 신분제도 속에서 ‘고닌구미’(5人組)는 상호 감시하며 이탈자가 발생하게 되면 나머지 인원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전시하에서 ‘도나리 구미’(隣組) 등으로 발전하면서 이웃을 감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전후 일본은 ‘애매함’을 무기로 삼아왔다. 소위 헌법 9조에 명기한 전쟁포기와 전력 및 교전권을 부인하는 가운데 ‘자위대’ ‘국방’ ‘보병’ 대신 ‘자위대’ ‘방위’ ‘보통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같은 용어의 사용은 과거 전쟁을 일으킨 구군(旧軍)이 사용했던 용어를 피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계속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수방위라는 기치하에 적기지공격 능력을 갖추고자 하면서 이 또한 자위권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던 건, 애매함이 자신들의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데 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설적인 타임 인터넷판의 보도에 스스로 경악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아베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등과 같은 정치인들의 선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국의 위협을 끊임없이 강조(①러시아가 홋카이도를 공격, ②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일본을 공격, ③중국이 센카쿠를 상륙)해 왔다. 그러므로 이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국민적 공감대로 형성되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폭매(대량구매, 爆買い)’하게 된 것이다.
무기 대량구매로 아베 정부는 ①‘특정 방위 조달에 관한 국고 채무 부담행위로 지출해야 할 연한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장기계약법안)을 2015년부터 시행하면서 국고 채무부담 해결을 위해 방위 장비 구매에 따른 지불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였으며, ②보정예산을 증가시켰다. ③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장비에 대한 지불 기한을 연장할 수 없었던 기시다정부는 2027년까지 GDP 2%로 증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같은 배경에는 2023년 FMS 조달요구액이 1조 4,797억엔(2022년도 3,797억엔)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 GDP 세계 2위를 중국에게 내주었고, 세계 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도 하락(1950년 3% → 1988년 16% → 2000년 14% → 2018년 6%)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동정치인들은 버블 붕괴 후 일본은 패전 이후의 2번째 ‘허탈’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군사대국화를 추진하였고, 이를 지켜본 타임의 시선에 발끈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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