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6월 1일 부로 총리 기시다 후미오의 아들 기시다 쇼타로(岸田 翔太郎)가 총리 비서관에서 사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기시다 총리를 ‘바보 아빠’(親バカ)라고까지 하는데, 아들에 대해 지나친 관대함을 보여준 ‘아빠 찬스’ 때문 이었다.
돌이켜보면 일본 자민당의 세습 문제는 거의 모든 일본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통상 세습 국회의원이 되려면 아베 전 총리처럼 부친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는 공설(公設)비서관으로 정치를 배우다가, 부친의 은퇴 시기가 되면 보좌관이던 아들이 지역구를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유독 기시다 총리가 비난받는 것은 다음 세 가지의 평범하지 않은 스캔들이 있었고, 이를 기시다 총리가 흐지부지하게 수습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사건은 지난 2월 기시다 총리의 프랑스, 영국 방문 기간 중 아들 기시다 쇼타로가 ①대사관 관용차로 파리와 런던에서 관광명소를 가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총리의 귀국 후 정치인들을 포함한 지인들에 대한 선물을 대신 사러 다녔다는 석연치 않은 답변으로 마무리되었다.
두 번째는 작년 연말인 ②12월 30일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쇼타로의 지인들이 망년회를 개최한 것이 언론에 폭로되었는데, 일본 총리가 업무를 수행하는 시설, 즉 경비태세가 확고한 시설에서 총리 비서관이 사적으로 망년회를 했다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총리 비서관이 ③미모의 후지TV 기자의 미인계에 넘어가 관저에서 극히 제한된 인원밖에 알 수 없는 중요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도 있었다.
기시다 총리의 아들 기시다 쇼타로는 2014년 일본의 대기업인 미츠이 물산에서 수산물 가공품의 해외수출 업무를 담당하였고, 20대에 연봉 1천만 엔을 받는 인재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20년 3월 아버지의 국회의원 사무실 공설(公設)비서관을 거쳐 2022년 10월 총리 정무비서관으로 임명되었다.
아들을 정무비서관으로 임명한 이유도 흥미로운데 복잡한 보고체제 및 SNS 발신 등의 목적, 바꾸어 말하면 총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의 반응을 체크하여 보고하고 총리의 의향과 건강 상태 등을 봐가면서 일정 관리 및 조정 등을 하는 것이 그의 주 임무였다. 사실 이런 측면이라면 그 누구도 총리의 정무비서관 역할에 대해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스캔들 때문에 총리 아들도 ‘아빠 찬스’를 포기하고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최근 일본 정가에서는 국회의원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23일 전임 방위대신 기시 노부오(아베 신조 전 총리의 동생)의 지병으로 인한 중의원 의원 사직과 관련해 실시한 야마구치 4구 보궐 선거에서 아들 기시 노부치요(61,369표)는 상대방 히라오카 히데오(55,601표) 후보와 5,768표 차로 간신히 당선되었다.
야마구치는 보수의 성지다. 웬만한 후보들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뿐더러 보수가 아니면 사람도 아니라고 할 정도의 아베 일가의 텃밭이므로 의원 사직한 전 방위대신 기시 노부오도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약 11만 표로 당선된 바 있다. 기시 노부치요의 선거활동 기간 중 스가 전 총리, 기시다 현직 총리 뿐 아니라 아베 전 총리의 아키에 부인까지도 선거 응원 연설에 참석하는 등 자민당의 총력지원이 있었기에 간신히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결과(Voters' Perceptions and Evaluations of Dynastic Politics in Japan, MIWA, Hirofumi 등)에 의하면 세습 정치인에게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상호 존재한다.
①유권자는 세습 정치인이 고학력에 부유하고 정치 경험이 풍부하며, 정․재계 인맥을 가지고 선거구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②세습 정치인이 성실성, 능력, 신뢰감, 결단력 등도 낮지만, ③정책영역에서는 외교와 안보, 산업정책이나 공공사업 등의 영역에서 우수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결국 유권자의 성향에 따라 어느 부분을 중요시 하느냐가 후보 선택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 직업으로서의 세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예를 들면 치과의사의 경우 42%, 의사 39%, 종교 38%, 일본 전통 잇기 29%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습(医師の世襲の特異性: 意思決定の段階の観点から, 比嘉, 久未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 유권자들은 정치인을 국가를 위한 국민의 대표라기보다 직업의 한 종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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