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해 넓고 얇은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TV 앞에 앉아 손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추억이 있으신가요? 귤은 국민 누구에게나 친숙한 과일입니다. 오늘은 귤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1. 귤하면 생각나는 비타민C
귤의 대표 성분인 비타민C는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뇌졸중이나 동맥 경화같은 혈액관련 질환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귤에는 또 비타민P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요. 비타민P는 비타민C를 돕는 물질인데, 모세 혈관을 강화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 줍니다. 또 비만세포를 억제하고 체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탁월해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이밖에 베타크립토산틴성분이 들어있어 골밀도를 강화하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새콤한 맛에 들어있는 구연산 성분은 식욕을 돋구고 펙틴 성분이 들어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변비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뭐든지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귤의 신맛을 내는 수산 성분은 과다 복용 시 속쓰림,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요로 결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산성식품이다보니 많이 먹으면 충치의 위험이 높아지고, 주스로만 섭취하면 많은 양의 과당과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어 다이어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게 됩니다.
2. 알고 보면 우리말이 아닌 ‘귤’
“귤”이 순우리말이라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 한자입니다. ‘귤 귤(橘)’이라는 한자예요. 그럼 순우리말로는 감귤, 밀감이라 생각하시는데, 모두 한자어입니다. ‘감자나무 감’자를 넣어 감귤(柑橘), 달다고 해서 ‘꿀 밀(蜜)’자를 넣어 밀감(蜜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귤보다는 ‘감’이라는 글자가 두드러지죠? 이게 ‘감자나무 柑’이라는 좀 특이한 글자인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우리가 먹는 감자는 나무에서 따는 게 아니라 밭에서 캐잖아요? 여기서 감자는 Potato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이 ‘감자’라는 말이 어디네 나오는지를 살펴보면 귤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삼국지에 나온다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삼국지연의’입니다. 여기서 “감자는 ‘속이 달고 시원’하다”고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대요. 삼국지연의가 쓰여진 때는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로 700년 전 쯤이고, 삼국지의 시대는 2세기에서 3세기 경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감자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유럽의 선교사를 통해서라고 하니, 지금의 감자를 먹기 전까지는 귤을 감자라고 불렀다고 추측할 수 있겠죠..
3. 우리 귤의 역사?
그렇다고 해서 귤이 우리나라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명칭만 한자어인 것일 뿐, 기록을 찾아보면 우리와 함께했던 귤의 역사는 1600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탐라지』에 의하면 백제 문주왕 2년 탐라국에서 귤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가 476년으로, 1600년 전 5세기 무렵이죠?
『고려사』에는 1052년 고려 문종 때 탐라국에서 세금으로 받던 귤의 양을 늘린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왕실 전용 온실에서 귤을 길렀다고 합니다. 지금의 하우스 재배와 비슷한 귤 농사 기술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4. 일본에서 들어온 온주밀감 나무가 지금의 제주 귤
20세기 초 제주에 머물던 선교사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던 왕벚나무를 발견해 유럽 학계에 보고한 식물학자입니다. 1911년 일본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에게 왕벚나무를 선물로 보내고, 답례로 받아 온 온주(溫州)밀감 나무가 지금의 제주 귤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귤’이라고 하면 딱 떠올리는 감귤은 온주밀감이며, 일본에서는 ‘사츠마 만다린’이라 불렀습니다. 최초의 온주밀감 나무 이후로 재일교포들이 제주도로 온주밀감 묘목을 대거 보내주며 온주밀감 농사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한때 온주밀감 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릴 정도로 귤이 귀하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5. 한라봉은 제주 귤이 아니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이야기
한라봉이라는 이름 때문에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는 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꼭지 부분이 한라산을 닮았다고 한라봉이라고 부르게 된 거지 제주도에서 처음 재배된 귤이 아닙니다.
뜻밖에도 일본에서 70년대에 개발된 귤입니다. 80년대에 농가에 보급되며 최고 상품을 ‘데코폰’이라 불렀는데, 이게 우리의 한라봉인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처음 재배했고 90년 초반 제주도로 건너가 1998년에 한라봉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제주도 특산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는 나주, 고흥, 보성과 경상남도 거제도에서도 출하되고 있고요.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충청북도 충주시에서도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황금봉, 하나봉 등 다른 브랜드로 나오기도 하고 있어요.
6. 천혜향, 레드향의 차이와 이름의 의미는?
천혜향은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천혜향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것도 일본에서 개발된 귤(세토카)입니다. 2005년에 이름 공모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천혜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레드향은 귤보다 크기가 더 크고 색이 붉어 레드향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껍질이 얇아서 까기 쉬우며 당도가 높아 신맛을 싫어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죠.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은 고급 귤로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천혜향, 레드향 모두 한라봉처럼 최근에 만들어진 품종들인데, 천혜향은 오렌지+귤, 레드향은 한라봉+귤을 교배해 만들어 낸 품종입니다.
7. 요즘 나오는 타이벡귤은 어디가 원산지일까?
요즘 타이벡귤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것은 귤의 품종이 아니라 재배 방식인데요, 귤나무 밑에 흰색 타이벡 섬유를 깔아두면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아도 수분 흡수가 덜해집니다. 덕분에 과실의 당도가 올라가게 되어 훨씬 달콤하고 새콤한 감귤이 재배됩니다. 또 흰색 타이벡은 햇빛을 반사시켜 귤의 아래쪽도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하는데, 햇빛을 받는 면적이 많아져서 귤의 당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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