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올해 여름이 무척 길었던 탓에 언제 왔는지 모르게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단풍(丹楓)은 기후 변화에 의해 나무의 녹색 잎이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광범위하게는 붉은 색뿐 아니라 황색 및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도 포함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색 변화뿐만 아니라, 나무의 생리적인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 단풍을 볼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고?
단풍은 온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생태현상입니다. 그래서 같은 단풍나무라도 온대지방이 아닌 곳에 있는 단풍나무에서는 단풍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열대, 한대지방의 나무들을 온대지방으로 가져다 심으면 단풍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형형색색의 단풍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온도, 햇빛, 수분 공급 3가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요, 밤낮의 기온차가 클 경우 더욱 울긋불긋한 아름다운 단풍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나뭇잎에 단풍이 들지 않고 그대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비까지 오면 잎이 충분히 물들기 전에 떨어지게 되고, 반대로 너무 건조할 경우 아예 단풍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몇 개 국가밖에 없다고 합니다.
2. 단풍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단풍은 식물의 잎에 함유된 색소들의 분해 시기가 각기 달라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단풍잎이 각양각색인 이유는 엽록소만이 아닌, 각각의 나뭇잎에 함유된 안토시아닌(Anthocyanin)과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 때문입니다.
봄부터 잎 속에 합성되는 노란색 카로티노이드는 녹색인 엽록소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그 성분이 세포액에 녹아 있다가 늦여름부터 새롭게 생성되어 잎에 축적됩니다. 식물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잎으로 드나들던 영양분과 수분을 막고 그 결과 엽록소가 합성되지 않고 남아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분해되어 녹색이 서서히 사라지지요. 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은 일시적으로 제 색깔인 노란색과 붉은색을 내기 시작합니다. 붉은색의 안토시아닌과 노란색의 카로틴이 혼합하게 되면 화려한 주홍색이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가 ‘단풍나무’라고 부르는 잎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단풍에 대한 특이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뉴욕 콜게이트 대학 연구진은 ‘단풍의 붉든 색이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일종의 ‘독’이자 ‘방어막’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단풍나무처럼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는 것입니다.
3. 단풍은 언제부터 드는 걸까?
단풍이 드는 시작일은 기온과 토양수분, 일사량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부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년 단풍이 드는 시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단풍 절정 시기는 연평균 0.4일 정도씩 늦어진다고 하고, 여름 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 시기는 약 1.5일씩 늦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단풍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는 듯한데요.
그런데 24절기 중에 단풍과 관련된 절기가 있습니다. ‘상강(霜降)’이라는 절기인데요. 상강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뜻하고 양력으로는 10월 23일 무렵입니다. 마침 이때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고 합니다.
4. 단풍이 예쁘게 드는 날씨가 따로 있다고?
올해 추석까지 늦더위가 길게 이어져서 단풍이 늦을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더위보다는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가을 날씨의 지속 여부가 단풍에 영향을 끼칩니다. 밝은 햇살과 건조한 날씨는 나무의 수액에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 안토시아닌을 많이 생성하게 하기 때문이죠.
또 일교차가 큰 서늘한 날씨는 엽록소를 빨리 분해시킵니다. 그래서 평지보다는 일교차가 큰 산악지방, 강수량이 적은 지방, 일조량이 많은 양지쪽에 더 밝고 고운 단풍이 든다고 하네요.
5. 얼만큼 들어야 ‘단풍이 들었다’고 하는 걸까?
우리나라 단풍 관측은 기상청에서 맡고 있습니다. 단풍은 높은 산 정상에서 시작해 산 아래로 내려오는데요, 첫 단풍을 판정하는 기준은 산 전체를 100%로 놓았을 때, 20% 정도 물들었을 때를 말합니다. 80% 정도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이라 합니다.
10월 초순이면 강원도 산간지방, 중순에는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고지대, 하순에는 중부 해안지방과 남부지방의 저지대까지 물든다고 알아두면 기억하기 쉬우실 것 같은데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절정은 보통 첫 단풍일로부터 약 2주 후에 나타납니다. 산 정상 부근의 절정은 산 아래와는 10일 이상 차이가 니지만, 기온이 급강하해 된서리가 내리거나 첫눈이 날리면 단풍의 수명은 그걸로 끝입니다.
6. 낙엽과 단풍의 차이는 무엇일까?
낙엽과 단풍의 차이는 나무에 매달린 채 잎의 색이 변하면 단풍,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잎이 떨어지면 낙엽이 되는 것입니다.
낙엽은 따뜻했던 날씨가 차가워질 무렵부터 고등식물의 잎이 말라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풍도 수명이 다해 잎이 떨어지면 낙엽이 됩니다. 낙엽은 나무가 월동준비를 위해 하는 첫 단계인 셈입니다. 보통 아침 기온이 12℃ 정도 되면 낙엽이 지기 시작합니다.
나무가 낙엽을 만드는 이유는 나무가 물을 흡수하는 기능이 약해져 잎을 통해 배출되는 수분을 차단하고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가을, 겨울에는 땅으로부터 흡수할 수분이 적어 잎으로 가는 수분을 나무 스스로가 차단해 버리므로 잎이 말라 떨어집니다. 모든 나무는 낙엽이 지는데요, 낙엽을 통해 그동안 나무에 쌓여있던 칼슘, 규소와 같은 불필요한 성분을 떨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7. 사계절 상록수로 알고 있는 침엽수도 낙엽이 질까?
대부분의 침엽수들은 자라는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적응해 와 사계절 푸른 상록침엽을 가지고 있는데요, 낙엽활엽수가 아닌 나무에서도 단풍이 들 수 있고, 낙엽이 지기도 합니다. 멋진 단풍이 지는 대표적인 침엽수가 메타세콰이어입니다. 메타세콰이어는 노란색과 황갈색의 단풍이 듭니다. 낙엽은 보통 가을에 지는 게 통상적이지만 상록침엽수들은 1~2년에 한 번씩 낙엽이 집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침엽수인 소나무도 묵은 잎을 떨어뜨리기는 하는데, 이 시기가 일반적인 나무처럼 가을이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고 낙엽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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