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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스토브리그] 폭등장 속 불펜 듀오 김원중, 구승민 지킨 롯데, 진정한 FA 시장 승자?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4.11.19 00:00 의견 0

최정 이후 심우준, 엄상백에 이어 허경민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계약이 이어지며 과열 조짐을 보였던 FA 시장에서 롯데가 내부 FA 잔류에 성공했다.

롯데는 지난 주말 FA 시장에 나온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과의 계약을 완료했다. 김원중은 4년간 최대 54억원 구승민은 2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4년간 최대 21억원이었다.

최정이 총액 100억원을 넘어섰고 심우준이 4년간 최대 50억원 엄상백이 4년간 최대 78억원 허경민이 4년간 최대 40억원의 계약을 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특히, 김원중은 엄상백의 계약이 발표된 이후 시장가가 더 폭등할 가능성도 있었다. 엄상백과 비교해 네임밸류가 떨어지지 않았고 30대 초반의 비교적 어른 나이에 검증된 마무리 투수라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었다.

김원중 계약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예상보다 수월했던 김원중과의 FA 계약

애초 김원중은 지난 시즌 FA 시장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긴, 전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계약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재윤은 4년간 최대 58억원에 삼성과 계약했다. 김원중이라면 60억원 부터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여기에 엄상백의 깜짝 계약 소식이 더해졌다.

만약, 경쟁이 더해지면 롯데가 김원중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원중은 롯데와의 계약을 우선시했고 타 팀의 제안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롯데는 애초 책정한 금액에 옵션이 더해 금액을 일부 조정했다. 결국, 김원중은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의 길을 택했다. 지난 시즌 FA 시장에서 더 나은 제안을 뿌리치고 롯데와의 두 번째 FA 계약을 택한 전준우와 닮은 그림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김원중은 분명 탐나는 마무리 투수고 독특한 캐릭터로 마케팅적 가치고 크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마무리 투수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부분 구단이 모두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상황에서 60억원을 마무리 투수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시장에서 엄상백과 최원태라는 10승 이상의 보장되는 선발 투수가 있고 이들에게 시선이 집주돼 있었다. 여기에 김원중은 FA A등급으로 20인 외 보상 선수를 롯데에 내줘야 했다. 이런 제한 사항은 김원중의 협상 폭음 줄어들게 했다.

FA 시장의 큰 손이었던 한화도 영입 가능한 2명과 계약하며 FA 시장을 떠났다. 한화가 FA 시장가를 폭등시켰다는 원성을 들었지만, 최고 구매자가 시장을 떠나면서 폭등장은 진정 국면을 맞이했다. 보다 냉정한 시장가 형성이 가능해졌다. 김원중으로서는 롯데 이상의 제안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 시즌 김원중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독특한 투구 폼이 내년 시즌 시행될 피치 클락에 불리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에 대한 애정을 FA 계약으로 보여준 김원중

하지만 김원증의 선택은 롯데에 대한 애정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더 길게 이끌고 타 구단의 제안을 받는다면 시장가를 더 올릴 여지도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더 나은 제안을 한 구단도 있었다. 실제 1~2억원만 더 준다고 해도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김원중은 평소 롯데에 강한 애정을 보였고 FA 시장이 열린 이후에도 잔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실 롯데는 김원중이 입단 후 수술 후 장기간 재활하는 기간을 기다려줬고 선발 투수로서도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마무리 투수 전환도 프런트의 제안이었고 그 결과 성공한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의 김원중은 롯데 구단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그가 부진할 때 질책을 하기는 했지만, 팬들의 큰 성원도 김원중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는 롯데에 대한 김원중의 마음을 더 각별하게 하는 요소들이었다. 결국, 김원중의 의지는 계약으로 연결됐다. 김원중은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그의 상징은 긴 장발 머리를 자르기도 했다. FA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김원중의 계약은 구승민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구승민 계약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만 바라본 구승민

구승민은 롯데에서 지난 5년간 60이닝 이상을 책임진 핵심 불펜 투수다. 하지만 올 시즌 구승민은 누적된 이닝 탓인지 구위가 떨어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기도 했다. 후반기 다시 회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 자리가 흔들린 시즌이었다. 여기에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 등을 고려하면 FA 신청이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더군다나 구승민은 A등급으로 타 팀의 영입 시도를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더 나은 FA 계약을 원한다면 FA 재수 후 보상 선수가 없는 C 등급이 되는 내년 시즌 FA 시장에 도전하는 게 유리했다.

구승민은 실리 대신 정도를 택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롯데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롯데와의 단일 창구를 연 구승민에 롯데는 최대 4년이 보장된 계약을 제시했다. 옵션을 다 채운다면 구승민은 4년간 최대 21억원을 받을 수 있다. 여타 선수들의 계약을 고려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구승민은 현재 연봉 수준의 금액을 4년간 보장받은 셈이다.

롯데가 냉정한 판단을 했다면 총액은 더 낮아질 수 있었다. 롯데는 구승민의 헌신을 고려했고 대신 2년의 연장 옵션을 넣는 안전장치를 더했다. 구승민은 이대로라면 롯데에서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내부 FA 잔류 성공한 롯데 자이언츠

폭등한 FA 시장에서 크게 긴장했던 롯데는 그들 계획대로 내부 FA 2명을 잔류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현실적으로 타 팀 이적이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하지만, 언제든 상황이 변할 수 있는 FA 시장임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 없었다.

심우준, 엄상백, 허경민의 계약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불펜진에 약점이 있는 롯데로서는 김원중과 구승민의 공백을 메울 내부 자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롯데는 FA 시장이 열린 이후 김원중, 구승민 잔류를 우선시했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롯데는 전력 누수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오버 페이를 막은 만큼 FA 시장에서 외부 FA 영입 가능성도 열었다. FA 시장에는 롯데가 필요로 하는 투수 자원이 아직 남아있다. 사실상 LG가 손을 놓은 선발투수 최원태가 있고 이미 롯데와 강하게 연결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불펜진 강화를 위해 좌완 투수 임정호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내야진 강화를 원한다면 삼성의 내야수 류지혁도 고려할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롯데의 FA 시장

아직은 롯데의 FA 시장이 끝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추가 영입이 없다 해도 롯데는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어떤 면에서는 FA 시장의 또 다른 승자일지도 모른다.

롯데는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한 외국인 원투 펀치 반즈와 윌커슨 중심 타자로 활약한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와의 계약이 더 급할 수도 있다. 다만, 윈나우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FA 시장을 그대로 관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앞으로 FA 시장에서 롯데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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