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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스토브리그] 프리미어 12 예선 탈락, 좁혀진 차이와 좁혀지지 않은 차이 사이에서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4.11.22 13:24 의견 0

우승, 준우승 그리고 예선 탈락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 대표팀의 성적표다. 2015년 대회 우승에 이어 2019년 대회 준우승을 기록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인 2024 대회에서는 슈퍼 라운드에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11월 17일 같은 조 1, 2위 팀들인 대만과 일본이 모두 승리하며 예선 통과를 위한 경우의 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분명 아쉬운 결과지만, 어려움이 예상됐던 대회이기도 했다. 2023년 열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를 본격화한 대표팀은 전력 약화 우려에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출처: 프리미어 12 홈페이지)

◆성공적 세대 교체

그해 11월,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서도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20대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경쟁력을 확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문동주는 새로운 대표팀의 에이스로 노시환은 대표팀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표팀은 프리미어 12에서 슈퍼 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표팀 구성부터 최상의 전력을 갖출 수 없었다. 계속되는 부상과 주력 선수들의 개인 일정이 겹쳤다.

대표팀 타선의 중심인 김혜성과 강백호가 병역 면제를 받은 이들의 기초 군사 훈련 일정으로 불참했다. 대표팀 4번 타자 노시환도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 선발이 무산됐다. 젊은 에이스 문동주 역시 올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고 결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밖에 대표팀 선발 마운드 주축인 원태인은 부상으로 박세웅은 기초 군사 훈련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표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구자욱마저 포스트시즌 부상으로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전력 약세 속 맞이한 프리미어 12

이들 외에도 전력 구상에 이었던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대표팀은 선발 마운드와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대회에 나섰다.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우려 속에 대표팀은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의 총망라된 강력한 불펜진을 중심으로 한 지키는 야구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첫 경기 대만전부터 대표팀의 여정은 어긋났다. 대표팀은 애초 선발 등판이 예상됐던 두산 에이스 곽빈 대신 KT 에이스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대만 타자들이 역대 대표팀 경기에서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조 예선 통과를 위해 대만전 승리가 절실했던 대표팀으로서는 큰 승부수였다.

◆고영표 카드 실패, 대표팀의 실패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고영표는 대만 좌타자들과의 승부에 실패했고 만루 홈런과 2점 홈런을 초반 연달에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렇게 내준 초반 6실점은 극복되지 못했다. 대표팀은 불펜진의 무실점 투수와 함께 경기 중반 이후 추격전을 전개했지만, 3 : 6으로 패했다.

믿었던 고영표가 무너졌고 타선도 대만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4번 타자 부재와 관련해 평가전을 통해 최고의 타격감을 선보였던 롯데 윤동희를 4번 타자로 기용했지만, 윤동희는 4번 타자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윤동희 외에도 대표팀 타자들은 대만 투수들의 강력한 구위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첫 경기 패배 이후 대표팀은 평가전 상대였던 쿠바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투수 곽빈의 호투와 불펜진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를 묶어 6 : 3으로 승리했다. 일본 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쿠바 좌완 선발투수 공략에 성공하며 경기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대만전 패배 일본전 패배

대표팀은 이 승리의 기운을 일본과의 조 예선 경기에서 이어가려 했다. 실제 경기에서 대표팀은 경기 초반 일본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 공략에 성공하며 앞서가는 경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마운드가 일본 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대만전과 같은 3 : 6 패배를 당했다. 대만, 일본전 패배로 예선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진 대표팀은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었던 상황을 극복하며 9 : 6의 대 역전승에 성공했다.

초반 선발 투수 임찬규가 무너지며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경기 후반 타선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 승리와 함께 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경우의 수를 기대했지만, 대만이 호주에 일본이 쿠바에 승리하며 반전 가능성이 사라졌다.

결국, 대표팀은 세 번째 프리미어 12에서 예선에서 탈락하며 이 대회 기분 좋은 기억을 더는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해도 대만, 일본과의 국가대항전 경쟁력에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 야구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최근 상대 전적에서 대표팀은 대만에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더 강해진 대만, 여전히 강한 일본

대만은 그동안 한국과의 경기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약점이 수비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마운드는 다수 투수들은 마이너리그에 진출해 수준 높은 야구를 경험하면서 위력적인 구위의 투수들이 늘어났다. 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대만 투수들의 투구는 수준급이다.

타자들은 대만 투수들 공략에 애를 먹었다. 여기에 타자들도 이전에는 힘은 좋지만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런 편견을 불식시키는 타격을 했다. 막연히 변화 심한 구질의 고영표가 대만 타자들이 강점을 보일거라 여겼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영표의 실패는 결국 대표팀의 실패로 귀결됐다. 그만큼 중요했던 대만전이었지만, 대표팀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완벽하지 않았다. 강해진 대만을 확인한 대표팀은 여전한 일본과의 격차도 확인했다. 대표팀은 나름 선전했지만, 일본과의 수준차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아시아 2위 지위

이런 대만과 일본전 결과는 그동안 일본에 이어 아시아 야구 2인자라는 나름의 생각도 달라지게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넓고 깊은 선수층에 기존 일본 야구에 미국 야구를 접목해 수준을 높이고 있다.

대만은 다수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고 있고 마이너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량을 발전시키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은 자국 프로야구 리그의 양적 질적 성장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

프로야구 팀 수 증가와 함께 이번 대회 예선전을 치른 타이베이 돔 등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 국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이는 앞으로 대만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팀으로서는 앞으로 대만과의 경기에서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금메달은 당연했던 아시안게임도 장담할 수 없고 앞으로 있는 2024 LA 올림픽 야구 본선 진출도 낙관하지 어렵다. 대표팀으로서는 여전히 높은 일본이라는 큰 산에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대만이라는 또 다른 산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처지가 됐다.

◆천만 관중 시대 커지는 국제 경쟁력 강화

우리 프로야구는 올해 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되찾았다. 앞으로도 마케팅 면에서 전망이 밝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에서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매번 경험하지만 세계 야구 수준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그동안 약체로 여겼던 팀들의 경기력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 야구 강국 대만, 일본과의 관계도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비록 프로야구가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외된 아마 야구를 보다 활성화해 선수 저변을 넓히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넓혀야 한다.

독립리그를 더 활성화해 선수 육성의 또 다른 장으로 만들어야 하고 대학야구 또한, 지금의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이는 야구의 발전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이 점에서 프리미어 12는 우리 야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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