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즌 38홀드를 기록하며 KBO 리그 최고령 홀드왕에 올랐던 SSG의 베테랑 불펜 투수 노경은이 두 번째 FA 계약에 성공했다. 노경은은 1년 연장 옵션이 들어간 최대 3년간 25억원에 SSG에 잔류했다.
SSG는 지난 3년간 꾸준한 기량을 보이며 불펜의 핵심 투수로 활약한 노경은의 공헌도와 능력을 인정했다. 노경은 역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SSG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결정을 했다.
◆굴곡진 선수생활
노경은은 풍운아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굴곡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했다. 그 과정을 거친 후 노경은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야구에 눈을 뜨고 기량을 더 발전시킨 보기 드문 이력의 선수이기도 하다.
노경은은 2003 시즌 두산의 연고지 우선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노경은은 입단 직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50킬로의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멘탈적인 면에서 취약한 새가슴 투수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매 시즌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노경은이었다.
노경은의 잠재력이 폭발된 건 2012 시즌이었다. 그 시즌에서 노경은은 풀 타임 선발 투수로 12승 6패, 방어율 2.53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 노경은은 10승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자릿 수 승수를 기록했고 180.1이닝을 소화하며 두산의 대표적 국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뒤늦게 전성기를 열었던 노경은이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노경은은 이후 깊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모든 지표가 내림세를 보였고 두산에서 입지도 점점 줄었다. 두산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전성기를 보냈지만, 노경은은 그 영광과 함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경은은 점점 전력에서 멀어졌고 구단과의 갈등설도 불거졌다.
◆두산에서 롯데로
결국, 노경은은 두산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고 트레이드 카드가 됐다. 2016 시즌 도중 노경은은 고원준과 트레이드되면서 롯데로 팀을 옮겼다. 롯데는 그의 경험과 반등 가능성을 기대했고 팀에서 활용도가 떨어진 고원준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았다.
하지만 노경은은 롯데에서도 반등하지 못했다. 여기에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타선이 부진하는 등의 불운도 겹쳤다. 노경은은 승보다 패전 수를 더 쌓는 승운이 지독히도 없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보통의 선수라면 포기라는 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노경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8 시즌 노경은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 시즌에서 노경은은 33경기 9승 6패, 방어율 4.08을 기록했다. 마침 그 시즌은 그가 FA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으로 가치 평가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노경은은 시즌 후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30대 중반 나이의 투수에게 시장은 냉정했다. 원 소속팀 롯데도 계약에는 미온적이었다. 보상 선수를 내주고 그를 영입할 구단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롯데의 조건도 노경은과 차이가 있었다.
◆극적인 첫 번째 FA 계약
노경은의 FA 계약은 해를 넘겼고 시즌이 개막하는 시점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경은은 2019 시즌을 통째로 건너 뛰어야 했다. FA 미아가 됐다는 건 사실상 은퇴를 의미했다.
하지만 노경은 개인 훈련을 하며 언제든 투구할 수 있는 몸을 유지했다. 마침, 2019 시즌 롯데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정규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 시점에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노경은과 계약하지 않은 롯데 구단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팀 성적이 바닥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한 명이 투수가 아쉬운 상황에 전 시즌 9승을 기록한 투수를 방치하는 상황은 팬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없었다.
결국, 노경은 2020 시즌을 앞두고 2년간 최대 11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노경은은 2020 시즌 주로 선발투수로 나서며 5승 10패, 방어율 4.87 2021 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승 5패 방어율 7.35를 기록했다. 30대 후반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은퇴의 갈림길에서 이루어진 SSG 입단
2021 시즌 후 노경은은 롯데에서 방출됐다. 롯데는 마운드의 세대 교체를 추진하고 있었고 노경은은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그의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경은은 테스트까지 감행하며 현역 선수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SSG와 계약하며 기회를 잡았다. 이런 SSG의 영입에 대해 복권을 긁는다는 의미가 강해 보였다.
노경은 영입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노경은은 2022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 12승 5패, 1세이브 7홀드 방어율 3.05를 기록했다. 엄청난 반전이었다. 이 기세는 계속 이어졌다. 2023 시즌 노경은은 76경기 83이닝을 투구하며 9승 5패 2세이브 30홀드 방어율 3.58을 기록했다.
기록도 놀라웠지만, 이닝도 83이닝으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2024 시즌에도 노경은은 SSG의 필승 불펜으로 8승 5패, 38홀드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더 낮아져 2.90을 기록했다. 이닝 수도 83.2이닝으로 불펜 투수로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1984년 생 40살의 투수는 KBO 리그 최고령 홀드왕에 올랐다. 노경은은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고 홈런이 많이 나오는 홈구장을 사용하면서도 최고의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그의 구위는 여전히 140킬로 후반에 이르는 속구를 던지고 다양한 변화구도 조화를 이뤘다. 더 긍정적인 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혹의 홀드왕 당당히 이룬 두번째 FA 계약
SSG에서 노경은은 핵심 불펜 투수로 그 존재감을 높였다. 그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자 그에 대해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 그를 외면하는 분위기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SSG는 그의 나이와 상관없이 리그 최고 불펜 투수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노경은은 SSG에서 매 시즌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노경은이었다. 이는 SSG가 최대 3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배경이 됐다. 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노경은은 43살까지 현역 투수로 마운드에 설 수 있다. 투수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베테랑들이 더 외면받는 현실에서 노경은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노경은은 나이에 따른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실력과 성적을 보여줬고 실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40살의 나이에도 140킬로를 훌쩍 넘기는 속구를 던진다는 건 그의 성실성과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총액 10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 매 시즌 나오는 FA 시장에서 노경은의 계약은 그렇게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노경은의 야구 인생을 아는 이들이라면 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노경은의 FA 계약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세월을 거스른 노경은의 선수 여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40대 베테랑의 선수로서의 시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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