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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기사)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로 도약한다

윤준식 편집장 승인 2024.12.12 13:26 의견 0

최근 몇 년간 세계 물류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운업계 역시 대형 선박 도입과 해운동맹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은 시의적절하면서도 야심찬 계획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부산항을 세계 3대 항만으로 육성하여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수출입 물류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대규모 투자를 통한 항만 인프라 확충이다. 2045년까지 14조 원을 투입해 진해신항을 구축함으로써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확대를 넘어 미래 해운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3만TEU급 초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기존 부두보다 1.5배 넓은 컨테이너 보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세계 해운업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항만 운영의 효율화다. 진해신항 1단계 9선석을 단일 운영사로 선정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재 부산항이 안고 있는 다수 소규모 운영사 체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단일 운영사 체제를 통해 선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타부두 환적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강화다. 해외물류센터를 2032년까지 16개소로 확대하고, 주요 거점 터미널의 지분‧운영권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를 넘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이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에게 해외물류센터 우선사용권과 물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항만배후단지 조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부산항 인근에 362만㎡ 규모의 항만배후단지를 공급하여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화물 처리를 넘어 고부가가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물류 허브로 부산항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과의 연계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복합 물류 거점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다섯째, 친환경‧스마트 항만으로의 전환이다. 2050년까지 항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00%로 높이고,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친환경 항만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또한 5천억 원 규모의 스마트항만 구축 펀드를 조성하여 지능화 항만 조성을 지원한다. 이는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미래 항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전략은 부산항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부산항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6.8%를 처리하는 핵심 항만이다. 그러나 중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 항만들의 급속한 성장과 해운업계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선박의 대형화 추세와 해운동맹의 강화는 부산항에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대형 선박들은 더 깊은 수심과 더 넓은 하역 공간을 필요로 하며, 강화된 해운동맹은 더 큰 규모의 일괄 서비스를 요구한다. 현재의 부산항 체제로는 이러한 요구에 완벽히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물류 루트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산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은 이러한 도전과 기회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하드웨어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운영 체계 개선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소프트웨어적 경쟁력도 높이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스마트 항만으로의 전환은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14조 원에 달하는 진해신항 구축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정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항만 운영 효율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기존 부산항 운영사들의 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진통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물류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 전략의 유연한 수정 및 보완이 가능해야 한다. 10년, 20년 뒤의 물류 환경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기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은 부산항, 나아가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부산항은 단순한 화물 처리 기지를 넘어 글로벌 물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에 안정적인 수출입 물류체계를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의 성공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항만공사, 운영사, 물류기업,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능력도 요구된다.

부산항이 진정한 글로벌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비전과 치밀한 전략,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부산항을 명실상부한 세계 3대 항만이 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물류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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