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가 상품이 되는 시대
[무의식과 트렌드] 페르소나가 상품이 되는 시대①
윤준식 기자
승인
2019.05.28 13:21 | 최종 수정 2019.07.0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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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저희 시사N라이프는 트렌드 특집기사로 ‘젠더 플루이드’ 현상을 다루며 인간의 무의식에서 시작해 트렌드와 상품, 마케팅 등으로 이야기로 확장해 보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KBS가 진행한 기획 <도올아인 오방간다>을 통해 ‘오방’, ‘오방신’이라는 오래된 개념이 다시 한 번 반복되었고, ‘오방신’ 아이콘으로 경기민요 전수자 이희문을 등장시킨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는데 저희의 기획이 신선한 시도로 보였는지 의외로 조회수가 많이 나왔습니다.
▲ 오방신 이희문.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1회. ⓒK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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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을 진행해가며 최신 트렌드로 보이는 ‘젠더 플루이드’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내용을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저희들이 얻은 교훈은 여럿 있었습니다.
우선 ‘젠더 플루이드’ 또한 새롭지만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최신 트렌드로 여겨졌지만 이미 인류의 오랜 전통 속에 존재했던 것이 새로운 산업, 변화된 사회 속에 새로운 문화처럼 재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칼 융이 시도했던 분석심리학의 무의식 연구가 보여주는 인간 내면세계의 넓은 지평, 인간심리의 다양성이었습니다. ‘페르소나’-‘그림자’-‘아니마&아니무스’라는 생소한 개념을 하나씩 알아보며 ‘오방신’ 아이콘에 대입하는 작업은 사회 속에 길들여져 자아를 잃을 뻔한 인간이 자아와 화해하는 과정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남성이 자신을 ‘예쁘게 가꾸는’ 트렌드를 설명하는 젠더 플루이드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서 가는지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한편, 저희가 이런 내용을 열심히 조사해 정리하는 사이 아주 흥미로운 문화상품이 등장했습니다.
▲ 방탄소년단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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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K-POP을 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만든 BTS가 4월 12일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라는 새 앨범을 출시합니다.
원래부터 철학이 있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평을 듣곤 했던 BTS지만, 소속사 방시혁 대표의 권유로 칼 융의 심리학을 다룬 <융의 영혼의 지도(Jung’s Map of the Soul)>라는 책을 읽고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는 출시 직후 <빌보드차트> 1위를 석권했으며 유튜브에 올라간 뮤직비디오 또한 1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에 셀 수 없는 팬을 확보한 BTS다보니 <융의 영혼의 지도(Jung’s Map of the Soul)>가 갑자기 전세계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 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중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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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넷플릭스가 개봉한 이지은(아이유) 주연의 영화 <페르소나>입니다.
4편의 단편영화를 옴니버스식으로 묶은 영화로 모든 단편영화의 주인공으로 이지은(아이유)이 등장하지만, 4편에 등장하는 이지은(아이유)는 모두 다른 인물입니다.
배우와 배역의 관계를 통해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도라고나 할까요 한편으로는 가수로 활동할 때의 ‘아이유’라는 페르소나와 배우로 활동할 때의 ‘이지은’ 페르소나를 분리해보는 또 다른 메타포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시사N라이프가 착안한 주제가 ‘페르소나가 상품이 되는 시대’입니다. 이는 상당히 무책임한 정의일 수 있습니다.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달랑 지난 4월의 BTS 앨범 한 장과 아이유의 영화 한 편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BTS 앨범과 아이유 주연의 영화는 시대의 변화를 미리 보여주는 아이콘(Icon)으로 볼 수 있기에 그 의미를 확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달 반 만에 이어진 <무의식과 트렌드> 특집을 통해 이 시대에 ‘페르소나’가 부각되고 있는 원인을 진단하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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